북·러, 동시에 '무기 거래' 부인…이번엔 군복·군화 수출 의혹

정영교 2022. 11. 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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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러시아가 미국이 제기한 무기거래설에 대해 "무기 거래를 한 적 없고 계획도 없다"고 한목소리로 부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4월 정상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며 웃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외교가에선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생한 진영간 대결 상황을 호기로 보고 러시아와 밀착해 한반도에서 신냉전 구도를 강화시키고, 이를 통해 제재국면을 돌파하려는 시도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 국방성은 8일 관영매체를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러시아와 '무기거래'를 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도 북한과 같은 입장을 내놨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주북 러시아 대사관은 전날 북한이 비밀리에 러시아에 포탄을 공급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이 아닌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알렉산드로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도 최근 자국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북한에서 직접 또는 중개인을 통해 무기나 탄약을 받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받을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엔 북한이 러시아에서 군복을 주문받아 생산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평양의 한 소식통 인용해 "북한에서 러시아로부터 원단을 공급받아 군복으로 제작하는 임가공이 이뤄지고 있다"며 "생산된 러시아 군인들의 겨울용 동복은 지난 2일 재개된 조·러 간 두만강-하산 화물열차로 운송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두만강 하구 북·중·러 접경 중국 측 팡촨(防川)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러대교(철교)의 모습. 왼쪽으론 러시아 하산역, 오른쪽에는 북한 두만강역이 있다. 중앙포토

실제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지난 4일 자국 언론에 "러시아 정부는 북한에서 의류나 신발 등을 포함한 물품을 들여오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이같은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과거 섬유는 대북제재 이전까지 석탄·광물과 함께 북한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였다. 그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7년 12월에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에 따라 북한의 섬유 수출은 전면 금지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도 북·러 양국은 러시아 하산역과 북한 두만강역을 오가는 열차의 운행을 지난 2일 재개했다. 양국 간 열차 운행 재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초 운행을 중단한 이후 약 2년 8개월만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는 위성사진을 통해 지난 4일 기관차와 그 뒤에 붙은 화차 3량이 북·러 국경을 가로지르는 철도용 교량인 두만강 '우정의 다리'를 이동하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류와 대해 일각에선 미국이 북한의 무기판매 의혹을 단초로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압박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북한이 러시아와의 밀착으로 맞서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돌파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중·러와의 밀착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의 미국에 대한 공동 대응도 중·러와의 밀착 강화를 통해 유엔 안보리가 제기능을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서방국가들이 인권문제를 주권침해와 내정간섭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며 인권 문제 등에서 중국과 공동전선을 펴는 한편, 외무성 성명 등을 통해 자신들의 무력도발이 '정당방위'라는 억지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정부도 북·러 간의 무기거래 정황과 대응 기류 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미사일 도발 위협에도 불구하고 안보리가 침묵을 지키는 것은 북한의 이러한 불법적인 도발을 조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안보리 차원의 단합되고 강력한 대응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 한·미·일 3국이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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