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의 계절이 왔다! 여성을 위한 막스마라의 헤리티지
막스마라는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복 기업으로, 오늘날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패션 하우스다. 막스마라가 걸어온 길은 곧 여자를 위한 길이었다. 값비싼 오트 쿠튀르 의상만 존재하던 시대에 보통 여자들을 위한 기성복을 제작하고 기성복 치수를 체계화한 막스마라의 역사는 여성 인권과 그 궤도를 같이한다. 1950년대,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캐멀 코트를 여성을 위해 처음 선보인 막스마라는 처음엔 중산층인 의사와 변호사의 ‘부인’들을 위한 옷을 만들었다. 그러나 곧 창립자 아킬레 마라모티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예상했고, 이에 대비해 훌륭한 품질의 여성복을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1980년대에 이르러 결실을 맺게 된다. 누군가의 부인이 아닌, 스스로 의사와 변호사가 된 ‘여자’들을 위한 옷을 만들게 된 것. 막스마라의 아이코닉 코트를 창조한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앤 마리 베레타는 이런 말을 남겼다.
막스마라의 의상은 여자들의 보호막이자 갑옷과 같은 존재였다. 오로지 여자만을 생각하고, 그들이 입을 옷의 품질만을 생각한 막스마라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보자.
2003년 새로운 막스마라 캠퍼스의 개관과 함께 설립된 BAI(Biblioteca e Archivio di Impresa)는 거대한 박물관과 같은 아카이브 보관소다. 총 면적 4천㎡에 이르는 BAI는 막스마라와 스포트막스의 과거 컬렉션 피스와 패브릭, 드로잉, 광고 비주얼과 같은 아카이브뿐만 아니라 수집된 빈티지 컬렉션과 매거진, 도서 등의 방대한 자료가 보관돼 있다. BAI는 패션 브랜드가 가진 헤리티지 활용 방안의 이상향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역사가 크리에이티브팀의 교육을 위한 자료와 작업 과정에서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막스마라의 상징인 코트들은 모두 산 마우리치오 공장에서 생산된다. 1988년 아킬레 마라모티는 1951년부터 활동한 막스마라 생산 부서가 현대식 공장으로 이전한 후, 그 자리에 코트와 재킷 전문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막스마라는 의류 제조에 관한 자신들의 노하우를 소중히 여기며 이를 끊임없이 발전시켜나가고 있는데, 직접 생산부터 검품까지 가능한 인 하우스 시스템을 갖춘 이 공장은 막스마라의 자부심이자 뜨겁게 뛰는 심장이다. 이곳에선 매일 440장의 코트와 재킷이 만들어진다. 원단 커팅부터 마지막 품질 테스트까지 최첨단 기계에 의해 진행되며, 생산 과정의 각 단계마다 엄격한 품질 테스트와 관리를 거친다. 여기에 장인들의 손길이 더해지면 막스마라의 작품과 같은 완벽한 아우터가 비로소 완성된다.
101801
1981년에 탄생된 101801은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막스마라 코트다. 흔히 마담 코트라 불리는 이 코트의 공식 명칭은 출시 당시의 상품 번호에서 가져왔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던 때 탄생된 101801에선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느껴진다. 여성 여피의 파워 드레싱의 상징, 남성 코트가 연상되는 강조된 어깨와 오버사이즈 디자인, 더블브레스티드 버튼에 우아한 곡선이 완벽하게 조화된 코트다.
TEDDY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안 그리피스가 1980년대의 아카이브 피스에서 영감을 받아 2013년 첫선을 보인 테디는 화려한 고급미와 장난스러운 매력을 모두 지닌 매우 특별한 코트다. 테디 베어 인형의 털이 연상되는 풍부한 텍스처 덕분에 데일리 룩과 이브닝 룩에 두루 어울리는 전천후 코트다. 이 코트를 입으면 마치 테디 베어 인형이 안고 있는 듯한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LUDMILLA
여유로운 A라인 실루엣이 매력적인 루드밀라는 손으로 직접 꿰맨 2겹의 퓨어 캐시미어 원단으로 만들어진다. 새틴처럼 느껴질 만큼 부드러운 광택이 흐르는데, 이는 원단의 불순물을 배출하는 고도의 카딩 공정 결과물로 막스마라의 품질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요소다. 절제미가 느껴지는 루드밀라의 모던하고도 우아한 아름다움은 트렌드와 시대를 초월하는 눈부신 가치를 지닌다.
MANUELA
1998년에 탄생한 마누엘라는 벨트를 이용해 온몸을 감싸듯 입는 지극히 우아한 랩 코트다. 간단히 입을 수 있지만, 결코 간단한 코트가 아니다. 오랜 연구 끝에 탄생한 정교한 패턴과 실루엣, 섬세한 디테일은 물론 퓨어 캐멀 헤어의 고급스러운 소재까지 모든 것이 특별하다. 마누엘라는 실용적인 럭셔리를 상징하는 진정한 타임리스 코트다.
미니와 맥시, 스키니와 오버사이즈 같은 실루엣의 드라마틱한 대비가 불러오는 대조미 또한 주목해야 할 요소. 막스마라를 상징하는 테디 패브릭이 코트와 드레스, 봄버 재킷, 스웨트셔츠 드레스 등에 다채롭게 활용된 점도 인상적이다. 시즌 트렌드 아이템 발라클라바가 캐멀·샌드·그레이·블랙·레드·옐로 등 막스마라를 상징하는 고급스러운 컬러로 디자인돼 훌륭한 포인트가 됐으며, 패디드 디테일과 스포티 디테일은 우아한 막스마라 컬렉션에 생동감과 에너지를 불어넣는 장치로 이용됐다.
이탈리아 최초 기성복 브랜드의 탄생
변호사였던 아킬레 마라모티에겐 맞춤복의 산업화와 남성 코트를 여성에게 적합한 아이템으로 변형시키고픈 꿈이 있었다. 이는 뛰어난 재단사였던 증조모 마리나 리날디와 재봉 학교를 설립한 어머니 줄리아 폰타네시 마라모티의 영향이었다. 1951년, 마라모티는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에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마라모티 콘페지오니를 설립했다. 그는 여성 코트와 투피스 정장을 생산해 여성들이 고가의 맞춤복과 같은 훌륭한 품질의 기성복을 입을 수 있게 했고, 곧 의사와 변호사의 부인과 같은 중산층 여성들의 사랑을 받았다.
1960s
창의력의 폭발, 모두를 위한 코트
막스마라는 런던을 비롯한 유럽의 신흥 패션 수도들이 뿜어내는 열기와 젊은 세대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트렌드에 주목했다. 전문 디자이너들이 레지오 에밀리아 본사에 대거 합류했고, 여성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채로운 아이템을 개발했다. 막스마라는 우아한 클래식 스타일의 막스마라, 젊고 패셔너블한 팝, 재클린 케네디가 연상되는 트렌디한 정장 라인 마이 페어로 분류되는 3개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또한 기계를 이용해 단 2시간 만에 코트를 대량생산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를 통해 패션은 수많은 여성의 손에 닿을 수 있는 공평한 꿈이 됐다.
1970s
브랜드의 확장
1970년대에 만연했던 저항적 분위기는 새로운 패션의 탄생을 가져왔다. 1969년, 막스마라는 기존의 팝 라인을 개별 컬렉션으로 분리해 스포트막스라는 이름으로 재탄생시켰다. 스포트막스는 젊은 세대의 스타일을 재해석해 개성에 따라 다양하게 믹스매치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컬렉션을 선보였다. 또한 이국적인 문화들을 디자인의 영감으로 적극 수용해 브랜드를 더욱 다채롭게 발전시켰다. 1976년엔 장 샤를 드 카스텔바작의 진두지휘 아래 브랜드 최초의 실험적 패션쇼도 선보였다.
1980s
아이콘의 탄생
1980년대에는 남성의 권위에 도전하는 다양한 분야의 커리어 우먼이 대거 등장했다. 이들은 ‘파워 드레싱’이라 불리는, 남성과 동등해 보일 수 있는 매니시 룩을 즐겼다. 막스마라도 스스로 의사와 변호사가 된 여성들을 위한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또한 이 시기 전 세계 패션계는 이탈리아에 주목했다. 이탈리아의 디자이너들이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으며, 장인 정신이 깃든 ‘메이드 인 이탈리아’ 또한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 프랑스 출신의 앤 마리 베레타는 막스마라의 영원한 아이콘 101801을 창조했고, 이 코트의 성공과 함께 막스마라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럭셔리 패션 하우스로 자리매김한다.
1990s
전설적 이미지들
1990년대에는 세련되고 미니멀한 뉴요커 룩이 패션계를 지배했다. 막스마라는 이 시기 미국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고, 이후 한국과 일본, 동남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로 활발히 진출했다. 더불어 이 시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막스마라의 전설적 비주얼이 무수히 탄생했다. 리처드 애버든, 스티븐 마이젤, 파올로 로베르시와 같은 거장들이 포착한 린다 에반젤리스타, 크리스티 털링턴, 카를라 브루니, 캐롤린 머피와 같은 슈퍼모델들의 캠페인을 통해 우리는 미니멀한 패션의 아름다움을 오늘날까지 느낄 수 있다.
2000s
헤리티지를 기억하다
막스마라는 2003년 브랜드의 뿌리 레지오 에밀리아에 브랜드의 모든 기록을 보관한 아카이브관 BAI를 설립했다. 2006년에는 브랜드 5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전시 〈코트! 막스마라〉를 베를린을 시작으로 2017년 서울까지 전 세계를 순회하며 선보였다. 또한 막스마라의 영원한 영감의 원천인 여성과 아트를 지원할 수 있도록 ‘막스마라 아트 프라이즈 포 우먼(MaxMara Art Prize for Women)’을 제정하고 콜레지오네 마라모티라는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2010s
끝없는 진화
2017 F/W 막스마라 쇼의 런웨이에 등장한 한 모델로 인해 전 세계 패션계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깨닫게 됐다. 그 주인공은 막스마라의 캐멀 코트에 히잡을 두른 무슬림 모델 할리마 아덴. 지금도 에디터의 머릿속에 선명히 남아 있는 이 모멘트는 막스마라의 다양성과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열정을 상징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안 그리피스는 이처럼 막스마라의 위대한 헤리티지에 새로운 감성과 창의력을 끊임없이 불어넣으며 브랜드의 눈부신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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