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익은 민주, 지지는 공화 ‘머스크 딜레마’ [3분 미국주식]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200달러 선이 붕괴됐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에도 견조하게 성장해온 테슬라에서 찾을 수 있는 악재는 SNS 플랫폼 트위터 재편에 몰두하면서 정치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오너 리스크’뿐이다. 머스크는 집권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웠지만, 테슬라 경영자로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도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혜택을 얻는 모순에 놓여 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면 IRA 개정은 불가피하다. 테슬라의 판촉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8일(한국시간) 마감된 나스닥에서 5.01%(10.39달러) 급락한 197.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96.66달러까지 밀려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지난 8월 주식을 3대 1로 분할하기 전만 해도 1000달러를 넘었던 주가는 이제 190달러대로 내려갔다. 3개월 전 주식분할 이전의 가격을 반영하면 600달러 선이 붕괴된 셈이다.
테슬라 판촉에 유리한 IRA 법안을 3년 유예하는 개정안은 미국 상하원에서 모두 발의됐다. 민주당 소속인 테리 스웰 앨라배마 하원의원은 지난 5일 IRA 시행을 2025년 12월까지 미루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상원에서는 지난 9월 민주당 소속 래피얼 워녹 조지아주 의원에 의해 같은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적으로 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 7500달러(약 1050만원)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테슬라의 입장에선 한국·일본·유럽 자동차 기업에 불리한 IRA를 통해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IRA 3년 유예 개정안이 상하원을 통과하면 테슬라는 그 반사이익을 누릴 수 없게 된다.
IRA 개정 최소화가 테슬라에 유리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날 시작되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선방해야 한다. 하지만 중간선거를 앞둔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의 상하원 장악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은 IRA에 반대해 왔다.
중간선거 판세가 테슬라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지만, 머스크는 공화당 지지 발언을 중간선거 시작 전까지 쏟아냈다.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에 “무소속 성향 유권자들에게 공화당에 투표하라고 추천한다”고 적었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경영에 몰두하는 점도 테슬라의 악재로 꼽힌다.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는 이날 “테슬라 최근 주가 하락이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이후에 발생했다”며 “테슬라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자동차 수요 둔화, 공급망 문제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투자자들은 머스크가 테슬라에 집중하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SNS 플랫폼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인 메타플랫폼스는 이날 나스닥에서 6.53%(5.93달러) 상승한 96.72달러에 마감됐다. 메타는 올해 내내 이어진 경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대규모 감원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7일 “메타가 이르면 9일 수천명의 직원에 대한 감원을 단행할 예정”이라며 “메타 경영진은 이미 임직원에게 이번 주 중으로 불필요한 휴가를 취소하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월까지 집계된 메타의 임직원 수는 8만7000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 시절부터 이어진 메타의 18년 역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구조조정이 시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타 대변인은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 중고차 거래 플랫폼 카바나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15.64%(1.37달러) 급락한 7.39달러에 장을 끝냈다. 지난주 ‘어닝 미스’를 기록한 올해 3분기 실적의 영향이 이번 주 첫 거래일로 넘어왔다. 카바나의 분기 주당순이익(EPS)은 -2.67달러로, 월스트리트 전망치인 -1.87달러를 밑돌았다. ‘마이너스 EPS’는 주당순손실을 의미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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