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줄면서 업무 늘었는데... 과노동에 얼마나 버틸지"

장영우 입력 2022. 11. 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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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항공기 기내식 운반하는 최영길 님 인터뷰

[장영우]

인천 공항은 '공항서비스 평가(ASQ)'에서 늘 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공항'이란 화려한 수식 이면에는, 공항 업무 종사자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라는 그늘이 있다.

코로나 유행으로 많은 공항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었는데, 최근 여객 수요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남아 있는 노동자들의 업무량이 벅찬 상황이다. 인천공항에서 기내식을 운반하는 일을 하는 최영길 님을, 10월 22일 인천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비행기에 기내식을 싣는 노동자, 최영길 님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최영길이라고 합니다. 5년째 인천 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을 비행기에 운반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기내식 배송은 어떻게 합니까?

"영종도 인천 공항 근처에는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을 공급하는 곳이 있습니다. GGK(게이트고메코리아)라는 회사가 아시아나항공과 계약을 체결하여 기내식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아시아나항공에서 직접 기내식을 만드는 업무를 했지만, 경영이 어려워져 기내식 사업을 매각했고, 현재 외주의 형태로 GGK에서 공급합니다. 음식을 포함하여 음료수, 면세품, 소모품 등을 비행기에 탑재하는 업무도 합니다. 우리 회사는 그 GGK의 하청업체입니다. 

인천공항에는 기내식 조리업체가 몇 군데 있는데, 대부분 공항 근처에 있습니다. 음식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비행기 탑승 시간 내에 기내식을 공급해야 해서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기내식을 조리합니다. 우리는 기내식을 차량(푸드트럭)에 실어서 기내에 탑재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푸드트럭에는 공중으로 화물을 올려 항공기에 탑재할 수 있는 리프트 기능이 있습니다. 비행기 문이 열리면 기내식이 담겨 있는 카트를, 갤리라고 하는 비행기 주방에 운반하는 겁니다. 2인 1조로 작업하는데 조리업체에서 비행기 2대분의 기내식을 푸드트럭에 싣고 옵니다. 단거리 노선은 음식량이 적지만 장거리 노선은 음식량이 많지요."

- 운반 및 탑재 업무로 인해 건강이 나빠지는 경우가 있습니까?

"기내식 카트는 바퀴가 달려서 무겁진 않은데 소모품은 상자에 채우고 들어서 비행기, 갤리에 넣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오래 근무한 분들은 어깨, 팔목, 허리의 만성질환이 있습니다. 그런데 병가를 내면 무급으로 쉬어야 합니다. 산재 신청도 쉽지 않고요."

- 비행기는 밤낮 쉴 새 없이 이ㆍ착륙할 텐데 근무 시간은 어떻게 됩니까?

"항공편에 따라 근무하기 때문에 매일 출근 시간이 다릅니다. 스케줄 근무라고 하는데요. 이르면 새벽 4시 반에 출근할 때도 있고, 오전 6시 반, 오후 1시, 4시 등 출근 시간이 매일 다릅니다. 그리고 우리는 주말이 따로 없습니다. 3일 근무하고 1일 쉽니다. 스케줄은 1개월 전에 공지되는데, 업무를 하다 보면 변경될 때도 있습니다.

연장 근무도 있습니다. 연장 근무 날에는 새벽 5시 반에 출근하고 저녁 7시나 8시에 퇴근하기도 합니다. 회사에서는 인력을 충원하기보다는 노동자들에게 연장 근무를 시키는 것이 인건비가 덜 드니 연장 근무가 발생하는 거 같습니다."
 
 항공기에 기내식이 실리고 있다. 비행기 운항 시간에 맞추어 출근시간이 매일 달라진다.
ⓒ 최영길
 
- 근무 시간도 다르고 연장 근무도 있으니 일하는 게 쉽지 않겠네요.

"공항이 화려하다보니, 공항 업무를 잘 모르는 분들은 공항에서 근무하면 근무환경이나 노동조건이 좋을 거라고 예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공항에는 많은 직종이 있는데 전반적으로 업무환경이나 임금이 좋지는 않습니다. 여기도 근무환경은 좋진 못해요. 우선 매일 출근 시간이 다른 스케줄 근무가 힘들지요. 새벽 4시 반에 출근해야 하는 날이면 저는 새벽 3시에 일어나서 3시 반에 집에서 출발합니다. 오늘도 새벽 4시 반에 출근해서 오후 1시에 퇴근했네요. 기본급이 낮게 설정이 되어 있는 임금구조라서 연장 근무를 해서 임금을 맞춥니다. 매일 연장 근무를 하진 않지만 지금도 연장 근무를 하면 하루 14시간 정도 근무를 합니다. 

2018년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기내식 만드는 업체에서 화재가 나서 다른 작은 업체에 기내식 업무를 맡겼는데, 물량을 소화하지 못했었던 것이지요. 당시 기내식 협력업체 사장이 자살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당시 한꺼번에 업무가 몰려 새벽에 일을 시작에서 저녁 8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을 정도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습니다.

비행편에 맞추어 일하다 보면 식사 시간이 보장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저녁 시간에 항공편이 있으면 제때 밥을 못 먹기도 합니다. 비행기가 착륙 후 곧바로 이륙하는 스케줄의 경우 역시 힘들지요. 똑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시간에 쫓겨서 일하게 되니 더 힘들어요. 그리고 공항은 그늘이 없는 허허벌판이잖아요. 여름은 더워서, 겨울은 추워서 힘들지요.

이렇게 일이 힘들다 보니 이직률이 높습니다. 더구나 요즘 워라밸(일-삶균형) 이야기도 많이 하잖아요. 직원이 오래 일하는 경우는 많진 않아요. 출퇴근 시간도 일정하지 않고 주말에도 일하고 연장 근무도 하니까 오래 근무하기 힘듭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15명이 입사하고 1년이 지나면 1, 2명 남아 있는 정도였습니다."

- 코로나가 업무에 미치는 영향이 많았을 거 같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우리 직원이 22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 절반인 110여 명입니다. 거의 반으로 줄었지요. 코로나 유행 시기에는 우리도 업무를 할 수 없었는데 통상임금 70% 정도 가량의 정부지원금을 받고 버텼습니다. 그리고 3개월마다 한 달씩 근무했습니다. 근무하는 달에도 업무가 많지 않아 기본급밖에 받지 못했는데요.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우리는 기본급이 얼마 되지 않아요. 그래서 일할 바에야 차라리 정부지원금 받으면서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는 직원들도 많았습니다. 많은 직원이 자·타의로 그만두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연장 근무, 스케줄 근무로 힘들었지만 버텨가며 일을 해나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유행 사태가 터지고 일이 확 줄었습니다. 비록 원치 않은 휴식이었지만, 이후 업무 복귀를 하니 이제는 예전처럼 힘들게 일하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요. 그리고 코로나로 생긴 여유 시간에 다른 일자리 알아보다가 이직한 분도 많습니다.

요즘 코로나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줄어들면서 항공편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력 충원은 늘어난 항공편만큼 되지 않으니 연장 근무가 자주 생기고 있습니다. 신규 채용 공고를 해도 실제로 채용이 잘되지 않아요. 일단 스케줄 근무에서 다들 거부감을 가지니깐요. 회사에서 말로는 인력 충원을 하겠다고 하지만, 관리자들은 예전에는 더 힘들게도 일을 했으니 지금도 과거의 방식으로 노동자들 쥐어짜서 운영하려는 생각인 거 같습니다. 사람들의 생활과 사고가 바뀌었는데 관리자들의 마인드나 업무수행 방식은 변화하지 않아 문제입니다. 이렇게 처우가 나쁘니 회사에 대한 신뢰는 별로 없는데 인원이 줄어 노동강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남아 있는 직원들이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습니다."

- 노동조합을 결성한 계기는요?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 회사가 전 직원에게 해고통지를 했습니다. 회사는 전체 해고를 한 다음 조금씩 다시 인력을 채용하려는 의도였을 겁니다. 먼저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이야기했는데 그 조건이 좋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으니 전체 해고통지를 보냈던 거지요. 갑자기 해고통지를 받고 다들 노동조합을 결성해야 한다는 의견일치를 보았고 급하게 노동조합을 결성하였습니다. 이후 기자회견도 하고 청와대 앞에서 시위도 했습니다. 투쟁 끝에 전원 해고를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도 고용유지 지원금 신청 대상인 걸 알았고요. 그래서 우리가 인천공항 최초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았습니다."

- 노조가 만들어지고 달라진 점은요?

"예전에는 관리자가 연장 근무를 요청하면 그냥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관리자가 우리에게 연장 근무를 부탁합니다. 이렇게 조합원들이 예전에는 회사나 관리자가 지시하는 대로 따랐지만, 지금은 회사에서 먼저 노조와 상의하면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이런 점이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좋아진 면입니다. 사명감으로 노동조합 일을 시작했지만, 처음 해보는 일이라 쉽지만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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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장영우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장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 일터 11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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