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2년 강리도와 구글 어스 대조해보니 [책이 나왔습니다]

김선흥 2022. 11. 8.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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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도 강리도 탐사록 '1402 강리도'를 펴내며

[김선흥 기자]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壹疆理歷代國都之圖>(아래 강리도)라는 놀라운 지도가 1402년 조선에서 나왔다. 그로부터 200년이 지난 후 왜란으로 나라는 초토화되었고 지도도 사라지고 말았다. 1991년 말 강리도는 수백년의 침묵을 깨고 마침내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 강리도의 한반도와 중국 1910년 교토대학에서 모사한 지도의 부분
ⓒ 김선흥
 
워싱턴의 국립미술관에서 개최된 콜럼버스항해 500주년 기념전시회에서였다. 그로부터 다시 10년 후인 2002년 11월 저 멀리 남아공의 국회가 개최한 지도 전시회로 행차했다. 이 지도가 아프리카를 최초로 그린 것이기 때문이었다. 만델라가 놀란 눈으로 강리도를 본 것은 그때였다.  
1994년 미국에서 나온 명저 <지도의 역사> 아시아편, 2007년에 유네스코에서 나온 <인류의 역사> 제 4권(600-1492 시기를 다룬 것으로 총 1581 쪽, 프랑스어)은 강리도를 표지에 싣고 있다. 일본에서는 강리도 연구서가 두 권이나 나왔다. 강리도를 표지에 올린 외국 서적들을 일람해 본다.
 
▲ 강리도를 표지에 올린 외국서적들 강리도를 표지에 올린 외국서적들(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일어)
ⓒ 김선흥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1995년 <지도의 역사>(미국, 1999년), <지리상의발견 지도첩>(스페인, 2007년), <몽골이 낳은 세계도>(일본, 2008년), <인류의 역사>(파리, 유네스코, 2020년), <최고最古의 세계지도를 읽다>(일본).
나라 밖에서는 강리도로 역사를 다시 쓰는 사례가 허다하다. 이처럼 언어와 국가를 달리하는 강리도 탐구 대장정이 지구촌에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지도의 모국은 외딴 섬처럼 고요하기만 하다. 모국의 오랜 묵언수행 끝에 마침내 고고성(呱呱聲)이 울렸다. 
 
▲ 신간 <1402 강리도> 신간 <1402 강리도>, 김선흥저,편집 이윤희, 2022.11.09출간, 네잎 클로버
ⓒ 김선흥
 
필자가 쓴 책 <1402 강리도>는 강리도에서 알프스 산과 댜뉴브강, 베네치아와 산마르코대성당, 베네치아 아래로 흐르는 아디제(Adige)강, 러시아의 고성 나린 칼라(aryn Kala), 중앙아시아의 전설적인 '방황하는 호수' 로프노르(LopNor)와 모레사막에 묻혀버린 누란 왕국 등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을 독자적인 탐구를 통해 찾아낸 과정과 결과를 담고 있다. 나는 글로 밝혀 두었다.
 
"이 지도에 대하여 많은 사람이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것들을 나는 더러 발견하였고 그때마다 놀란 눈을 크게 떴다. 유럽의 다뉴브강과........ 그 수많은 것들이 600여 년 전 선조들이 물감에 붓을 적셔 비단에 그린 지도에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무엇보다도 이런 놀라운 사실이 지도의 모국인 한국에 여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골방과 산속의 고요한 새벽에 나는 까닭 모를 지도의 매력과 고혹적인 수수께끼에 사로잡힌 채 탄식을 삼키고 우두망찰했으며 환호성을 터뜨리기도 했다. 강리도 이야기를 들어줄 미래의 초롱 눈망울들을 떠올리며 나는 골방에 턱을 괸 채 그리움을 오래 키웠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지도는 여행의 기록이자 길잡이다. 서울에서 도보로 유라시아를 가로질러 파리까지 여행을 한다고 해보자. 여행자는 먼저 구글어스Google Earth를 검색해 볼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이렇게 말한다면? '1402년 조선에서 만든 지도로도 찾아갈 수 있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구글어스와 <강리도>를 대조해 보자. 이것은 믿어지지 않지만 사실이다. 1402년 조선에서 만든 <강리도>라는 지도에 프랑스 파리가 근사한 위치에 표시되어 있는 것이다."
 
이 지도로 파리 뿐 아니라 포르투갈의 리스본, 심지어 호카곶(Roca Cabo/Rock Cape, 포르투갈의 최서단이자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도 찾아 볼 수 있으며 이태리의 베네치와 주변 지리를 요량할 수 있다. 자구 저 너머 남아공의 오렌지 강도 찾아갈 수 있음을 이 책은 눈 앞에 보여준다.   
  
▲ 강리도에 그려진 남아공의 오렌지강 강리도에 그려진 남아공의 오렌지강, 실제지리를 반영하다
ⓒ 김선흥
   
▲ 강리도에 표시된 포르투갈의 호카곶 강리도에 표시된 포르투갈의 서단 호카곶, 실제 지리와 호응한다
ⓒ 김선흥
강리도에서 가장 난해하고 의미심장한 지역은 중국 너머의 서방세계이다. 빼곡한 한자 지명들이 각각 어디를 가리키는지를 학술적으로 고증하는 일이 지극히 어렵기 때문에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었다.  
하지만 근래에 그 일부가 일본의 스기야마杉山와 카자흐스탄의 눌란Nurlan에 의해 풀리게 되었다. 이를테면 요단강 하류에 '忽思'(홀사, 중국음 '후스')라는 지명이 있는데 이것이 예루살렘을 가리키는 아랍어 지명 '알쿠스 Al-Quds (Arabic: اَلْـقُـدْس)'를 옮긴 것으로 밝혀졌다.  
 
▲ 강리도의 최서방 강리도에서 중동, 아프리카, 유럽
ⓒ 김선흥
 
물론 이는 수많은 사례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받은 필자는 몇 년 전 오마이뉴스에 관련 내용을 연재한 바 있다. 오늘날 여행객들은 구글어스를 검색하지만, 이 책은 강리도를 펴놓고 암호들과 씨름하며 전인미답前人未踏의 미로를 탐사한다. 

남아공의 오렌지강→나일강의 원천 '달의 산'→이베리아반도의 도시들 →요단강/예루살렘→아라비아 반도의 바그다드/바스라/메카/아덴 →인도반도→다시 남아공→탄자니아 잔지바르→에티오피아 모가디슈→ 이집트의 카이로/멤피스/ 푸와→ 리비아의 트리폴리스→모로코의 카사블랑카/페스/시질마싸→지중해의 시칠리아/지브롤터→ 포르투갈의 호카곶/ 리스본-→ 대서양의 아조레스군도→이태리의 로마/제노바/베네치아/알프스산/아디제강→독일→파리→다뉴브강→크로아티아의 스톤→-터키의 이스탄불(콘스탄티노플) →카스피해→러시아의 데르벤트와 성곽...

이런 곳들을 강리도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여태 보려 하지 않았고 보아도 알 수 없었을 따름이다. 이 책에서 강리도는 중세의 구글어스이자 세계사적 진보珍寶임과 동시에 한국인의 주체성과 개방성을 융합한 웅혼한 심상도心象圖, 더 나아가 미래를 부르는 깃발로 되살아난다.
 
▲ 피렌체 갈릴레오 박물관의 강리도 피렌체 갈릴레오 박물관의 강리도 동영상 캡처
ⓒ 갈릴레오 박물관
이태리 피렌체의 갈릴레오 박물관의 강리도는 황홀하다. 강리도는 주인이 모르는 새에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빛나고 있다.    

"담장안에 핀 꽃 만리밖에 향을 풍기네, 주인은 그 향을 모르는데..." 

가장 논쟁적인 대목은 국내의 중화론에 대한 반론이다. 다수 학자들이 주장하고 교사와 강사들이 가르치고 있는 '강리도=중화주의적 세계도'라는 관점이 오류임을 이 책은 논리적으로 그리고 실증적으로 밝히고 있다. 영감어린 강리도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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