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보고서 삭제·회유…속속 드러나는 황당한 정황

2022. 11. 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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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관련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려 행정안전부 등 관계 기관에 대한 현안질의가 7일 국회에서 열렸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대통령·국무총리 대국민 사과…6명 입건


지위고하 불문 철저히 수사해 문책해야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경찰 특수수사본부의 수사에서 믿기 어려운 행위가 확인되고 있다.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용산경찰서 정보관들이 핼러윈을 앞두고 대규모 인파로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추가 인력 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컴퓨터에 저장됐던 보고서 파일이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용산서 간부가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는 취지로 회유한 정황까지 파악됐다고 한다.

일선에서 경고음을 울렸는데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증거인멸 시도를 했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제대로 대처만 했어도 대량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범죄행위다. 특수본은 당시 용산경찰서장과 용산구청장,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을 맡은 당직 총경과 용산서 정보과장 및 계장, 용산소방서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직무유기, 직권남용 및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들뿐 아니라 국민 안전에 책임이 있는 기관 및 공직자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어제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는 치안과 안전을 담당하는 기관과 관계자들의 무책임과 먹통이 돼버린 국가시스템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참사 전날에도 이태원에 많은 인파가 몰려 위험한 상황이 있었지만, 경찰청장은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참사 당일 오후 6시30분 무렵부터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골목에서 인파가 엉켜 위험하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 수뇌부 누구도 참사 전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열흘이 다 돼가지만 경찰청장은 참사 당일 보고가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사전 대책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용산구청장은 “부구청장이 참석하는 게 관례”라고 했고, 참사 소식도 주민으로부터 문자를 받고 알았다고 했다. 현안 질의에선 참사 당일 경북 의령 방문이 시제 참여 때문이라는 의혹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어제 사실상 대국민 사과를 했다. 윤 대통령은 “왜 4시간 동안 쳐다만 봤느냐. 경찰 대응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의원들도 여야 구분 없이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참사가 난 골목으로 진입하는 인원만 통제했어도 피할 수 있었다고 한탄했다.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의 질타를 받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잘못된 발언이고 송구하다”면서도 거취와 관련해 사의를 표명하거나 대통령실과 논의한 바 없다고 했다. 경찰이나 구청 고위 책임자들 역시 “송구스럽다”고만 할 뿐 자신들의 책임부터 인정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과 함께 정부는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철저히 수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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