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재발에 합병증 심했지만… 난소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아미랑]

최지우 헬스조선 기자 2022. 11. 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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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랑 100회 특집 인터뷰⑥>
신경옥씨와 그의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희승 교수/사진=서울대병원 제공
아미랑 100회 특집 여섯 번째 인터뷰입니다. 오늘은 두 번의 재발을 겪은 끝에 난소암을 이겨내신 신경옥씨를 소개합니다. 신씨의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희승 교수도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증상 미미한데 전이 빠른 암
난소암은 여성암 사망률 1위에 해당하는 치명적인 암입니다. 우리나라 난소암 발생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내 난소암 환자는 2016년 1만8115명에서 2019년 2만4134명으로 약 33.2% 늘었으며 젊은 여성 환자 역시 증가 추세입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난소암 역시 빨리 발견할수록 예후가 좋습니다. 생존율이 1기 약 85%, 2기 약 65%, 3기 약 30%, 4기는 약 20% 미만입니다. 하지만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서 조기진단이 어려운데다 암이 발생하면 퍼지는 데까지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아 대부분 3~4기에서 발견됩니다. 난소암은 나팔관과 난소에서 암이 발생한 다음 암세포가 씨를 흩뿌리듯 퍼져 나가 번집니다. 이를 파종이라 합니다. 특히 복막파종(장기를 둘러싼 복막에 암 세포가 자라는 것)이 잘 생깁니다.

난소암은 가족력이 있을 때 위험합니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어도 발병 위험이 높아집니다. 가족 중 난소암을 겪은 이들이 유전자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효과적인 예방법입니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되면 가임기가 끝날 시기에 예방적으로 난소, 나팔관을 제거하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항암 후 한 달 만에 재발
2013년 6월에 난소암 3기를 진단 받은 신경옥(55·서울 은평구)씨는 수술 후 5개월간 항암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2014년 5월, 난소암이 재발했습니다. 수술을 위해 추가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몸이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아, 약을 계속 바꿔가며 치료했는데요. 마침내 암 크기가 줄어들어 수술이 가능한 상태가 됐고, 2014년 8월 두 번째 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난소암은 파종이 많이 되는 암이라 수술을 통해 암이 퍼진 부위를 최대한 많이 제거해야 합니다. 신씨의 뱃속에서도 암이 군데군데 퍼져 있었습니다. 장, 비장, 담낭, 횡격막 등을 거의 다 제거했습니다.

암과의 작별은 어려웠습니다. 2015년 4월, 난소암이 또 다시 재발했습니다. 두 번째 재발이었습니다. 2015년 9월까지 항암 치료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항암제 젬시타빈에 좋은 반응을 보여 수술 없이 2020년 9월에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현재까지도 전이나 재발 없이 안정적인 상태입니다.

9개월간 합병증 시달려
신씨가 난소암 투병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합병증으로 인한 고통이었습니다. 신씨는 암이 처음 재발해 두 번째 수술을 받은 이후 여러 합병증을 겪었습니다. 퍼진 암세포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왼쪽 요관(신장에서 방광으로 소변을 흘려보내는 관)을 절제했는데 이로 인해 소변이 자꾸 배 안으로 새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수술 후 열흘째에는 장이 파열됐습니다. 장이 터져 염증이 생기고 열이 나서 인공항문인 장루를 달았습니다. 장루란 배에 구멍을 내 장의 일부를 꺼내서 항문 대신 장 내용물을 빼내는 주머니입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도 항암 치료를 병행해야 했기에 무척 힘들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몸이 점점 회복되면서 2015년 4월에 장루를 떼어 내는 장루복구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끝까지 포기 하지 않고 난소암을 극복한 신경옥씨와 주치의 김희승 교수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신경옥씨>

신경옥씨/사진=서울대병원 제공
처음 진단받았을 때 심정은?
“흔히 암을 진단 받으면 ‘다섯 단계’의 감정 변화를 겪는다고 하는데, 저도 급격한 감정 변화를 느꼈습니다. 처음 암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갑자기 멍해지면서 주위 소리가 잘 안 들렸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을 헤매다 물어물어 찾아갈 정도로 충격이 컸습니다. 제가 암이라는 사실을 부정도 했다가 왜 암에 걸린 건지 모든 것을 원망도 했고요. 결국엔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암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치료에 임했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암 치료 자체보다도 합병증이 더 괴로웠습니다. 반년 정도 장루를 달고 지냈는데 이때 느낀 수치스러움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3개월마다 요관에 스텐트를 삽입하기도 했는데요. 스텐트를 교체할 때마다 상당히 고통스러웠습니다. 지금도 이 모든 일을 어떻게 견뎠나 싶을 정도로 괴로운 과정이었습니다.”

치료를 포기하고 싶던 순간은 없었나요?
“난소암이 두 번째 재발했을 때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괴로운 항암 치료와 합병증을 모두 견뎌냈는데도 암이 또 다시 생겨서 절망적이었습니다. 치료하는 게 모두 부질없는 일 같았어요. 그럼에도 제가 끝까지 치료받을 수 있었던 건 제 마음을 이해해준 가족들 덕분입니다. 아이들은 공부하는 틈틈이 저를 간호했고 남편도 제 건강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3주 간격으로 항암 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그때마다 백혈구 수치나 면역력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치료가 끝나면 음식을 쳐다보기도 싫었는데, 그때마다 남편이 고단백 식단을 준비해줘서 고마운 마음에라도 든든하게 챙겨 먹였습니다. 김희승 교수님도 ‘의사도 포기 안 한 치료를 왜 환자가 포기하느냐’며 치료 의지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암 극복 비결은?
“제 주변 사람들과 즐겁게 지낸 겁니다. 치료를 받고 집에 돌아오면 남편이 제 친구들을 불러주었습니다.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배려해줬습니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눈썹도 없는 병색이 완연한 모습이었지만 친구들이 그런 제 모습도 전부 사랑해줬습니다. 이야기 나누고 웃는 것만으로 마음과 몸이 많이 회복되는 걸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적인 고통이 클 때가 많았는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은 게 아주 큰 도움이 됐습니다. 상담 및 치료를 통해 우울감과 좌절감에서 벗어나 가족들과 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암 치료를 끝까지 무사히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난소암과 싸우고 계신 다른 환자들에게 한 말씀.
“암에 걸리면 여러 이야기에 흔들리기 쉽습니다. 저도 요양원에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다른 환자분들을 통해 여러 식품이나 자연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유혹에 빠질 뻔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원칙이었습니다. 주치의만 믿고 따라야겠다는 다짐을 져버리지 않았습니다. 지나고 보니, 제 주치의인 김희승 교수님만 믿고 원칙적인 치료를 잘 받은 덕분에 제가 살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식은 깨끗하고 위생적인 것을 챙겨 먹었습니다. 잘 먹었고, 운동은 틈나는 대로 했습니다. 너무 강박을 갖지 마세요. 마음이 평안해야 건강관리가 잘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좋은 교수님을 만나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길 바랍니다.”

<김희승 교수>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희승 교수/사진=서울대병원 제공
현재 신경옥씨의 건강 상태는?
“아주 건강한 상태입니다. 2014년에 수술 받은 이후, 합병증이 생겨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요. 만약 그때 난소암 파종을 다 제거하지 않았더라면 추후 항암 치료의 효과를 보지 못했을 겁니다. 현재 난소암은 약물 치료가 상당히 발전했지만 아직까지는 수술적 치료가 가장 중요합니다. 같은 난소에서 발생했더라도 파종된 종양마다 각기 다른 유전적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다 달라서, 가능하면 수술적 치료를 통해 제거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치료 중 어려움은 없었나요?
“난소암은 1차 수술보다 재발성 수술이 더 고난도입니다. 이전 수술로 배 안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인데요. 신경옥씨에게 수술과 약물 치료 중 어떤 치료가 도움이 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만약 수술로 장이 많이 훼손됐을 경우,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표적 치료제를 쓰면 다른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합병증은 한 번 발생하면 전신 상태가 나빠져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조심스러웠습니다. 마침 독일 연수 중 배운 재발성 난소암 수술법이 신씨에게 도움이 될 듯해 수술을 시행했고, 결과가 좋았습니다.”

현재 난소암 치료의 현황은?
“정밀의료 시대가 시작되면서 표적 치료제가 많이 개발됐습니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특히 효과적인 ‘파프억제제’가 등장해 유전자 변이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또 다른 치료제인 ‘베바시주맙’도 생존율을 높였습니다. 암세포는 자라면서 생존을 위해 혈관을 끌어오는데요. 이러한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표적 치료제입니다. 이외에도 면역 항암제인 ‘키트루다’와 온열항암요법 등이 좋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난소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담당 의사를 믿고 따라주세요. 현재 우리나라 난소암 치료 성적이 정말 좋습니다. 치료법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치료에 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병원 밖을 나서면 하루하루 어떻게 더 의미 있게 살아갈지 고민해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암에 걸렸다고 죽는 게 결코 아닙니다. 암은 지나가는 것이라는 걸 기억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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