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책임 확대 경계하는 與…“野의 진짜 목적은 정권퇴진이냐”

손국희 2022. 11. 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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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난 뒤 여권은 일제히 ‘수습’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일부 당권 주자를 중심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제히 대책 마련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5일 애도 기간이 종료된 이후 7일 처음으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애도 기간 뒤 사건의 전모를 밝힌 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게 정치권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되풀이되는 진상조사위원회, 예산 낭비보다는 재발방지책을 세우고 확실히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위원장은 회의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윤희근 경찰청장 및 이상민 장관 책임론에 대해 “경찰의 원인 규명, 진상 규명 결과를 보고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당의 기본 입장”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사 열흘째를 맞으면서 지도부뿐만이 아니라 여당 내부에선 인적 책임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사그라들었다. 참사 직후 이 장관의 실언 논란이 빚어질 때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수습 후 자진 사퇴를, 유승민 전 의원이 파면을 주장했던 기류와는 반대의 흐름이다. 잇따를 것 같았던 이상민 장관 책임론이 수면 아래로 잠긴 것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을 적극 옹호했던 진영에선 홍준표 대구시장만이 7일에도 “경찰을 관장하는 업무가 행안부 장관에게 이관된 이상 행안부 장관도 정치 책임을 벗어날수 없다”며 계속해서 책임론을 이어가고 있다.

여당 분위기가 바뀐 데에는 조기 경질에 부정적인 대통령실의 기류가 일정 부분 작용했다는 평가다. 애도 기간 중 윤 대통령이 6일 연속 합동분향소에 조문하면서 이 장관을 5일간 대동하자 여권에서는 “사실상 경질론에 선을 그은 행동”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7일 국회 행안위 현안 질의에 출석한 이 장관도 자진 사퇴 질문에 “주어진 현재 위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이날 “진상규명 결과에 따라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히 그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발언할 걸 놓고도 여권의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결과에 따라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문책하겠다는 의지”(국민의힘 관계자)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대부분 “법적 책임이 확실히 규명되지 않는 이상 도의적 책임이나 여론 눈치 보기로 경질하진 않겠다는 의미로 들렸다”는 반응이었다. 한 중진 의원은 “사실상 부실 대응이 명백한 경찰 쪽에 타깃을 둔 발언 같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이 이태원 참사 엿새째인 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조문하는 모습. 연합뉴스


여권이 인적 책임론에 빗장을 건 이유에 대해선 최근 노골적으로 제기된 ‘정권 퇴진론’에 대한 거부감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야권이 참사를 정권 퇴진으로 연결지으며 연일 정치 쟁점화하고 있는데, 섣불리 인적 책임론을 거론하다가는 정치 공세의 빌미를 줄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 장관이 갖는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권 책임론의 ‘관문’ 격인 이 장관이 사퇴하면 여의도는 물론 용산 대통령실까지 정치적 파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여권 내 우려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야당의 경질 요구를 들어주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경질을 요구할 것”이란 우려다.

정진석 위원장도 이날 “민주당이 원하는 것은 진정 윤 대통령의 퇴진입니까”라며 “국민 분노에 불 지르고 그걸 방패막이 삼아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는 치졸한 정치를 당장 그만두라”고 정권 퇴진 움직임을 비난했다.

이날 닻을 올린 국민의힘 ‘이태원 사고 조사 및 안전대책특별위원회’의 첫 회의도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만희 특위 위원장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안전 관리 시스템 제도 점검과 체계 수립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비극적 사고를 정치적으로 악용해 더 큰 슬픔을 강요하는 집단은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개인이나 특정 조직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결과와 대안을 마련하는 국민의 특위가 되달라”고 당부했다.

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선제적 인사 조치까지는 아니라도 사태 수습 직후 이 장관 등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물밑 여론도 여전하다. 김행 비대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희가 이미 (경질론 등을 포함해) 물밑에서 (대통령실에) 다양한 의견을 전달했다”며 “결단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몫이고, 이 사안의 위중함을 누구보다도 잘 아시는 분이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역구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사태 수습 후 경찰 간부가 경질당하는 선에서 문책이 끝난다면 역풍이 거세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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