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정국이 썼던 모자가 1000만원이라고? 어마어마한 ‘팬덤 경제’

한승곤 2022. 11. 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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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아이돌 광고 건수, 2014년 76건→2018년 9월 1576건
2020년 정국 생일 기념해 KTX 388m 전체에 축하 문구 광고
스타 향한 '덕질'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 만들어
BTS 멤버 정국.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최근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이 썼던 모자라며 이를 1000만원에 팔겠다는 글을 올린 전 외교부 직원이 적발됐다. 이와 별개로 일각에서는 '아무리 인기 연예인이 썼던 모자라지만, 어떻게 1000만원에 거래를 예상할 수 있느냐'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팬덤(fandom)'을 감안하면 인기가 곧 돈으로 직결된다는 여론이 많다. 예컨대 전 세계적인 BTS 인기를 고려하면 정국이 직접 착용했던 모자는 100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특정 연예인을 단순히 응원하는 것을 넘어, 선물을 보내고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는 행위를 팬들 사이에서는 '덕질'이라 말한다. 이 덕질이 모이면 일종의 '소비 트렌드'가 형성된다. 예컨대 인기 연예인이 출연하는 영화가 팬들 덕분에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갈 수 있다.

이를 넘어 팬덤이 아예 콘텐츠나 관련 굿즈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를 '프로슈머(프로듀서+컨슈머)'라고 한다. 멀리서 지켜만 보며 응원하는 과거의 팬들의 모습과 달리 적극적으로 소비하며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양상을 토대로 볼 때 정국이 직접 착용했던 모자는 BTS 팬덤 시장에서 충분히 1000만원에 거래될 수 있어 보인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생일을 맞이했을 때, 지하철 광고에 쏟아붓는 액수만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팬덤 경제'인 셈이다.

BTS 멤버 정국의 사진으로 뒤덮인 KTX 열차. 사진=한국철도 제공

◆ 지하철 스크린 도어, 버스 래핑 홍보 … 스타 위해 어마어마한 소비

최근 BTS 멤버 뷔의 중국 팬클럽은 부산 콘서트를 응원하기 위해 초대형 서포트를 준비하기도 했다. 이들은 공연장 근처 까페 2개 지점에서 컵홀더 이벤트와 무료 부채 2000개 나눔, '김태형서포터즈코리아'는 'V 반사마스크'와 핫팩, 생수, 사진 및 간식 등을 배포했다.

또 지난 14일부터 27일까지 KTX 부산역에 초대형 LED 스크린 광고영상을 송출했다. 광고는 하루 158회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진행했다. 뷔의 광고영상은 기차역과 연계 교통수단의 환승 통로 진입로인 에스컬레이터 상단에 위치해 노출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 같은 팬덤 경제는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2019년 서울교통공사와 지하철 광고 대행사 등에 따르면 '지하철 아이돌 광고' 건수는 ▲2014년 76건 ▲2015년 231건 ▲2016년 542건 ▲2017년 1038건 ▲2018년 9월까지 1576건으로 늘었다.

강다니엘을 배출한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2' 방송 이후 2017년에는 전년 대비 92%나 치솟았다. 강다니엘 팬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이 데뷔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결과다.

광고 유형도 다양하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부터 조명 광고판, 역내 포스터, 전동차 액자, 전동차 래핑까지 가리지 않는다. 이 중 스크린 조명광고 단가는 1개월 기준 ▲1호선 200만~300만원 ▲2호선 150만~450만원 ▲3호선 150만~350만원 ▲4호선 150만~400만원 ▲5~8호선 90만~145만원 등이다.

또 유동 인구가 많아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서울 삼성역, 강남역, 홍대입구역 등 광고비용은 450만원 최고가를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열차나 버스를 통째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버스 전체를 래핑해 일명 '돌아다니는 광고판'도 있고, (2019년 기준) 지하철을 통해 한 달 동안 광고할 경우 3호선 기준 1량에 715만원, 10량 전체는 572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돌아다니는 광고판' 관련 정국의 팬들인 '아이 데어 유(I Dare U)'는 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일명 '꾸꾸버스'를 운행했다. 지난 2020년에는 '정국 차이나'가 KTX 388m 전체에 정국 생일을 축하하는 문구와 사진을 도배한 8000만원 상당의 열차 광고를 진행한 바 있다.

최근 뷔 팬들 역시 종합운동장 지하철역 모든 개찰구에 광고를 했다. 종합운동장역을 이용하는 많은 인파가 뷔의 얼굴과 콘서트 홍보문구를 볼 수밖에 없어 최적의 서포트라는 평을 얻었다.

서울지하철에 게재된 BTS 광고. 사진은 2020년 4월 방탄소년단 6주년 광고. 사진=서울교통공사 제공

이렇게 팬덤 시장이 커지면서 경제적 파급효과도 확대되는 모양새다. K팝 팬덤 경제 규모는 8조원대(IBK 기업은행 추정)를 넘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음반 산업을 대표하는 단체인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발표에 따르면 K팝과 한국 음악 시장은 전년 대비 44.8%라는 증가세를 보였다.

여기에 가상 공간에서 팬덤 활동을 할 수 있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에 MZ세대가 몰리는 것을 감안하면, 팬덤 시장은 지속해서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네이버의 3차원 아바타 플랫폼 '제페토'의 '블핑(블랙핑크)하우스' 누적 방문객은 6개월 만에 1300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BTS의 소속사 하이브가 2019년 출시한 팬덤 플랫폼 '위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멤버십 기반 서비스인 위버스는 팬들과 스타들이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을 제공한다. 서비스 출시 다음해인 2020년 한해 위버스의 총 매출은 하이브 총 매출(7900억)의 약 44%인 3300억원에 달했다. 하나은행 'Hana 컬쳐'는 팬덤 시장에 대해 "10대들의 문화에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팬덤 시장은 기획사들이 팬덤 문화를 핵심 성장 전략으로 활용하며 앞으로 더욱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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