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신드롬, 평일 '기본 4200명'... 서울 티켓 '3분 매진'
[박진철 기자]
▲ 김연경, 2022-2023시즌 V리그 경기 모습 |
ⓒ 박진철 기자 |
서울 시민들은 올 시즌 '배구 황제' 김연경(34·192cm)의 경기를 보기가 매우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티켓 예매가 순식간에 매진되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올 시즌 해외 빅 리그 강팀들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흥국생명으로 복귀했다. 도쿄 올림픽 국민 영웅이자 세계 최고 완성형 공격수의 복귀는 V리그 흥행에도 강력한 태풍을 몰고 왔다.
오는 10일 목요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GS칼텍스-흥국생명 경기의 온라인 티켓 예매가 지난 5일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예매창이 오픈된 지 약 3분 만에 3000여 석이 모두 매진됐다.
평일 저녁 경기인데도 이처럼 초고속 매진이 되자, 여자배구 팬들은 곳곳에서 비명을 질렀다. 여자배구 팬, 김연경 팬 사이트 등에서 예매 개시 5분도 안 돼 "전체 매진이다", "결제가 안 된다", "실제로는 1분 만에 매진된 것 같다" 등 탄식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GS칼텍스 팬 사이트에서도 "포스트시즌도 저렇게까지는 안 된다", "김연경 티켓 파워가 어마무시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앞으로도 서울에서 김연경 경기가 열릴 경우, 똑같은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군다나 GS칼텍스 홈구장인 서울 장충체육관의 좌석수마저 줄어든 상황이다. 온라인 예매로 판매하는 좌석수가 3000석이 조금 넘는다. 구단 자체 운영 좌석 등을 포함하면 총 좌석수는 3200석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6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장충체육관의 좌석수가 원래는 많았는데, 저희가 테이블석 등을 설치 운영하면서 전체 좌석수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GS-흥국, 장충체육관 3200석 '초고속 매진'... 향후 계속될 듯
지난 10월 22일 개막한 2022-2023시즌 V리그도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 남녀부 각각 총 14경기씩을 치렀다. 그런데 흥행 지표인 관중 수를 살펴보면, 남녀 배구를 통틀어 김연경 효과가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 '김연경 신드롬'이란 말로도 부족할 정도다.
가장 놀라운 대목은 관중 동원이 매우 어려운 '평일 저녁 경기'에도 구름 관중이 몰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태원 참사 발생, 흥국생명 경기와 같은 시간대에 프로야구 최대 행사인 한국시리즈 SSG-키움 경기가 열리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사회적 이슈와 스포츠의 관심이 두 곳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김연경 열풍에 배구계와 배구 팬들이 더욱 놀라워하고 있다.
7일 현재까지 흥국생명이 치른 4경기의 평균 관중은 4016명이었다. 다른 팀들 간 경기인 10경기의 평균 관중은 1963명이었다. 두 배가 넘는 차이다.
평일 관중은 더욱 놀랍다. 흥국생명이 평일에 치른 3경기의 평균 관중은 4254명이다. 반면, 다른 팀들 간 평일 경기(5경기) 평균 관중은 1546명이다. 그만큼 평일에는 관중 동원이 어렵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흥국생명 경기는 평일에도 3배에 달하는 '관중 폭증'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 여자배구 뜨거운 '관중 열기'.. 2022-2023시즌 V리그 수원 실내체육관 (2022.11.1) |
ⓒ 박진철 기자 |
남녀 배구를 통틀어 올 시즌 '최다 관중', '만원 관중' 기록도 김연경이 출전하는 흥국생명이 싹쓸이를 하고 있다.
올 시즌 V리그 '최다 관중' 기록은 지난 4일 금요일 흥국생명 홈구장인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IBK기업은행 경기다. 이날도 평일인 데다,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 기간이었고, 같은 시간대에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렸다. 그럼에도 5000명에 가까운 4765명의 관중이 몰렸다.
이 기록도 조만간 흥국생명 경기에서 깨질 가능성이 높다. 오는 1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리는 흥국생명-한국도로공사 경기가 6일부터 온라인 예매를 시작했다. 그런데 7일 오전까지 4500석 정도가 팔려나갔다. 주말 경기인 데다, 현재 예매 속도가 빠르고, 경기일까지 일주일 남은 점 등을 감안하면, 삼산월드체육관 총 좌석수인 5800석이 매진되거나, 최소 5000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찰 가능성이 높다.
V리그에서 관중 5000명을 돌파한 경우는 3년 10개월 전의 일이다. 지난 2019년 1월 10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시즌 남자배구 현대캐피탈-대한항공 경기가 마지막이었다. 이날 관중 수는 5043명을 기록했다.
올 시즌 V리그 '첫 만원 관중' 기록도 지난 10월 29일 토요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흥국생명 경기였다. 특히 이 경기는 지방에서 열렸는데도, 티켓 예매 시작 28분 만에 3300석 전 좌석이 매진됐다. 이날 관중 수도 3304명을 기록했다. 주말을 맞아 김연경과 흥국생명 등 원정 팬들이 대거 몰려갔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대전 충무체육관에 만원 관중이 들어찬 건 극히 드문 일이었다.
올 시즌 2번째 만원 관중도 흥국생명 경기가 확실시되고 있다.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릴 GS칼텍스-흥국생명 경기의 티켓이 이미 매진됐기 때문이다.
KOVO·프로구단 큰 숙제... 김연경 특수 안주할 때 아냐
한편, 흥국생명은 7일 현재 V리그 여자배구에서 3승 1패를 기록하며, 2위를 달리고 있다. 1위는 4전 전승의 현대건설이다.
흥국생명이 올 시즌 김연경 합류로 상위권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실상은 지난 시즌 최하위권 전력에서 김연경만 추가된 것에 불과하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여자부 7개 팀 중 6위를 기록했다. 7위는 지난 시즌 V리그 무대에 처음 데뷔한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이었다. 때문에 흥국생명이 기존 팀 중에선 최하위였다.
그런데 올 시즌도 지난 4월 FA 시장에서 전력 보강을 전혀 하지 못했고, 국내 선수 구성과 외국인 선수 기량도 지난 시즌과 거의 동일하다. 설상가상으로 주전 멤버였던 미들 블로커 김채연, 세터 박혜진은 부상으로 출전이 불가능하다. 결국 김연경 합류가 어느 정도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느냐가 사실상 유일한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그럼에도 팬들은 김연경의 동작 하나하나에 열광하며,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여자배구 팬 사이트 등에서도 경기 관련 글들이 폭주한다. 팬들은 세계 최고 레전드의 경기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지금도 기꺼이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에 동참하고 있다.
숙제는 고스란히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배구 7개 프로구단에게 넘어갔다. 지금 한국 배구는 '김연경 특수'를 누리는 데만 그쳐서는 안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연경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일반 대중들을 고정 팬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쏟아야 한다.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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