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정국 돌입한 여야, 토론회서 충돌 예고… "법인세 현행 유지" vs "22% 인하 타당"
여·야·정 모여 정부 예산안 두고 논의
법인세, 종부세 개편 등 두고 여야 이견
[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국회가 예산안 심사 과정에 돌입한 가운데, 여야가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두고 첨예한 이견을 드러내면서 강한 충돌을 예고했다. 야당이 법인세 감면 등을 두고 '부자감세'라는 점을 비판하고 나서자 여당은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정부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학계·노동계 "법인세 인하, 상위소득자에게 세제 혜택 집중"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정부 세제개편안과 관련한 2건의 토론회가 열렸다. 여야 의원들과 기획재정부, 국회 예산정책처, 각계 교수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모여 예산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오전 제8간담회실에서는 참여연대와 더불어민주당이 공동 주관한 '2022 세제개편안 평가와 해법 - 법인세 인하, 경제위기 헤쳐나갈 주춧돌 될 수 있나'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에 참여한 경제학 전문가와 노동계 대표진들은 법인세 감면 등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부자감세' 기조를 띤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발제를 맡은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고 양극화, 불평등에 이어 최근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테그 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민간주도 성장이 뒷받침하는 재정 정상화 및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로 기조가 집약되며 부자감세를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투자 및 고용 유발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법인세 인하의 투자 및 고용효과가 미약한 상태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했을 때 궁극적으로 상위소득자에게 세제 혜택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법인세 실효세율이 1%포인트 감소하면 사내유보율은 0.017%포인트 증가했다"며 "법인세 실효세율이 낮아지면, 증가된 사내유보금의 일부는 투자돼 기업 가치와 주가상승으로 귀결되고, 주주들의 배당소득과 양도소득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법인세 실효세율이 1%포인트 하락하면 노동소득분배율은 0.0056%포인트 증가한다"면서 법인세 인하로 인한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인세 공제, 감면이 대기업에 집중되어 대기업의 실효세율이 하위 기업집단에 비해 낮은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발제자로 참여한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도 "이명박 정부가 2008년 법인세 인하로 4년간 26조7000억원을 감세했지만 같은 기간 기업의 투자증가 규모는 직전 4년보다 10조원 이상 적었다"며 "법인세 인하가 투자 증가와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배당소득의 증가도 재벌총수일가 등 극소수 상위 주식보유자의 배를 불릴 뿐"이라고 말했다.
감세가 아닌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실장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미국도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최저 법인세율(15%) 도입 등 대기업 증세를 통한 재원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與 "불공정 심화" 野 "경제적 효율성 회복해야"오후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주관한 '2022 세법개정안 토론회'에는 고광효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박대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여야 측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조의섭 국회예산처장 등 여·야·정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정부 측인 고 실장은 정부의 이번 세제개편안이 ▲경제 활력 제고 ▲민생 안정 ▲조세인프라 확충 및 납세자 친화적 환경 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하 등을 통해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양당은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야당 기재위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세제개편안 전반에 대해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조세정책으로 보기 어려우며, 단지 대기업과 다주택자 및 고소득자를 위한 맞춤형 감세정책으로 판단된다"며 "MB 정권의 대기업 중심 정책은 불공정을 심화시켰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윤 정부가 표방하는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반면 여당 기재위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지난 5년간 세법이 개정되면서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진 측면이 많다"며 "특히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법을 개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법인세 감면에 대해선 야당은 '현행 유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신 의원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100여개에 불과한 소수의 대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부자감세 조치에 불과하다"며 "현행 법인세법 제55조(세율)를 존치하되 중견기업과 중소기업(과세표준 5억원 이하)에 대한 특례세율(10%)의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설령 적용범위를 확대하더라도 미국 IRA법 피해가 예상되는 반도체, 배터리 등 일부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류 의원은 "최고세율을 22%로 낮추는 건 타당하다"며 "OECD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증연구에 따르면 법인세 인하 시 투자·고용 증가 효과가 있다고 분석된다"며 "우리나라도 지난 정부에서 인상한 부분은 이전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표했다. 그는 "이번 세법 개정안에 담긴 안은 완화 폭이 너무 크고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부의 대물림이 확대되는 효과가 크다"며 "실제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2020년 중견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의 80.8%는 '가업 승계를 할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류 의원은 "가업승계는 부의 대물림보다 중산·서민층을 위한 투자·일자리 확대, 유지를 위한 것"이라며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이 상속세 부담으로 사업이 단절되어 일자리 감소, 사업 노하우 멸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훨씬 막대하다"고 반박했다.
종합부동산세법 개편에 대해서 신 의원은 "종부세의 과세표준 자체가 대폭 낮아지므로 종부세를 무력화 하는 것"이라며 "시장 가격이 안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시가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관련 규정을 엄격히 제정해야 한다"고 당부하는 반면, 류 의원은 "그간 납세자 부담이 과도하게 증가하고 과세 불형평 등 부작용이 초래된 종합부동산 세제를 조세원칙에 맞게 정상화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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