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트라우마]②2015년 손실 악몽 재현될라…ELS 미상환잔액 '급증'
편집자주 - 홍콩H지수를 기반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967개가 녹인(원금손실)구간을 찍었다. 개인들은 약세장에서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에 덜컥 10조원 넘게 투자했지만, 지금은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 2015년, 2020년에 이어 홍콩 H지수의 급락세가 투자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과거의 악몽은 또다시 되풀이될 것인가. 주요국의 고강도 긴축과 경기침체, 중국의 정책 리스크까지 덮치면서 홍콩은 중국 시장보다 더 위험한 투자처로 꼽히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홍콩 H지수에 투자 현황을 점검하고, 홍콩 H지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가 무엇이 있을지 긴급점검을 해보았다.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2015, 2020, 2022’
홍콩H지수의 높은 변동성에 ELS(주가연계증권) 투자자들이 또 당했다. 2020년 코로나19 폭락 사태가 채 가시기도 전에 2년 만에 ELS 투자자들에게 원금손실이라는 공포가 드리워진 것이다. 당시 만기까지 지수가 회복되면서 두 시간 동안 원금 손해를 본 사람들을 극소수였지만, 투자자들은 원금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하루하루 고통을 받아야만 했다.
ELS는 통상 ‘중위험, 중수익’으로 통한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ELS는 국내외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스텝다운 ELS’가 대부분이다. ELS 기초자산의 주가지수가 크게 하락하지만 않는다면 조기 상환 요건을 충족해 짧은 시간에 안정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기초자산 지수가 하락하고 있다면 말이 달라진다. 조기 상환이 불발되고 지수가 녹인(원금손실) 구간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투자자들은 원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홍콩 H지수는 지난달 31일 4919.03을 기록, 역사적 신저점을 경신했다. 연초 8000~9000선 사이를 오갔던 지수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5000선 아래로 내려가 절반가량 하락한 것이다. 중국 경기 침체 장기화에 부동산, 빅테크 기업 규제를 펼치고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3 연임 소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이날 기준 홍콩H지수는 저점 대비 회복세를 보이며 소폭 상승, 550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금과 같이 과거 홍콩 H지수 급락으로 ELS 시장 위기가 도래했던 때를 돌이켜보면 2015년과 2020년을 꼽을 수 있다. 7년 전 홍콩H지수는 2015년 5월 29일 1만4801.94까지 올라섰지만, 반년 만에 7500선(2016년 2월) 선까지 흘러내려 50%대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수가 단기간에 반토막 나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은 혼돈에 빠졌고, ELS 투자자들은 장기간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2014년부터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이 활발해졌지만, 중국 정부가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투자를 금지한 데 이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자본유출이 커진 것이 지수 하락의 이유였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 때도 ELS 투자자들은 마음을 졸여야 했다. 당시 홍콩H지수는 2020년 1월 1만2000대에서 두달여 만에 9000선까지 빠지며 30%가량 급락했다. 2015년만큼 장기간 하락세를 유지하지는 않아 파장은 덜했지만, 투자들이 홍콩H지수 하락에 대한 우려를 키우기엔 충분했다.
ELS 투자 위험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표는 미상환 잔액이다. 지수 내림세가 이어지고 조기 상환 요건을 충족하는 ELS가 줄어들게 되면 상환되지 못한 ELS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1월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공모형 ELS 미상환 잔액은 24조5124억원으로 2015년 1월 대비 25%나 많았다. 지난 2020년 2월에도 22조원에 머물렀던 미상환 잔액은 석 달 만에 24조원으로 2조원이나 늘었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LS 조기상환 규모가 급감하면서 잔액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점은 ELS 시장의 불안 요인"이라며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쿠폰 수익률이 낮다고 하더라도 녹인 구간이 낮아 투자 손실 가능성이 구조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기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둔 ELS의 미상환 잔액도 19조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10월(15조5800억원) 대비 21%나 많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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