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윤석열 비공개발언의 ‘경찰 책임론’
1.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이례적으로 비공개발언 전문을 공개했습니다.
윤석열은 이날 이태원참사 관련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원래 모두발언만 공개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가감 없이 공개하라’고 지시해 비공개 발언도 전부 공개했습니다. 이례적입니다.
2. 윤석열의 생각과 심경, 말하는 스타일까지 날 것 그대로 느껴집니다.
우선 대통령의 생각은 ‘경찰 책임론’입니다.
‘안전사고 예방책임이 어디에 있습니까. 경찰에 있어요..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 이거예요. 현장에 나가 있었잖아요..도로차단으로 통행공간만 넓혀주면 압력이 떨어져 호텔옆 골목 내려오는 사람들의 숨통이 터질 수 있었습니다.’
3. 대통령의 심경은 ‘경찰의 무감각, 무능력’에 대한 답답함.
‘오후 6시 34분에 112신고가 들어올 정도면 아마 거의 아비규환 상황이 아니었겠나 싶은데, 그 상황에서 경찰이 권한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까..참사가 제도가 미비해 생긴 겁니까. 저는 납득이 안됩니다..용산(경찰)서가 모른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생각합니다.’
4. 대통령의 스타일은 소문대로 다변입니다.
발언 전문이 1만자를 넘습니다. 2시간 회의 중 30분 가량을 대통령이 얘기한 셈입니다. 대통령은 ‘나도 거기 잘 안다’며 이태원 인근 도로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고, 인파관리 예로 여의도 벚꽃축제를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5. 결론은 ‘윤희근 경찰청장 문책, 이상민 행안부장관 면책’으로 추정됩니다.
대통령은 경찰책임론을 길게 얘기한 다음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건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야당의 총리ㆍ장관 경질요구에 대한 거부입니다.
6. 아쉬운 점도 드러났습니다.
일단 인간 윤석열의 안타까운 마음은 솔직히 전달됐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으론 정제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말이 반복되면서 메시지의 파괴력이 떨어집니다. 더욱이 수사가 시작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정답을 미리 정해줬습니다. 다른 결론이 가능할까요?
〈칼럼니스트〉
2022.11.07.
https://www.joongang.co.kr/find/columnist/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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