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녹취' 공개 안했던 소방청…"압사" 신고만 20건 있었다

문희철 2022. 11. 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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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등이 구조작업을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화재·구조·구급·재난 관련 신고 번호인 119를 통해서 이태원 참사 관련 신고가 100건 이상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이태원 참사 당일 112 신고 내역은 소상히 밝혀졌지만, 119 신고 내역이 상세히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7일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119 신고 녹취록을 공개했다. 전 의원실이 공개한 사고 당일 10시 15분 이후 119가 접수한 100건의 신고 내용 중 무응답을 제외한 87건의 녹취록에 따르면, ‘압사’란 단어가 포함된 신고는 총 20차례였다.


“살려주세요” 피해자 비명도 녹음


이일 119대응국장(맨 오른쪽)이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이태원 사고 관련 중앙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 119에 최초로 신고한 시민은 “여기 사람 압사당하게 생겼다”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골목에 사람들이 다 꼈다. 농담하는 것 아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이로부터 3분 후인 같은 날 오후 10시 18분에도 119는 비슷한 신고를 접수했다. 당시 신고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압사해서 죽을 것 같다”며 “죽을 것 같아요. 빨리 좀 와주세요”라고 신고했다. 119 상황실은 신고자에게 “압사해서 죽을 것 같다고요? 깔렸어요?”라고 되물었다.

비슷한 신고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같은 날 오후 10시 20분엔 최초로 비명이 녹음됐다. 119 신고 기록에 따르면, 신고자가 “사람이 깔렸다”고 말하는 순간 배경에는 “밀지 마세요”나 “살려주세요”라는 피해자들의 비명이 함께 녹음됐다. 같은 날 오후 10시 29분까지 이와 유사한 신고가 줄을 이었다.

이처럼 119에 전화한 신고자가 사고 당일 10시 15분 이후 ‘압사’라는 단어를 포함해서 신고한 경우는 총 20건이었다. 신음과 비명이 녹음된 신고는 39건, ‘죽겠다’라거나 ‘죽을 것 같다’는 문구를 포함한 신고는 15차례, ‘부상’이나 이를 추정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한 경우는 8차례라는 것이 전 의원실의 설명이다.


“화가 나 미치겠다”…“대로변으로 나오라”


지난달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등이 구조작업을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119 신고가 쏟아지면서 소방청은 현장에 수백 대의 구급차를 투입했다. 서울 용산소방서장은 이날 오후 11시 8분쯤 지휘권을 발동하면서 119구급차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같은 날 오후 11시 13분경 서울대병원 재난의료지원팀이 현장에 도착했고, 오후 11시 50분쯤 경기 지역 구급차 44대가 추가 투입됐다.

하지만 구급차는 이태원 골목으로 쉽게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날 오후 11시 31분 “숨을 못 쉬는 사람이 있다”고 119에 접수한 신고자에게 소방청은 “돌아가신 분들이 많아서 더는 인원을 투입할 수 없다”며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달라”고 응답했다.

답답한 심정에 항의하는 시민도 있었다. 119 신고자는 이날 오후 11시 13분 “화가 나 미치겠어 전화했다”며 “군부대를 투입해도 모자라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사람이 많이 쓰러졌는데 왜 구급차가 안 오느냐”는 신고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차량 정체로 사고 현장에 진입하지 못한 소방은 “대로변으로 환자를 데리고 나오라”고 요구했다.

그간 경찰청이 112 신고 내역을 공개한 것과 대조적으로 소방청은 119 신고 내역을 자세히 공개하지 않았다.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이에 대해서 “소방청은 절차에 의해서 (신고 내역을) 공개하는데, 이런 경우 공개한 전례가 없고, 개인 소송이나 감사 등 절차에 의해 공개할 수 있는 해당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19 신고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에 공개한 119 녹취록에 대해서 전용기 의원실은 “전문 속기사가 아닌, 서울종합방재센터 119회선을 통해 신고 된 내용을 소방관이 청취해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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