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청 잘못 따질 수 없다"던 한덕수... 대통령은 왜 가만 두나

이정환 2022. 11. 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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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거짓말로 국격 훼손까지... 총리를 경질해야 하는 3가지 이유

[이정환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11.7
ⓒ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수 십 년 동안 가장 안전한 국가 중 하나였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일 외신 기자회견 현장에서 한 말이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일어난 대형 참사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 입장에서는 잘 납득이 가지 않는 발언이었다. 더구나 불과 이틀 전 일어난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해 정부 책임자가 입장을 밝히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더더욱 부적절한 말이었다. 당장, <뉴욕타임즈> 기자의 반론이 튀어나왔다. 

"조금 전 총리께서는 한국이 안전한 나라로 명성이 높다고 했는데, 한편으로는 총리가 정부에서 수 십 년 동안 근무했으니 더 잘 알겠지만 인재 사고가 주기적으로, 자주 일어난 나라다. 어떤 사고인지 잘 알 것이다."

그 후 '어떤 사고들'이 외신기자들 입에서 줄줄이 나왔다. "세월호 사건 이후 가장 큰 사건"이란 말이 나왔고, "대구에서 지하철 화재 사건이 있지 않았냐"고 했다. <가디언> 기자는 "세월호 사건을 겪은 세대가 다시 이태원 참사를 당했다"며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기도 했다. 한 총리 입에서는 "한국 같은 경우 이런 사고가 일어날 때, 제대로, 적절히 대응하는 면모가 확실하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 5일 <워싱턴포스트>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1995년 삼풍 붕괴의 유령을 소환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이 삼풍 참사 이후 30년 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일각에서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그 날 한 총리의 기자회견 자체가 이런 의문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기에 충분했다.

"주최가 없는 경우, 경찰이 선제적 군중관리 할 수 없다"는 거짓말
 
 1일 외신 기자회견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 모습.
ⓒ SBS
 
한 총리의 부적절한 농담과 미소에 대해 집중적인 비판이 쏟아졌지만, 사실 1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심각한 우려를 갖게 만든 것은 그의 발언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사실과 다른 답변이 문제였다. 

한 총리는 회견 초반부만 해도 참사의 주요 원인을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 군중 관리)에 대한 제도적 미비'로 꼽으면서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행사의 경우 선제적인 안전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회견이 진행되면서 '쉽지 않은 상황'은 불가능한 상황으로 전도됐다. 한 총리는 미국 관영매체 VOA(미국의소리) 기자와 문답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이렇게 말했다.

"주최가 없는 경우는 경찰이 선제적으로 군중 관리를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전체적으로 시스템을 바꿔야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명백한 '거짓'이다. 앞서 잘 알려진 것처럼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극도로 혼잡한 상황에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가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법(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도 마찬가지다. 제3조를 통해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 등을 임무로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제4조에서는 "지역 내 다중 운집 행사 관련 혼잡 교통 및 안전 관리"를 자치경찰의 사무로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서울특별시가 홈페이지에서 '자치경찰은 어떤 일을 하나요?'란 질문에 대한 답으로 밝히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태원 압사 참사의 경우 서울경찰청이 선제적으로 군중 관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명확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귀를 의심하게 만든 "용산구청에 잘잘못 따질 상황 아니다"
 
 서울특별시가 홈페이지에서 '자치경찰은 어떤 일을 하나요?'란 질문에 대한 답으로 밝히고 있는 '의무'.
ⓒ 서울특별시
 
회견 당일 한 총리의 문제적 발언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주최가 없는 경우는 지자체가 군중 관리를 (관계기관에) 요청할 수 없다"고도 단정했다. 사실일까.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은 제4조를 통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 조례'를 통해 지역 경찰서장이나 소방서장 등이 참여하는 안전관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그 기능으로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이를 수습하기 위한 관계기관 간 협력"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태원 압사 참사처럼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서울특별시나 용산구가 안전관리위원회를 통해 사전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두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 총리는 "용산구청에 잘잘못을 따질 상황이 아니"라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까지 했다. 다음은 용산구청의 책임 범위를 묻는 질문에 대한 한 총리의 답변이다.

"용산 지자체가 완벽하게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주최자가 있는 경우) 용산 지자체가 경찰에게 군중 관리와 관련 도움을 요청하거나 관리 감독을 요청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용산구청과 관련해서 누가 잘못이 있고 없는지, 제대로 대응했는지 못했는지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렵다. 용산구청 같은 경우는 이런 상황에서는 의무적으로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잘잘못을 따질 상황이 아닌 것 같다."

결국 한 총리 말대로라면 우리나라는 경찰도 지자체도 주최가 없으면 선제적으로 군중 관리를 할 수 없는 나라였다. 이에 대해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 것은 당연했다. 회견 당일 <산케이신문>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행사는 주최자가 있어 안전대책이 있는데, 어떤 행사는 주최자가 없어 안전대책이 없다',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아무래도 한국에 들어오기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순간 쏟아진 우려들 "군중 제압?" "이참에 통제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지난달 31일 이후 엿새 연속으로 조문했다.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이날 조문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박진 외교부 장관, 조규홍 복지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대기 비서실장,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안보실2차장, 김용현 경호처장, 김일범 의전비서관, 천효정 부대변인이 함께 조문했다.
ⓒ 유성호
 
7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해 사실상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이른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를 후속 대책의 핵심으로 밝혔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위험에 대비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경찰 업무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문제는 그 '혁신'의 방향에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 1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한 총리 입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 형성된 것일 수 있지만, 경찰이 사전에 깊이 개입해 개인의 이동을 제한하거나 하는 부분에 굉장히 부정적인 느낌이 대한민국에 있다. 그래서 경찰이 재난 관리를 위해 군중을 통제하는데 상당히 컨서버티브(conservative, 소극적)하다고 할까? 그렇게 돼 있다. 경찰이 기동대를 가지고 전체적으로 제압하는 식으로 하는 건 사람들이 원하지도 않고 그게 현실이다. 그러나, 그러나, 앞으로는 그거는 안 되겠다는 거다. 설사 개인들이 자기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이전의 자유 같은 것이 제한을 받는다 하더라도, 최대한 적게 제약을 가하면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게 현재 정부 개혁 방향이다. 그렇게 할 것이다."

이 발언이 나오는 순간 유튜브 생중계창에는 "군중 제압?", "이참에 통제하겠다?", "집회 금지도구로 쓸 모양"과 같은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상 질서 유지와 같은 방식의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가 아닌 어떤 행위를 제한하거나 제약하는 '통제(regulation)'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만한 발언임에 분명했기 때문이다. 

"사전에 지자체와 협의제도가 되어 있느냐 안 되어 있느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은 정말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에요." 

윤 대통령이 7일 국가안전시스템회의에서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안전 사고를 예방할 책임은 경찰에 있다"면서 "이태원 참사가 제도가 미비해서 생긴 것인가? 납득이 안 된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의 입장과 대통령의 입장까지 완전히 다르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우선 할 일은 자명하다. 

한 총리는 사실과 다른 발언으로 국격을 훼손했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는 기본적인 안전 관리 법체계도 없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국제적 참사를 수습하는 나라의 총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부적절한 태도와 발언으로 대한민국의 신뢰를 더 추락시켰다. 더욱이 한 총리는 안전을 명분으로 군중 통제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증폭시키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경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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