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 여전사 스위프트…빌보드 ‘톱10’ 독식 “내 불안감 파고들었다”

민경원 2022. 11. 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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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발매된 테일러 스위프트 10집 '미드나잇츠' 앨범 커버. 사진 유니버설 뮤직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33)가 정규 10집 ‘미드나잇츠(Midnights)’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자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은 정상에 오른 타이틀곡 ‘안티 히어로(Anti-Hero)’를 비롯해 1~10위 모두 테일러 스위프트 10집 수록곡으로 도배됐다. 빌보드에 핫 100 차트가 생긴 지 6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미드나잇츠’는 13곡이 수록된 일반 앨범과 7곡이 추가된 ‘3AM’ 버전 2가지로 출시됐는데 20곡 모두 50위권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스위프트는 실물 음반과 스트리밍에서 모두 새로운 역사를 썼다. 지난달 21일 발매된 ‘미드나잇츠’는 발매 첫 주 실물 앨범 판매량 114만장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발매 첫 주 100만장이 넘게 팔린 앨범은 2017년 스위프트 6집 ‘레퓨테이션(reputation)’ 121만장 이후 5년 만이다.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는 발매 첫날, 하루 최다 스트리밍 앨범 부문 신기록을 세웠다.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일주일간 해당 앨범의 누적 재생 횟수는 11억6000만회에 달한다.

작사·작곡은 물론 잭 안토노프와 함께 프로듀싱도 맡고 있는 스위프트는 이번 앨범에 대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 불을 켜고 일어나 원인을 찾기 위해 나선 우리를 위한 노래들”이라고 소개했다.

타이틀곡 ‘안티 히어로’ 뮤직비디오.

특히 ‘안티 히어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이토록 깊게 내 불안감에 대해 파고든 적이 없었다”며 “스스로에 대해 혐오하는 모든 것들을 가감 없이 알려주는 일종의 가이드 투어 같은 노래”라고 밝혔다. 스위프트를 괴롭힌 불안과 컴플렉스는 뮤직비디오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두 명의 스위프트가 등장해 체중계 앞에 서서 뚱뚱하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같이 놀기엔 너무 거대한 괴물로 변해버리기도 한다. “그래/ 나야 안녕/ 내가 바로 문제의 근원이야”라며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자기 혐오를 극복해나가는 메시지가 시의적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코로나19가 시작되던 2020년 8집 ‘포크로어(folklore)’와 9집 ‘에버모어(evermore)’가 위로가 담긴 포크 앨범이었다면 이번 10집은 다시 팝으로 돌아와 이를 어둡거나 무거운 방식이 아닌 솔직하고 신선하게 풀어냈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지친 사람들에게 필요했던 이야기”라고 짚었다.

2006년 데뷔한 테일러 스위프트는 스토리텔러로서도 강점이 있지만 훌륭한 마케터이기도 하다. 앨범 발매 시간을 빌보드 주간 집계가 시작되는 금요일(미국 동부 기준) 자정과 오전 3시에 맞췄고, 각기 다른 커버와 색깔로 구성된 LP 4종의 뒷면을 합치면 커다란 시계가 완성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이번 앨범 판매량의 절반(57.5만장)이 LP에서 나왔다. 루미네이트가 1991년 LP 판매량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다 기록이다. 빌보드 등 외신은 이를 두고 “K팝의 영향을 받은 마케팅 전략”이라고 보도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테일러 스위프트는 시련과 고난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워온 여성 히어로이자 이를 토대로 문화적 자본을 구축해온 아티스트”라고 평했다. 2008년 발매한 2집 ‘피어리스(Fearless)’로 2010년 그래미에서 만 20세로 최연소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그는 ‘국민 여동생’에 머물지 않았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컨트리 가수로 시작해 팝으로 넘어오면서 시장 규모를 확장해 나갔다”며 “음악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아티스트”라고 말했다.

김도헌 평론가는 “본격적인 팝스타로 도약한 4집 ‘레드(Red·2012)’나 킴 카다시안·카니예 웨스트와의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한 6집 ‘레퓨테이션’ 등 스스로 변곡점을 만들어왔다”고 덧붙였다. ‘레드’는 가장 높게 평가받는 음반이지만 파파존스 피자와 묶어서 판매한 번들 전략으로도 유명하다. 카니예 웨스트와의 악연은 2009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당시 그가 뮤직비디오 부문에서 수상한 스위프트의 마이크를 빼앗고 “비욘세가 최고”라고 외치며 시작됐다.

지난해엔 ‘피어리스’와 ‘레드’ 앨범을 테일러스 버전으로 재발매하기도 했다. 과거 몸 담았던 빅 머신 레이블 그룹과 이를 인수한 미국 제작자 스쿠터 브라운과 1~6집 마스터권(음원 사용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면서 재녹음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스위프트는 2015년 애플뮤직이 무료 이용 기간 3달 동안 뮤지션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며 5집 ‘1989’ 음원 공급을 중단했다가 정책을 수정하자 이를 재개하기도 했다. 자신의 주체성과 아티스트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싸우길 주저하지 않는 파이터로서의 면모가 돋보인 대목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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