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울산 옆 공해에 미사일 쐈다" 南 "北 주장 사실 아니다"
북한이 7일 한ㆍ미 공중연합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기간 중인 2일부터 5일까지 진행한 도발의 세부내용을 이례적으로 상세히 공개했다. 그런데 이날 북한이 주장한 내용은 군 당국의 발표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북한의 발표엔 당국이 밝히지 않았던 '울산 앞바다 순항미사일 2발 발사'가 포함돼 있었다.
북한군 총참모부(한국의 합동참모본부 격)는 이날 관영매체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은) 우리 국가를 직접적인 목표로 겨눈 침략적 성격이 매우 짙은 위험한 전쟁연습"이라며 자신들이 지난주에 발사한 각종 미사일 사진과 함께 나흘간 진행한 군사작전 내용을 일자별로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그런데 북한의 주장은 군 당국이 탐지·분석해 내놓은 발표와 달랐다. 특히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이 서로 북방한계선(NLL)을 넘겨 미사일을 주고받았던 지난 2일 상황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일 오전 NLL 남쪽을 향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영토 침해"로 규정했고, 우리 군은 '비례대응 원칙'에 따라 즉각 F-15K, KF-16 전투기를 출격시켜 NLL 북쪽 공해상에 북한이 침범한 거리와 동일한 지점에 설정한 목표를 향해 공대지 미사일 3발을 정밀사격했다.
그런데 북한은 자신들이 NLL에 대한 선(先)침범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의 정당한 대응을 "망동"이라고 비난하며 "울산시 앞 80㎞ 부근수역 공해상에 2발의 전략순항미사일로 보복타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사일의 낙탄 좌표(위도 35°29′51.6″·경도 130°19′39.6″)까지 밝혔다.
북한이 주장한 낙탄 지점은 울산에서 80㎞ 떨어진 공해상이다. 지난 2일 미사일이 떨어졌던 속초 앞바다(약 57㎞)보다는 육지에서 멀지만, NLL 훨씬 이남인데다 인구 111만명이 넘게 거주하는 5대 광역시 바로 옆이다. 더구나 당국의 발표에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의 주장은 즉각 논란으로 이어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미 감시·정찰자산의 탐지 및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주장은)사실과 다르다"며 "현재까지 우리 군에 포착되거나 탐지된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군은 전날(6일) 동해 NLL 남측 해상에서 북한이 지난 2일 도발한 단거리탄도미사일 잔해물로 추정되는 물체 1개를 수거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인정하지 않은 SRBM 도발이 실제 발생했고, '울산 인근 사격'이 거짓임을 강조한 말로 해석된다.
지난 3일 2단 분리까지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제원을 놓고도 북한은 정부의 분석과 다른 주장을 펼쳤다.
군 당국은 지난 3일 발사된 ICBM을 신형 '화성-17형'으로 추정하며 "추진체 분리 이후 정상궤도를 비행하지 못하고 추락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북한이 이날 공개한 ICBM의 사진은 화성-17형이 아닌 구형 '화성-15형'의 개량형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북한은 해당 미사일의 정확한 명칭은 언급하지 않은 채 "적의 작전지휘체계를 마비시키는 특수기능전투부의 동작 믿음성 검증을 위한 중요한 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정보 교란을 위해 의도적으로 사진을 바꿔치기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준락 실장 역시 "(북한이) ICBM이 정상적으로 비행하지 않았다고 보도하지 않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화성-17형이 추락했다고 추정한) 평가 결과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또 이날 발표를 통해 지난 4일 북한이 한·미 공중연합훈련에 대항하기 위해 구형기까지 동원했던 것으로 파악된 '맞대응 비행'에 대해서도 다른 주장을 했다.
북한 총참모부는 지난 4일 북한군 항공기를 동원한 비행시위와 관련 "3시간 47분에 걸쳐 500대의 전투기를 동원한 공군의 대규모적인 총전투출동작전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북한 군용기의 비행 항적 약 180여개를 포착했다고 밝힌 당국의 발표와 차이가 난다.
외교가에선 북한군 총참모부가 자신들의 대응 내용을 의도적으로 크게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허위 정보를 흘려 한·미 정보당국의 미사일 탐지·추적 능력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동시에 진위공방으로 인한 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새 정부 들어 과거 공개하지 않았던 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한 적이 있는데, 북한이 이러한 변화 상황을 노린 면도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 탐지가 어려운 순항미사일에 대한 일방적 주장을 펴면서 한·미의 대응방향을 가늠해 보려는 일종의 간보기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최근 도발국면에서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행위를 부풀려 밝혔던 전례가 있다. 지난달 10일에 공개한 전술핵운용부대의 훈련 사진 중 일부도 지난 1월에 촬영한 사진을 재활용한 정황이 군 당국에 의해 확인됐다. 또 지난달 8일 군용기 150여 대를 동원해 '대규모 항공 공격 종합훈련'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정보 당국은 당시 일부 전투기가 추락하거나 아예 뜨지도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북한이 전략순항미사일을 울산 바로 옆에 발사했지만, 한·미가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만에 하나 군의 순항미사일 탐지 체계의 허점이 노출된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안보 우려가 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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