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도착시간 조작·보고서 삭제 정황…"용산署, 부러움 대상서 공공의 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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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현장 도착시간 조작', '보고서 원본 삭제 정황'.
156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 지역을 관할했던 서울 용산경찰서의 안이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8일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따르면 지난 7일 경찰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정보계장을 피의자 전환했다.
용산경찰서 상황보고서엔 이 전 서장이 현장에 오후 10시20분, 즉 참사가 발생하고 5분 후 도착한 것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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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이전부터 과중한 업무 시달린 용산서 경찰
송파서보다 약 300명 적은 인원…"고생했는데 허무해"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서장 현장 도착시간 조작', '보고서 원본 삭제 정황'. 156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 지역을 관할했던 서울 용산경찰서의 안이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위상이 급상승했던 용산서가 참사 이후 미흡한 대처로 경찰조직 내에서 '공공의 적'으로 내몰리는 분위기다.
8일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따르면 지난 7일 경찰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정보계장을 피의자 전환했다. 이들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직무유기, 직권남용, 증거인멸 등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서장은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 통제 지휘를 하다가 오후 9시47분께 이태원 참사 관련 보고를 받고 이태원파출소를 향해 관용차로 움직였다. 녹사평역 인근에서 도로가 막히자 그는 걸어서 이태원파출소를 가지 않고 차량으로 갈 수 있는 우회로를 탐색했다. 도보로 13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지만 우회로를 찾는 바람에 오후 11시5분이 돼서야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 이태원 참사는 오후 10시15분께 발생했다.
이 전 서장의 도착 시간이 조작된 정황도 포착됐다. 용산경찰서 상황보고서엔 이 전 서장이 현장에 오후 10시20분, 즉 참사가 발생하고 5분 후 도착한 것으로 기록됐다. 실제 도착 시간과 45분이나 차이 난다. 경찰 관계자는 "이 전 서장은 기초 조사가 끝나면 빠른 시일 내 소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사고를 예고한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혐의에도 휩싸였다. 용산경찰서 정보과는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기 전, 인파로 인해 안전사고 등이 염려된다는 보고서를 여러 차례 작성했다. 참사 이후 해당 보고서는 내부망에서 모두 삭제됐다. 특수본은 참고인 조사를 통해 정보보고서 작성자 컴퓨터에 저장된 보고서가 삭제된 사실과 회유한 정황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은 "수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이외 112치안종합상황실, 경비과 등 이태원 참사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부서들도 감찰 및 수사를 받고 있거나 대상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수사에 오를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모두가 눈치만 보고 있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이전에 승진·보상 꿈꿨지만…"한순간에 나락까지, 허무하다"
올 5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할 때만 해도 용산경찰서는 이를 반겼다. 업무량은 많아지지만 승진, 보상 등에서 많은 점수를 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도 용산경찰서를 방문해 경비과와 정보과 경찰들의 노고를 치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청와대를 지키던 종로경찰서가 아닌 용산경찰서가 제1경찰서가 됐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왔다.
하지만 용산경찰서의 인원은 현격히 적었다. 대통령실 주변 경호, 집회 통제, 축제 등 행사 통제에 나서야 하는데 올 8월15일 기준 용산경찰서 경찰 현원은 784명에 불과했다. 이는 서울에서 9번째로 인원이 많은 경찰서에 불과하다. 가장 많은 곳은 송파경찰서로 1067명에 달한다.
인원이 적다 보니 일선 경찰관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지난 5~7월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의 '집무실 상황대비' 명목 초과근무 시간은 약 2372시간으로 알려졌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기 전부터 용산경찰서의 일부 경찰들은 과중한 업무를 피해 다른 경찰서로 인사이동해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한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이후 용산경찰서가 한순간에 나락까지 떨어졌다"며 "올해 용산경찰서 직원들 고생 많이 했는데 허무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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