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핵실험 우려 속…美전문가 "갱도 봉쇄땐 핵실험 임박"

배재성 2022. 11. 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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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018년 5월 공개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입구. 연합뉴스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핵 전문가는 북한 핵실험 임박의 구체적인 징후로 갱도 봉쇄를 꼽았다. 갱도를 막고 2~3주가 지나면 기능을 상실하는 만큼 갱도가 봉쇄되면 곧바로 핵실험을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8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국의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핵실험을 위한 준비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하는 것은 갱도를 막는 것”이라며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다면 갱도나 갱도 입구를 막아 핵실험 시 발생하는 폭발파나 방사능 파편, 낙진이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갱도 봉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실제 핵실험 시기를 가늠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갱도를 막은 후 2주에서 1달을 기다릴 경우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수 있다”며 “북한으로서는 최대한 핵실험 실시 직전에 갱도를 봉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갱도 봉쇄는 핵실험 시 발생하는 원자폭발을 막기 위한 매우 정교한 준비 과정으로 한번 막으면 다시 들어가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 같은 갱도 봉쇄는 민간 위성사진으로는 포착이 불가능하지만 군이나 정보당국에서는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미 정보 당국이 북한의 7차 핵실험 임박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갱도 봉쇄 흔적을 봤기 때문일 수 있다”며 “핵실험은 아주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갱도 봉쇄 흔적이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면 하루 이틀 내에 핵실험을 바로 실시하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핵실험을 위해서 갱도 봉쇄 전까지 기폭을 위한 장치와 핵폭발 위력 계측을 위한 진단 장비를 갱도 안으로 모두 옮기고 전기 케이블이 제대로 연결돼 있는지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일도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를 위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내에서 인원과 차량을 움직이는 모습이 관측돼야 하지만 최근 그 같은 징후는 포착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북한이 마음먹을 경우 이를 숨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포착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갱도 내부에 장비들이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핵실험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북한의 핵실험시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막을 명분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중국이 유엔 대북 결의를 저지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신뢰성은 완전히 훼손되고 세계는 더욱 양극화될 것”이라며 “중국이 북한에 핵실험 자제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방문객이 임진강 이북을 바라보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전날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과 관련해 '미국 11월 중간선거 이전(11월7일)까지 가능성이 있다'는 기존 정보분석을 유지했다.연합뉴스


앞서 미한 당국은 북한이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친 것으로 평가해왔다.

미 국방부의사브리나 싱 대변인은 지난 4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여전히 우려하며, 북한이 그러한 실험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 9월부터 줄곧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특히 중국 당대회 폐막일인 10월 22일부터 미국 중간선거가 펼쳐지는 11월 8일 사이에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7차 핵실험 관련 질문에 “언제든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아주 임박했을 때 보이는 구체적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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