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그날 용산서 정보경찰 '이태원 0명'...23명 전원 집회 배치
서울 용산경찰서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소속 정보경찰(23명) 전원을 대통령실 인근 집회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운집한 이태원역 인근엔 정보경찰이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다. 참사 당일 이태원이 ‘경찰 정보 사각지대’에 놓였던 것을 두고, 야권에선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이태원 참사를 부른 것”이란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7일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용산서로부터 제출받은 답변에 따르면, 용산서는 지난달 29일 소속 정보경찰 23명 전원을 빠짐없이 ‘관내 집회관리’에 투입했다. 당일 용산구 내 집회는 모두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렸는데, 이 가운데 과장 등 정보과 인력이 대거 투입된 곳은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주관으로 열린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을 위한 촛불대행진’ 현장이었다. 이 집회는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시작됐는데, 도심 행진을 거쳐 용산서 관내인 삼각지역 근처에서 당일 밤 9시쯤 마무리됐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정보라인이 생산한 당일 보고가 하나도 없게 된 것은 이날 모든 정보경찰이 집회에 투입됐기 때문이라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이 의원은 “다중이 운집하는 현장에서 정보경찰이 수시로 작성하는 ‘정보상황보고’는, 112 신고와 더불어 경찰이 사고 위험 등을 감지하는 주요 근거”라며 “그러나 참사 당일 오직 대통령실 부근 집회 현장에서만 정보 수집이 이뤄져, 이태원 현장에 대한 경찰 대응이 한참 늦어졌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 교수도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통상 이태원 핼러윈 행사 규모 정도로 인파가 운집하게 되면, 정보경찰이 현장에 배치되곤 한다”며 “참사 당일 한명도 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용산서가 그만큼 대통령실 앞 집회에 인력배치의 우선순위를 뒀단 얘기”라고 말했다.
실제 대통령령인 ‘경찰관의 정보수집 및 처리에 관한 규정’은 정보 경찰의 수집대상 정보(3조)로 ▶재난·안전사고 등 국민안전 정보 ▶집회· 시위 및 다중운집에 따른 질서·안전 유지 정보 등을 규정한다. 시위·집회뿐 아니라 축제·행사 등 다중 운집 현장 전반에 정보경찰이 투입되는 근거 조항이다.
용산서 정보과는 참사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 ‘핼러윈 안전사고 우려’ 정보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참사 직후 이를 삭제하며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당일 정보 경찰 인력 운용 과정의 문제점도 새롭게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내에선 참사 당일 정보경찰의 배치 문제를 근거로 들며 “이태원 참사 발생과 대통령실 용산 이전은 불가분의 관계”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최근 정보라인 ‘1순위’ 승진처가 청와대가 있던 종로서에서 용산서로 바뀌며, 용산서 정보 수집도 대통령실 엄호에 치우쳐져 있다. 참사 당일도 대통령실만 쳐다 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지원·강보현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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