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人터뷰]이용우 "금융시장 위기, 경보등 울리는데‥정부, 누구하나 나서지 않는다"

나주석 2022. 11. 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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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장에서는 빨간 불 들어오고 있는데
정부는 유기적인 대응조차 못하고 있어
2008년 금융위기 못지 않은 상황 올 수도
내년 경제 복합위기 현실로
필요한 카드, 법적 고려 사항 등 중점둬야
서민과 취약계층 위해 재정의 역할 중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 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한쪽 벽면 칠판에는 복잡한 표와 숫자들이 어지러이 한가득 채워져 있었다.

기자가 칠판에 적힌 내용을 쳐다보자 이 의원은 "대형사고가 터져 그 사안을 논의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인터뷰에 앞서 의원실 보좌진과 함께 이 문제를 두고서 토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며칠 전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떠올렸지만, 그가 언급한 사고는 전날 흥국생명이 과거 자금을 조달하려고 발행했던 신종자본증권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흥국생명이 2017년 11월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가진 하이브리드채권인 신종자기자본증권 5억달러를 발행했는데,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자 ‘사고’라고 칭한 것이다. 국제 금융시장에 관례적으로 갚았어야 할 돈을 갚지 않아 한국 금융사들의 국제 신뢰도가 떨어지고 유동성 위기도 한층 가속화됐다는 게 이 의원의 평가다.

카카오뱅크 대표 출신으로 야당 내 금융전문가로 불리는 이 의원은 국내 채권 시장 상황에 대해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채무보증 불이행으로 불씨를 당겼는데 해외채권 신뢰에 문제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별 금융사로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아 짊어지는 이자부담보다 행사로 새로 자본을 끌어들이는 부담이 큰 상황에서) 당연한 선택일 수 있지만, 현재 자금 시장이 불안정한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안이한 인식이었다"면서 "한국의 생명보험사인 금융회사가 콜옵션 행사를 안 하면서 못 믿을 금융사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의원은 "(놀라운 것은) 이 일들이 금융위원회와 상의하며 이뤄졌다는 점"이라며 "금융위 보험과에선 합리적이라 여길 수 있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절대 아니다. 금융위가 (국가 경제) 전체가 아닌 회사만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 위기에 대한 우려는 정부 당국의 대응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미 시장에선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는데 정부는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고 전화, 경고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는데 책임 있는 누구 하나 나서지 않았던 지난달 이태원에서처럼 말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다음은 일문일답.

-채권시장 돈맥경화 현상에서 정부의 대응은 어떤 부분이 문제인가.

△김 도지사가 중도개발공사 채권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한 이후 신용이 깨져 시장은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다. 이미 금리가 치솟아 난리가 나서 시장 플레이어(행위자)는 다 아는데 지난달 방미 중인 경제부총리는 ‘강원도에서 대응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런 단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모르고 묻는 게 아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있나 보는 건데 엉뚱한 답을 하니까 시장이 발작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서 시장 모니터링을 하고 금융위도 매일 본다. 기획재정부도 시장분석가가 있고, 그럼 상황이 위험해지면 어떤 대책을 내놓기 위해 움직여야 되지 않나. 그런데 그런 게 작동되지 않은 것이라고 우리 팀(의원실)은 인식한다.

-이 사안에 대해 앞서 어떤 경고를 했나.

△강원도에서 디폴트 선언이 난 이후 국정감사 때 부동산 만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질문했다. 당시에 위기가 날 수 있다고 국감장에서 질문을 하면 그 말로 시장이 움직일 수 있어서, 그렇게라도 대비하라고 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왜 우리가 그걸 묻는지 보좌진과 협의했으니 알고 있지 않았겠나. 알고 봤더니 홍성국 민주당 의원도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같은 걸 요구하고 있었는데 반응이 없었다. 이게 뭐냐,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필요한가.

△중요한 것은 얼러트(경보를 울리는 것)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대응을 한다. 문제는 조직 자체가 유기적으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어젯밤(11월2일) 나온 뉴스를 보라. 대통령실이 (참사 소식을) 보고받고 난 뒤 행정안전부 장관이 더 늦게 알았고, 서울경찰청장은 이보다 더 늦게 보고를 받았다. 시스템 자체가 안 돌아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에 못잖은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당국은 계속해서 회의를 자주 하고 비상대응팀을 둬 거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금융위나 금감원, 기재부가 대응팀을 짜서 부처를 넘어서 대응해야 한다. 제가 의원실에서 회의를 하는 이유도 이런 상황을 같이 공유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같이 대응할 수 있다.

-내년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복합위기라고 그동안 이야기하던 게 현실로 오고 있다. 누군가 불을 붙여놓고 있는데 불씨 잡을 생각을 안 하고 있다. 소비 심리가 좋아지지 않고 있고, PF의 경우 내년 1분기에 만기가 많다. 지금은 경제 전망보다 어떤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할까, 이를 위해 필요한 카드는 어떤 것인지, 법적으로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같은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왜 재정을 얘기하나.

△기업이나 금융도 부도날 수 있다.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않은 곳에 있다면 억지로 살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어려워지는 이들은 서민과 취약계층이다. 이들을 위한 재정은 갖춰야 한다. 감세는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은 재정이 매칭돼 있어야 한다. 감세를 하고 재정으로 이를 메워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국채 발행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럼 국채 금리가 뛸 것이다. 그럼 회사채고 뭐고 다 올라가 버릴 것 아닌가.

-돈을 더 풀 경우 환율도 우려된다.

△한국은행과 기재부 역할에 관한 문제다. 글로벌한 상황에서 금리를 안 올릴 수는 없다.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두고, 재정에서 대응해야 한다. 정부는 감세를 이야기하는데, 재정 수요가 커지면 영국에서 벌어졌던 국채 발작이 우리에게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다.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이다. 재정이 많은 역할을 해야 할 시점에 줄이자고 해서 걱정이다.

-금융인으로 오래 살다 정치를 했다.

△기업에도 있었고 금융 쪽에서도 있었다. 규제가 많은 산업들이었다. 정책 당국은 규제를 수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반응할까를 인지하고 정책을 해야 더 효과가 크다. 그렇지 않고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을 내놓으면서 ‘원래 의도는 이런 게 아니었어’라는 이야기는 하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입법부에서 충분히 의견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고, 지금 하는 일이 재미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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