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에 투표하라" 트위터 품은 머스크, 거침없는 정치·외교 행보(종합)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나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2021년 9월 3일)
"대통령이 민주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회는 공화당에 투표할 것을 추천한다."(2022년 11월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특정 정당에 가입돼 있지 않은 무소속 유권자들을 향해 공화당에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정치 이슈에는 거리를 두고 전기차·배터리 등 산업에 초점을 맞췄던 그는 올해 미 선거를 비롯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반정부 시위 등 주요 정치·외교 이슈까지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SNS 플랫폼 CEO 현실정치 발언, 이례적"1억15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머스크 CEO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공유된 권력은 (민주·공화당) 양당의 최악의 (권력) 과잉을 억제한다"면서 "따라서 대통령이 민주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회의 경우 공화당에 투표할 것을 무소속 성향 유권자들에게 추천한다"고 썼다. 그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강경파 지지자들은 절대 반대편에 투표하지 않기 때문에 무소속 유권자들이 실제로 누가 (의회를) 책임질지 결정하는 사람들"이라며 무소속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강조했다.
머스크 CEO는 이후 추가 트윗을 통해 "분명히 말하자면 내 역사적 정당은 무소속이었고 실제 투표 기록으로는 올해까지 전적으로 민주당이었다"면서 "나는 미래에 다시 민주당에 투표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덧붙였다. 공화당 지지 트윗을 게재한 이후 대형 SNS 플랫폼의 소유주가 직접적으로 현실 정치에 발언, 영향을 줬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머스크 CEO의 이번 발언은 중간선거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권자들이 SNS를 통해 선거 관련 정보를 주로 소비하는 만큼 그동안 트위터, 페이스북의 경영진은 선거에 개입하지 않고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에서 국제정치·선거협력 부사장을 맡았던 케이티 하베스는 블룸버그에 "CEO가 직접 나서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여기서부터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공화당 후보가 있다면 트위터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궁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트위터 인수 이전인 지난 5월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은 현재 분열과 증오의 정당이 됐다"며 "더는 민주당을 지지할 수 없고 공화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머스크 CEO와의 신경전을 벌여온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4일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그의 트위터 인수에 대해 "머스크 CEO가 세계 전체에 거짓말을 내보내고 뿜어내는 수단을 사들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우크라부터 대만문제까지…거침없는 머스크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미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전 세계 우주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스페이스X에 이어 트위터까지 인수한 머스크 CEO는 ‘슈퍼 파워’를 얻은 듯 거리낌이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 가상화폐 등 일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데서 벗어나 최근 들어서는 정치·외교 관련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정치 이슈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반정부 시위, 중국과 대만의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이슈까지 주제도 광범위하다.
그는 지난달 3일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림반도를 포기하고 중립국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종전안을 제안해 논란을 빚었다. 머스크 CEO가 보유한 스페이스X는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정보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미국 등 일부 국가에 스타링크 비용을 청구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와 함께 지난달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에 대응해 일부 지역의 인터넷을 통제하자 그는 이란에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머스크 CEO는 미·중 갈등의 핵심인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거리낌없이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테슬라의 전기차 공장이 있는 중국과 관련한 질문에 대만을 홍콩처럼 특별행정구역으로 운영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전 세계 골칫거리"…200달러 무너진 테슬라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머스크 CEO의 이러한 행동의 배경에 사업적 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 보좌관 출신인 캐런 콘블루 독일마샬재단 책임자는 "기술은 지정학의 핵심이 됐다"면서 "그 중심에 머스크 CEO가 있어 흥미롭지만, 골치 아프게 됐다"고 말했다. 미 정치외교 잡지 디애틀랜틱은 최근 논평에서 머스크 CEO의 개인적인 성향이 전 세계인의 정보 공유와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그의 트위터 인수가 회사 자체를 넘어 지구촌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라고 우려를 했다.
머스크 CEO의 이 같은 거침없는 행보는 트위터뿐 아니라 테슬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머스크 CEO의 트위터 인수 이후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제너럴모터스(GM), 화이자, 아우디, 제너럴밀스 등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트위터에 대한 광고 중단을 선언했다. 미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7일 5.01% 폭락한 197.08달러로 마감하며 200달러 아래로 추락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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