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대격변] ③출판사 이색 콜라보…술, 망원동, 떡볶이

서믿음 2022. 11. 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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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가 분명하고 다수 공급자가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상대 출판사보다 자사 출판사 책이 재밌을 것 같은 이유를 조사했고, 재기발랄한 이색 시도에 독자들은 크게 호응했다.

술, 망원동, 떡볶이 등 특정 주제로 약 150쪽짜리 에세이를 세 출판사가 돌아가며 출간한다.

한기호 소장은 "이번 기수는 대다수 1인 출판사 대표들로 구성됐다. 급변하는 세상에 기획·마케팅 아이디어를 배우고, 나누고, 실행하는 시스템"이라며 "함께 할 때 책의 발견성을 키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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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심화에 출판사 합종연횡…"아이디어 떠오르는 대로 시도"
재미 더한 이색 시도, 윈윈 전략에 독자 호응도 높아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수요가 분명하고 다수 공급자가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어떻게든 경쟁자를 밟고 올라가 승기를 쟁취하기 위해 출혈경쟁마저 감수한다.

윈윈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적자생존의 냉엄한 진검으로 승부가 벌어진다. 하지만 수요조차 불충분해 공급자들의 생존이 위협받는다면 어떠할까. 업계 1등이라고 해도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출판계에서 상생을 위한 이색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시작은 2019년 말 흐름출판과 문학테라피와의 콜라보였다. 여러 출판사의 마케터들이 모여 술잔을 나누는 자리에서 날 것의 아이디어가 튀어나왔고, 머지않아 실현됐다.

이름하여 ‘출판사 마케터들끼리 사장님 몰래 하는 이벤트’. 범람하는 이벤트 속에서 주목받기 위해 글의 재미, 이미지의 유머, 구성의 독창성에 집중했다. 동물권과 미래 식량으로 주제를 한정해 두 출판사의 관련 도서를 선정해 두 출판사 SNS에 동일한 콘텐츠를 게시했다.

그리고 상대 출판사보다 자사 출판사 책이 재밌을 것 같은 이유를 조사했고, 재기발랄한 이색 시도에 독자들은 크게 호응했다. 독자는 이벤트를 책 광고가 아닌 재미난 놀이로 소비했고, 이후 진행한 택배비 몰아주기, SNS 1회 이용권, 책 두 배로 주기 등도 큰 관심을 받았다. 단일 출판사 마케팅 역량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결과였다.

콜라보를 주도했던 박중혁 흐름출판 마케팅팀 과장은 “계획을 세워서 하기보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신속하게 진행했는데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큰 효과가 있었다”며 “앞으로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대로 여러 시도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시리즈 역시 출판사 간 연합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다. 2017년 1인 출판사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가 힘을 합쳐 첫선을 보인 이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술, 망원동, 떡볶이 등 특정 주제로 약 150쪽짜리 에세이를 세 출판사가 돌아가며 출간한다.

협업 방식은 ‘따로 또 같이’다. 책 제작은 개별로 진행하지만 홍보를 함께 진행해 비용 대비 효과를 늘렸다. 세 출판사의 공동 홍보에 ‘아무튼’ 시리즈 브랜드가 주목받으면서 이제 ‘아무튼’ 시리즈는 에세이집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출판학교를 중심으로 출판사들의 재능 품앗이가 주목받고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이 올해 선보인 ‘한기호의 출판학교’는 이번 달 10명의 1기 수료생을 배출했다, 면접을 거쳐 뽑힌 인원이 12주간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교육받으며 출판을 연구·토론했다.

한기호 소장은 “이번 기수는 대다수 1인 출판사 대표들로 구성됐다. 급변하는 세상에 기획·마케팅 아이디어를 배우고, 나누고, 실행하는 시스템”이라며 “함께 할 때 책의 발견성을 키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책의 기획부터 출간, 유통 전 과정을 지원하는 해당 커리큘럼은 수강생들의 자발적 연대로 새로운 가능성을 키워나가고 있다.

1기 수료생인 조동욱 도마뱀출판사(와이겔리) 대표는 “12주 동안 1기 회원 모두는 선한 연대를 이뤘다. ‘와우북페스티벌’의 ‘와우도서전’ 참여는 그 결과물”이라며 “(이미 수료한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있다. 2기, 3기 그 이후로도 그들과 함께 선한 연대를 계속 실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런 시도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다수 현직 마케터들은 이색 마케팅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는 어느 정도 영향이 있지만, 매출로 직결되지는 않는 편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얼마 전까지 주목받은 인플루언서 유튜버의 책 홍보도 파급력이 예전 같지 않지만 대체할 만한 새로운 방법이 없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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