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진단·우황청심원에 금박 씌우는 이유 [한의사와 함께 떠나는 옛그림 여행]
한의사로 일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남긴 다양한 옛그림과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봅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문화와 생활,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윤소정 기자]
▲ 화훼도 김수철, 19세기, 종이에 수묵담채 금은박, 각 127.3 x 29.1 cm |
ⓒ 국립중앙박물관 |
조선 말기 김수철(1820?~ 1888?)이 그린 화훼도의 일부이다. 김수철은 중인 신분의 화가로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였으나, 생몰년도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화려한 금박분 종이 위에 그린 그림으로, 괴석 위에 핀 모란꽃이 탐스럽다.
▲ 수변한화 김명국, 17세기, 흑견금니, 24.6 x 19.2 cm, 간송미술관 소장 |
ⓒ 공유마당(CC BY) |
조선 중기의 도화서 화원 김명국(1600 ~?)의 그림이다. '물가에서 한가롭게 대화하다(수변한화)'라는 제목처럼, 버드나무 아래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화면 한가운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의 뒤로는 산이 펼쳐져 있고, 아래로는 물결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흑견금니 기법으로 제작한 것으로, '금니'란 아교(물풀)에 개어 만든 금박 가루를 뜻한다. 즉, 먹물로 검게 물들인 비단 위에 아교에 갠 금분으로 그린 것이다. 이는 조선중기에 많이 보이는데, 수련된 전문 화가가 아니라면 쉽게 할 수 없는 기법이다.
▲ 수월관음도 비단 바탕에 금니와 채색, 고려시대, 80.0 x 42.7cm |
ⓒ 국립중앙박물관 |
고려시대의 불화 수월관음도이다. 보타락가산(관음보살이 사는, 인도의 전설속의 산)의 달빛이 비치는 연못가에 반가부좌한 관세음보살이 앉아, 선재동자의 방문을 받는 장면이다. 이는 화엄경에 있는 내용으로, 관세음보살은 중생을 위해 설법을 하며 선재동자는 설법을 듣기 위해 방문한 것이다.
고려시대에는 이러한 불화를 그릴 때나 불경을 베껴쓰는 사경 제작에 금니를 많이 사용했다. 금은 인류가 일찍이 발견하여 오래 전부터 사용한 원소이다. 귀한 금속으로 누구나 갖기를 원하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특히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금을 사랑한 것으로 유명한데, 금으로 목욕을 하고 피부관리를 했다고 한다.
금은 화학반응성이 작아 대부분의 화학 약품에도 부식되지 않으며, 높은 온도에서도 공기나 물에 의해 부식되지 않는 안정적인 성질을 가진다. 철과 같은 금속이 녹이 스는 것과 비교해보면 두드러지는 특성으로, 이 때문에 금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색과 광택을 유지할 수 있다.
두드리거나 압착하면 얇게 펴지는 전성이 커서 얇은 금박으로 만들 수 있고, 가늘고 길게 늘어나는 연성이 좋아 1g의 금으로 3.3㎞ 이상의 가는 줄로 뽑을 수도 있다.
금의 순도는 캐럿(단위는 K)으로 표시하여 100% 금일 때 24K, 금이 75%의 순도일 때는 18K, 순금 함량이 약 60%일 때 14K로 표시한다. 순금은 무르고 연하여 장신구를 만들거나 세밀한 작업을 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는 반면, 순도가 떨어질수록 금 특유의 빛과 아름다움이 줄어든다.
▲ 많은 한의학 서적에서는 금이 약재로서의 효험이 있고, 이러한 금의 효과가 필요한 약에 한정하여 금을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
ⓒ 윤소정 |
한약재로 사용하는 금박은 순도 99.9%, 두께는 약 0.9μm(마이크로미터, 1×10−6 m)로, 금이 들어간 한약으로는 우황청심원, 공진단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환제에 금박을 씌우는 것은 약효를 좀 더 오래 보존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녹용, 사향이 들어간 공진단과 우황, 사향 등 귀한 약재들이 포함된 우황청심원은 그 자체로 고가이기 때문에 금박을 입혀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해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또한 많은 한의학 서적에서는 금이 약재로서의 효험이 있고, 이러한 금의 효과가 필요한 약에 한정하여 금을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금은 정신을 진정시키고, 마음을 안정시켜 주며, 경련을 완화해주는 효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풍, 심장성 질환이나 정신불안정 같은 신경성 질환 등에 사용하는 우황청심원에 사용하기 적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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