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뻔한 위기에서 벗어나 이 책을 읽습니다

임명옥 2022. 11. 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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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청년붓다> 를 읽고

[임명옥 기자]

▲ 책 <청년 붓다> 고미숙 지음, 출판사 북드라망
ⓒ 임명옥
전에 나는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쓴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조선 후기에 살았던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풀어놓은 책이었다. 고전을 읽고 쓰고 말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가 연암을 소개하고 그가 쓴 열하일기를 소개하는 책은 잘 읽혔고 재미있었다. 

부처의 청년 시절을 다룬 책 

이번에는 저자가 소개하는 북드라망에서 출판된 <청년 붓다>를 만났다. 저자에 의하면 왕자 싯다르타는 어떻게 하면 '생로병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것인가, 라는 질문을 갖는다.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왕이 될 신분을 버리고 29세에 출가하여 35세에 깨달음을 얻은 자, 붓다가 되었다.

한창 청년 시절에 삶과 죽음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노력했고 스스로 이루어서 제목이 '청년 붓다'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붓다가 되기까지 왕자 싯다르타의 고민과 출가 후 고타마로 살 때의 고행과 수행, 깨달음의 길로 들어서기까지의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책은 13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각각이 한편의 에세이처럼 구성되어 있다. 에세이 1편의 청년 붓다의 사자후, <숫타니파타>에서 저자는 <무소의 뿔의 경>에 실려 있는 유명한 게송을 소개한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 아름다운 비유적 문장 속에서 붓다의 철학은 빛난다. 깨어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외부적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두려움 없는 사자가 되어야 하고 무언가에 미혹되지 않는 자유로운 바람이 되어야 하며 혼탁한 세상 속에서 자기중심을 지키고 청정함을 잃지 않는 연꽃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고 내면의 힘으로 깨달음의 길을 갈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붓다는 80세에 열반에 들 때쯤 "나를 의지하지 말고 법에 의지하고 자신을 의지처로 삼으라"라는 말을 남겼다. 살아생전에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친 붓다가 자신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법을 깃대삼아 자신의 삶으로 귀환하라는 뜻으로 나는 받아들인다.

자기 자신을 의지처로 삼으라는 말은 무겁고 엄중하게 들린다. 신앙에 의존하지 말고 존재를 통찰하며 스스로 길을 찾으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붓다는 혼자서 어렵게 가는 그 길을 찾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길에 무아가 있다.

자아 해체의 방법

나는 몇 년 전에 몸이 많이 아픈 적이 있다. 갑자기 들이닥친 통증은 일주일 동안 나를 두려움에 떨게 했고 생전 처음으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숨이 끊어질 것 같은 통증이 언제 또 시작될지 몰라 두려웠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들이었다. 고통이 수반된 괴로움은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고 죽음이 삶과 얼마나 가까운지 알게 되었다.

몸의 극심한 통증은 자아를 무력화시켰고 죽음이 코앞에 있다는 깨달음은 자아를 해체시켰다. 괴로움과 두려움, 죽음과 같은 통증 속에서 자아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아니 작아지고 작아져서 우주 속의 먼지가 되었다. 나는 이때의 경험으로 세계를 바로 볼 줄 아는 약간의 안목을 얻게 된 것 같다.

욕망과 괴로움의 원천인 자아를 해체시키는 방법은 억누름이나 제거가 아니라 분석과 통찰로 이루어진다. 자아가 해체된 자리에는 공허함과 패배감이 아니라 순수한 기쁨이 들어오고 무아는 나와 너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세계를 연결시키며 세상 만물의 연관성을 체득케 한다. 그래서 무아는 지혜로 가는 밝은 빛이고 자비의 시작점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삶의 근원적인 괴로움에서 해방될 수 있는 무아는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의 환경이 자아를 태동케 하고 자아를 중요시 여기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 살아남으려면 나를 돋보이고 나를 내세워야 한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나를 돋보이려는 우월감이 지배욕으로, 나를 내세우려는 우쭐함이 차별과 불평등으로, 더 많이 갖고 싶은 소유욕이 전쟁과 광기로 확장되는 것은 개인과 인류의 역사에서 흔하게 일어났다. 이러한 인류의 광기와 폭력과 파괴는 자아를 해체시킴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저자의 생각에 나 역시 공감한다.
 
▲ 숲에 난 길 밝은 빛이 비추는 숲길의 이미지가 바람처럼 사자처럼 연꽃처럼 혼자 가는 길을 닮아서, 그러나 자연 속에서 가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 임명옥
자아를 완전히 해체시키지는 못해도 나를 작게 만들고 나를 낮추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충만해짐을 나는 경험으로 안다. 그 평온해진 마음으로 일상에 감사를 느끼고 현재를 충실하게 살 수 있다. 충만해지면 충만해진 마음만큼 내가 크고 넓어져서 사람에게 친절하고 사물에 애정을 가지고 깊숙이 대하게 된다. 그러면 나의 자아는 먼지로부터 내가 눈길주는 세상만큼 넓어짐을 느낀다. 그래서 무아는 존재와 세계의 상호작용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붓다는 궁극에 대한 깨달음과 모든 중생을 구제하고자 하는 염원으로 용맹정진하는 삶을 살아서 우주만큼 넓고 바다처럼 깊은 무아의 경지에 이르렀을 것이다. 불자도 수행자도 아니라는 저자는 인류의 위대한 스승으로 2600년 전에 살았던 붓다의 사상을 오늘에 불러들인다.

욕망과 쾌락의 시대, 과학기술의 시대에 마음의 괴로움으로부터 해방되는 길, 서로가 서로를 보듬는 길을 소개한다. 나와 세계가 평화롭게 상호작용하면서 살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그 안에는 자연과 사람과 문명과 기술이 상호 보완하면서 함께 가는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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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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