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분쟁 새국면"....이스라엘 새 정부 국제사회 '고립 경고음'[글로벌포커스]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이스라엘 총선에서 극우 세력과 연대한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승리하면서 중동을 비롯한 국제 정세에 변화가 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하 이·팔 분쟁) 격화로 불안해진 치안이 보수 우파 네타냐후를 재소환했지만, 이번 총선 승리의 실질적인 주역으로 급부상한 극우 정치인 이타마르 벤그비르와의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네타냐후를 넘어서는 초강성 보수 우파인 그가 새 정부에서 실질적인 권력을 쥘 경우 자칫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스라엘 총선을 통해 극적으로 귀환한 네타냐후 블록은 전체 120석 중 절반이 넘는 64석을 확보해 승리를 확정했다. 공식 개표 결과에 따르면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32석을 얻어 24석의 예시 아티드와의 격차를 크지 벌리지 못했다. 반면 벤그비르가 이끄는 독실한 시오니즘당은 14석을 얻어 일약 원내 3당으로 도약했다. 급진 우파 중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많은 의석수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는 ‘네타냐후’가 아닌 ‘벤그비르’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화약고 회귀하나… "이·팔 분쟁 새 국면"= 6일(현지시간) 타임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이날 예루살렘 호텔에서 정당 지도자들과 만나 차기 정부 구상을 위한 첫 비공식 회의를 열었다. 네타냐후가 15년 장기 집권의 발목을 잡은 부패 혐의를 벗기 위해 벤그비르와 그의 정치 파트너 베잘렐 스모트리치와의 협력이 불가피한 만큼 이들이 새 내각의 요직을 꿰차게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벤그비르는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여기는 팔레스타인 내 정착촌 확대와 일방적인 영토 병합을 주장해 온 초강성 우익 지도자다. 2007년 테러 조직을 지원하고 인종 차별을 선동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력도 있다. 가디언은 "벤그비르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폭력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 왔다"며 "그는 종국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대한 완전한 병합을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역내 긴장은 벌써 고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5일 이스라엘군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10대 팔레스타인 청년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18세의 무사브 노팔은 가슴에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또 다른 팔레스타인인도 총상으로 중상을 입었다. 미 ABC뉴스는 이번 사태가 네타냐후가 벤그비르와 연정으로 복귀하는 정치적 변화와 무관치 않다고 전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도 이스라엘 총선 결과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지난 3일 로켓을 발사했다. 가자지구 무장정파와 이스라엘군의 무력 충돌은 지난 8월 이후 처음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이스라엘 총선 결과에 대해 "점령지 내 정착촌 확대를 주장하는 극우 정치인들의 부상"이라고 촌평하면서 "새 정부가 정부 구성과 정책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지켜본 뒤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후세인 알셰이크 PA 민정장관은 "팔레스타인 당국과 평화협정을 재개할 의지가 있는 파트너가 없다면, 이·팔 분쟁은 새 국면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P통신은 이에 대해 이스라엘 정치의 극우화는 요원해진 이·팔 평화협상을 더 멀리 밀어내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직면한 도전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핵무장’ 이란과 격랑… "로켓 발사, 우려스럽다"= 적국인 이란과의 관계도 핵무장을 둘러싸고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3단 고체연료를 장착한 인공위성 발사용 로켓 ‘가엠-100’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를 두고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은 "(IRGC 시험발사는) 이스라엘을 향한 명백한 위협"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장이 됐다"고 전했다. 현지 방송 채널12도 "이란이 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발사하는 것은 탄도미사일 성능을 과시하겠다는 신호"라며 우려했다.
네타냐후가 앞서 2012년 총리 집권 시절 보수 우파 성향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당시 이란 대통령과 극렬하게 대립했던 전례가 있던 만큼 현 대통령인 에브라힘 라이시와의 강대강 대치도 우려된다. 반미 성향이 강한 라이시는 ‘이스라엘이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한다’는 강경 발언을 일삼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아랍 국가들도 또 다른 갈등의 축이다. 모든 아랍인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벤그비르는 이스라엘 경찰이 ‘테러리스트’ 아랍인을 사살할 수 있는 더 큰 법적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움직임은 아랍 사회에 공포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을 고립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美와의 관계도 시험대… 나흘 만에 축하 전화한 바이든= 벤그비르가 새 정부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미국과의 동맹관계도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오랜 동맹국으로, 건국 이후 매년 미국으로부터 군사원조를 받아왔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군사적 이해관계를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원조 요청을 외면하면서 미국과의 관계에 균열이 일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7일에서야 네타냐후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는 전화 통화를 했다. 선거 결과가 확정된 지 나흘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승리했을 당시 당선 발표 11시간 만에 통화가 이뤄졌다는 점과 대비된다.
앞서 이스라엘 현지 방송사 채널12는 우크라이나, 헝가리, 인도, 그리스 등 주요국 지도자들이 공식 선거 결과 발표 이전부터 네타냐후에게 축하를 전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축하를 전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바이든의 축하 전화가 늦어지는 것이) 좋은 징후는 아닌 것 같다"며 이를 미국·이스라엘 관계 위기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신냉전 구도 속 이스라엘 총선 결과는 이른바 ‘핫버튼’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의 중동 핵심 전략인 ‘두 국가 해법(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각각 독립국으로 인정)’에 가장 역행하는 인물인 벤그비르의 향후 행보가 관건이다.
아울러 가디언은 벤그비르가 내각에서 요직을 맡을 경우 미국으로부터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 정치 매체 악시오스도 익명의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미 정부는 벤그비르와 그 밖의 극우 인물과는 협력하지 않겠다"며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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