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Voice] 유라가 가사를 통해 건네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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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
Q :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기대하는 것은
A : 타이포그래피. 한글이 정말 예쁜 글자이지 않나. 내 모습이 드러나지 않은 채 가사로만 전할 수 있는 힘이 있을 것 같아 무척 기대된다.
Q : ‘서울 사이보그’ 가사를 통해 표현한 나는
A : ‘배고픔은 주름이나 재주를 펼치게 해주고’란 가사가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재주 부리는 사람이다.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설득력은 충분한지, 부족하다면 어떻게 채워야 할지 매 순간 고민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았다.
Q : 첫 작사의 기억을 떠올려본다면
A :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내 음악은 대개 혐오감에서 시작된다. 세상에 대한 혐오일 수도, 뭔가를 혐오하는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일 수도 있다. 물론 거기서 끝이다. 빛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 어둠과 우울에 집중하는 것뿐이니까. 심연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은 경계한다.
Q : 유라의 가사 특징은
A : 먼동, 파생, 파괴, 상념…,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단어에 마음이 간다. 생각을 최대한 돌려 표현하는 이유는 충분한 상상의 여지를 주고 싶기 때문이다. 지루한 것보다는 이상한 게 낫다는 마음으로 단어와 문장을 자유롭게 조합하기도 한다.
Q : 당신의 가사를 해석하려는 사람들에게
A :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아서 가사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왜 이런 단어를 썼고, 이런 표현은 어떤 의미인지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상력에 맡기겠다.
Q : 가사의 힘을 실감한 경험은
A : 작사할 때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느낌을 받는다. 가사에 담긴 이야기가 실제 자아보다 몇 발자국 앞서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안다는 건 참 어렵기 때문에 글을 통해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시간은 언제나 소중하다.
Q : 가사 때문에 더 좋아하게 된 뮤지션이 있다면
A : 밥 딜런. ‘Blowing in the wind’ 속 가사 ‘사람이 얼마나 먼 길을 걸어 봐야 비로소 참된 인간이 될 수 있을까요(How many roads must a man walk down before they call him a man)?’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편의 시처럼 표현하는 그의 재능이 정말 탐난다.
Q : 내가 부를 노래에 내 언어를 입힌다는 건
A : 가장 개인적인 것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작곡과 작사 또는 편곡에 참여하거나, 악기를 배우거나, 자기만의 기술을 갈고닦으며 그 이상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에게 멋진 곡을 받는 것도 좋지만 결국 자기만의 목소리가 들어가야 애정을 갖고 오래 일할 수 있지 않을까.
Q : 당신의 언어를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 고립된 시간을 겪어야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 직면해야 강해지고, 궁극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늘 외롭고 우울하다고 노래해 왔지만 실은 그런 용기를 건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당신처럼 외로운 사람이 여기 한 명 더 있다고. 그러니 너무 외로워 말라고.
2018년, 불안한 행복을 노래한 데뷔 싱글 앨범 〈My〉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몽환적인 음성과 철학적 가사가 돋보이는 ‘미미(MIMI)’ ‘세탁소’ ‘어떤 우울이 우리를 흔들겠어요’ 등의 노래가 수많은 이의 새벽을 함께했다. 11월 발매를 목표로 밴드 만동과 함께 새 앨범을 준비 중이다.
@yo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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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ography by Park ChUl Hee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과 동기인 박지성과 함께 디자인 스튜디오 햇빛을 이끌고 있다. 국립청주박물관의 어린이박물관과 ‘2020 궁디팡팡 캣페스타’ 등을 위한 귀여운 캐릭터를 디자인했고, 현아의 ‘나빌레라’를 비롯해 여러 뮤지션의 앨범 디자인에 참여했다. ‘서울 사이보그’ 속 유라의 부드러운 음성을 듣다가 그는 노랫말이 마치 약속된 듯 재생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 묘한 분위기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동시에 수동적으로 입력된 말만을 내뱉는 전광판과 닮았다고 생각해 전광판의 모듈 형태로 디자인했다.
@sunnystu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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