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뛸수록 떼창 커졌다…'222일 만에 1위' 윤하의 기적

민경원 2022. 11. 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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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발표한 '사건의 지평선'으로 역주행에 성공한 가수 윤하. 사진 C9엔터테인먼트


“발매 222일, 486주 만에 1위...? 만화인가!!”

가수 윤하(34)가 7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지난 3월 발매된 정규 6집 리패키지 ‘엔드 시어리: 파이널 에디션(END THEORY: Final Edition)’의 타이틀곡 ‘사건의 지평선’이 멜론 일간 차트 1위에 오른 감격을 표현한 것. 윤하가 멜론 등 음원 차트를 석권한 것은 2014년 7월 ‘우산’ 이후 8년 만이다. '우산 연금'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사랑받는 에픽하이의 곡 '우산'에 2008년에는 피처링으로 참여했으나, 윤하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곡이었다.

‘사건의 지평선’의 초반 성적은 저조했다. “블랙홀의 경계인 사건의 지평선, 예측되지 않는 이별 그 너머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설명처럼 우주에서 영감을 받아 이별을 풀어내는 방식은 참신했지만 대중의 공감을 사기에는 쉽지 않았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요즘 흥행 공식과는 다르게 5분에 달하는 대곡으로 “저기, 사라진 별의 자리/ 아스라이 하얀 빛”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 새로운 길 모퉁이” 등 문학적 가사가 돋보이기는 했다.


“대학 축제 가면 떼창 소리 점점 커져”


윤하 6집 리패키지 앨범 '엔드 시어리: 파이널 에디션' 커버. 사진 C9엔터테인먼트
우주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11월 발매된 6집 타이틀곡 ‘별의 조각’부터 수록곡 ‘오르트구름’, 리패키지 앨범에 추가된 ‘살별’ ‘블랙홀’에 이르기까지 광활하게 뻗어 나간다. 윤하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내 가족과 내가 떠난다면, 마지막이 된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음반”이라고 소개했다. “모든 선택은 고민의 끝에서 이루어진다. 모든 끝은 저마다의 기준으로 시간을 일단락한다. 모든 탄생은 끝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끝 이론’이다.

‘사건의 지평선’이 대중을 건드린 것은 지난여름부터다. 6월 ‘청춘페스티벌’에서 불렀던 무대 영상이 유튜브 등 SNS에서 화제가 되더니 건국대ㆍ홍익대 등 대학 축제 20여 개를 섭렵했다. ‘비밀번호 486’(2007) 등 기존 히트곡과 최근 발표곡을 함께 부르는 그의 공연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결과다. 윤하는 “팬데믹 이후 첫 대면 축제 시즌인 만큼 관객분들이 마음을 열고 다가와 준 것 같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사건의 지평선’ 떼창 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9월 음원차트 100위권 진입 이후 (여자)아이들ㆍ르세라핌ㆍ뉴진스ㆍ아이브 등 장기 집권 걸그룹 사이를 치고 올라왔다. 써클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앨범뿐 아니라 음원 차트도 팬덤 경쟁이 치열한데 여성 솔로 가수로는 드물게 역주행에 성공했다”며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은 대학생들이 즐겨보는 게임 영상 배경음악에 사용되거나 무대 편집 영상이 SNS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면서 시너지가 난 것 같다”고 짚었다.


데뷔 18년 뮤지션 역량 재조명 계기


다음달 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윤하 콘서트 포스터. 사진 C9엔터테인먼트
지난해 군부대 공연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뒤늦게 역주행한 브레이브걸스의 ‘롤린’(2017)이나 2015년 같은 방식으로 뜬 EXID의 ‘위아래’(2014)는 무명에 가까웠던 팀 이름을 알리는 결정적인 '한 곡'이었다. 윤하는 2004년 일본에서 먼저 데뷔한 이후 18년 동안 우직하게 활동해온 뮤지션으로서 역량이 다시금 주목받게 됐다는 평가다. 데뷔 초부터 꾸준히 싱어송라이터로서 작업해온 그는 이번 앨범에 수록된 14곡 중 13곡의 작사ㆍ작곡에 참여했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한동안 이렇다 할 히트곡을 내지 못하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윤하표 발라드와 본인이 하고 싶은 개성 강한 음악 사이에서 갈등했다면 5집 ‘레스큐(RescuE)’부터는 자기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앨범을 만들어왔다. ‘사건의 지평선’을 계기로 지난 앨범도 재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비밀번호 486’이나 ‘우산’ 같은 노래는 Z세대에게도 친숙해 이들의 어릴 적 기억을 소환하는 한편 최신곡들은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가는 청춘의 응원가 같은 느낌이 있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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