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과는 담을 쌓은 마름모꼴 메뚜기를 아세요? [ 단칼에 끝내는 곤충기]
팍팍한 세상에서 잠시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재미난 곤충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흥미로운 이야기이므로 얘깃거리로 좋습니다. <기자말>
[이상헌 기자]
가을걷이가 끝난 논밭에는 마치 토막 낸 가래떡을 뿌려 놓은 듯한 하얀색의 둥그런 물체를 볼 수 있다. 추수 후 볏짚을 둥글게 말은 뒤에 비닐로 포장하여 발효시킨 다음 가축에게 먹이로 주기 위한 곤포사일리지(梱包silage). 기계영농이 발달하면서 만들어진 신조어로서 곤포는 거적이나 가마니 등으로 포장한 짐을 뜻하고 사일리지는 곡물을 저장하는 창고를 말한다.
▲ 곤포사일리지. 곤포는 거적이나 가마니를 뜻하고 사일리지는 곡물을 저장하는 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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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가 끝나면 떨어진 나락은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새들의 식량이 된다. 한 쪽에서는 식량을 철저히 수확하고 다른 편에서는 굶주리는 새들을 위해 곡물을 뿌려주고 있으니 이런 아이러니가 있을 수 있나? 이런 영농이 필요하다면 2퍼센트 정도의 개평은 떼어놔서 야생동물의 먹이로 함과 더불어 자연으로 환원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
세워 놓은 볏섬을 닮은 섬서구메뚜기
▲ 섬서구메뚜기. 개천이나 강변의 풀밭에서 짝짓기 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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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쭉한 마름모꼴의 몸매가 마치 묶어 놓은 볏섬을 떠올리게 하는 섬서구메뚜기는 6월부터 출현하며 11월까지 볼 수 있다. 애기 메뚜기를 어부바 하고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등에 업힌 녀석이 수컷이다. 사람이 다가서도 떨어지지 않고 몇시간 동안이나 업고 다니며 짝짓기를 한다. 교미 후에는 땅 속에 산란하기에 알로 월동하다가 이듬해 봄에 애벌레가 태어나 세대를 이어간다.
물가 주변의 풀밭에서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상추와 고구마 같은 작물에도 꼬이므로 농부의 미움을 받기도 한다. 메뚜기목 곤충이라 손으로 잡으면 거무스름한 위액을 토해낸다. 녀석의 유일한 방어수단인데 그다지 효과는 없다.
마름모꼴 몸매에 곰팡이를 먹고 산다
글쓴이는 축대에 대해 기묘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생긴 그대로의 화강암으로 만든 전통의 축대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으나 마름모꼴 돌을 쌓아 만든 옹벽은 지금도 무서움을 주는 대상이다. 어렸을 적 내 키보다 한 참이나 큰 마름모 축대를 보고 있으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공포를 느꼈다. 뾰족한 돌을 위태한 각도로 쌓아 올리고 시커먼 이끼로 뒤덮인 구멍으로 무언가 부정한 존재가 흘러나올것 같아 겁을 집어먹곤 했다.
정수리 털을 홀랑 밀어버리는 일본식 상투, 조리와 게다(일본인의 나막신), 엄지 발가락을 끼우는 일본식 버선 타비 등은 아직도 기이한 불안감을 주는 물건이다. 수없이 흔들리는 어른이 되어서야 이 기괴한 무서움의 정체를 깨달았다.
"김선생! 일본을 긍정적으로 볼라치면 반드시 실패헙니다! 일본은 야만입니다."
▲ 개이빨돌담. 견치석쌓기 또는 왜식쌓기라 불리는 일본의 축조 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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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축조 기술 가운데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양식이 견치(犬齒) 돌담이다. 마름모꼴 화강암을 쌓아 놓은 모습이 '개 이빨'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견치석쌓기' 또는 '왜식쌓기' 라고도 부른다.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에 유입된 방식으로 지금도 곳곳에 흔적이 남기고 있다. 순국선열을 모신 현충원에도 견치돌담이 보이는데 전통에 대해 무관심한 이들에 의해서 지금도 개이빨돌담이 지어지고 있다.
▲ 장삼모메뚜기. 마름모꼴 몸매에 날렵한 날개를 갖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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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세상에는 마름모 체형을 가진 모메뚜기가 있다. 야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순한 녀석으로 메뚜기 치고는 식성이 특이하여 낙엽과 곰팡이, 이끼, 미세조류를 먹고 자란다. 10mm도 안 되는 작은 녀석이지만 점프력이 무척 뛰어나다. 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찾아올 무렵 출현하여 성충으로 겨울을 난다. 안갖춘탈바꿈(불완전 변태)을 하므로 애벌레나 성충이나 모양이 마름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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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한국우취연합의 월간 우표에도 같이 등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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