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먼저 웃었다, 세계대회 결승 첫 남녀 대결
세계 대회 결승 최초의 성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삼성화재배 결승 1국에서 남자 1위 신진서 9단이 승리했다.
7일 온라인 대국으로 열린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1국에서 신진서 9단은 최정 9단을 맞아 205수 만에 흑 불계승했다. 결승 3번기에서 1승을 선취한 신진서 9단은 1승만 더하면 생애 최초로 삼성화재배 우승컵을 안게 된다. 반면에 여자기사 최초로 메이저 세계 대회 결승에 진출해 세계 바둑계를 신선한 충격에 빠뜨렸던 최정 9단은 두 번을 연달아 이겨야 챔피언에 오를 수 있다.
전략의 승리였다. 흑을 잡은 신진서 9단이 포석부터 실리 작전으로 나섰다. ‘소녀 장사’ 최정 9단과 힘 대 힘으로 맞섰다가는 펀치에 맞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 듯싶었다. 8강에서 중국의 강호 양딩신 9단을 꺾은 뒤 “죽어라 달려들었다”고 승리 비결을 밝혔던 것처럼 최정 9단은 결승에서도 세계 최강자 신진서 9단을 맞아 ‘죽어라’ 싸움을 걸어갔다. 그러나 신진서 9단은 아웃 복서처럼 노련하게 치고 빠지며 차곡차곡 집을 벌었다. 4강에서 승리한 뒤 “최정 9단이 전투를 걸어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최대한 전투를 피하겠다”고 답한 그대로였다.
그만큼 우승컵이 간절했을 터다. 당대 최강자로 군림하는 신진서 9단이라지만, 삼성화재배하곤 아직 인연이 없다. 무엇보다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결승에서 분루를 삼키고 돌아섰다. 3년 연속 삼성화재배 결승에 오른 기사도 신진서 9단이 처음이다. 국후 인터뷰에서 신진서 9단은 “작년에 1국을 이긴 뒤 2, 3국에서 지면서 우승하지 못했다”며 “올해는 최대한 2국에서 끝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정 9단은 어쩌면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끝까지 큰 싸움을 피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 신진서 9단이어서 가능한 작전이었다. 올해 삼성화재배에서 최정 9단을 만난 한중일의 고수들도 최정 9단의 펀치력을 몰라서 당한 게 아니었다. 최정 9단이 우변 흑 대마를 끊어 공격을 시도하긴 했지만, 신진서 9단은 노련하게 활로를 찾아냈고 심지어 선수를 잡아 상변 큰 곳을 차지해 버렸다. 이후에도 최정 9단이 끈질기게 괴롭혔으나 반면으로 10집 두터운 흑 우세는 좁혀지지 않았다. 이날 패배로 신진서 9단과의 상대 전적은 5전 전패로 벌어졌다.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각자 제한시간 2시간,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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