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붕괴 직전…인간, 자연 적응해야”

이후남 2022. 11. 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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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지금까지는 인간이 자연의 지배자인 줄 알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라며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말했다. [사진 민음사]

“현재의 세상은 붕괴 직전 상태이다.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성공을 만든 가정들이 바로 인류를 멸종위기까지 끌고 왔다.”

세계적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77)은 이렇게 말했다. 새 책 『회복력 시대』(민음사)의 출간에 맞춰 한국 언론의 서면 질문에 7일 출판사를 통해 전해온 답변을 통해서다.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3차 산업혁명』 『한계비용 제로 사회』 등 여러 저서를 통해 사회 변화 전망에 통찰력을 발휘해온 그는 이번 책에서 그동안 효율성을 추구하며 인간의 자연 지배를 통한 물질적 발전을 당연시해온 이른바 ‘진보의 시대’가 끝났다고 주장한다. 대신 적응성 등이 중요한 ‘회복력 시대’의 도래를 전망한다. 인터뷰 답변을 통해 그는 “우리는 사고를 재설정해야 한다”며 “지난 1만년 동안 인간은 자연을 인간에게 적응시키며 멸종의 길을 달려왔다. 이제는 다시 인간이 자연에, 좀 더 정교한 방식으로 적응할 차례”라고 말했다.

‘회복력 시대’에 대해 그는 “금융자본에서 생태자본으로, 과소비에서 생태관리로, 대기업에서 민첩한 최첨단 중소기업으로, 세계화에서 세방화(glocalization, 세계화와 지방화의 장점을 같이 발전시키는 것)로, 지정학에서 생명권 정치학으로” 등등을 열거하며 “이러한 전환은 아직 메인스트림이 되지는 못 했지만 경제 관점에서 회복력 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이 먼저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래의 직업은 모두 제3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창출될 것”이라며 “이미 태양광·풍력에서의 일자리만 하더라도 화석연료·원자력 발전 분야의 일자리를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많다”고 주장했다.

세계화와 관련해서는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며 초기 인프라 구축에 기업들은 지대한 역할을 했다”면서도 현 상황에 대해서는 “전 세계 500개 글로벌 기업이 글로벌 GDP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전체 35억 노동인구 중 이들이 고용한 노동자의 수는 6400만명이다. 최상위 부자 8명의 재산은 전세계 인구 50%의 재산과 맞먹는다. 이는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분산형 인프라로의 전환과 함께 “민첩한, 최첨단 중소기업 수가 증가할 것”이라며 이탈리아 건축가가 3D 프린팅 프로그램을 필리핀에 전송해 현지에서 저비용으로 단시간에 친환경 주택을 건설한 것을 ‘세방화’의 예로 들었다.

청년에게 해주고 싶은 말로는 “정치에 활발하게 참여해야 한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청년은 시위만 할 것이 아니라 시민의회, 생태관리, 교육체계에 활발하게 참여해야 하고, 공감을 바탕으로 주변의 다른 생명체와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상세계는 현실세계의 대체제가 될 수 없다”며 “한국의 청년에게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다면 가상세계를 유지하되, 밖으로 나가 자연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낼 방법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통찰력이 어디서 나오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면 한국의 독자가 매우 실망하겠지만, 나는 시카고 남부의 공립학교에 다니는 특별할 게 없는 학생이었다”며 답변을 이어갔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주변에 일어나는 일을 열린 태도로 받아들이고, 내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 나는 그저 사람들이 좀 더 안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주변 세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살아있음에 대한 경외심을 일깨워줄 뿐이다. 다만 한국에서의 삶은 그런 감정을 느낄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것 같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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