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고발사주' 재판서 손준성 공소장 변경 PT 불발… 다음달 19일 하기로

최석진 2022. 11. 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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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고발 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서울고등검찰청 송무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사건 재판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불구속 기소)의 공소장 변경에 대한 프레젠테이션(PT)을 하려고 했지만 변호인 측 반대로 무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 심리로 7일 오전 열린 손 부장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 2차 공판기일에서 공수처 검사는 지난달 26일 신청한 공소장 변경의 내용을 묻는 재판부에 "PT 자료를 준비했다"며 발표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원래 이날 오전에는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심 기자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재판부가 다른 절차를 우선 진행할 것을 제안했고, 공수처가 신청한 공소장 변경이 쟁점이 됐다.

공수처의 PT 시연에 대해 손 부장검사의 변호인은 "본격적인 증거조사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에 PT를 할 순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증거조사 절차를 진행해야 하고 공소장 변경 허가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면 문서로 제출하면 될 것 같다"고 반대했다.

재판장이 공수처 검사에게 'PT 자료를 미리 좀 보여줄 수 있느냐'며 재판부와 변호인 측에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고, 공수처는 PT 자료를 재판부와 변호인 측에 전달했다.

검사는 "공소사실에 대한 기재"라며 "PT 앞부분은 변경하고자 하는 공소사실 범위 안에서만 요약을 했고, 그 다음 변경하고자 하는 취지, 그리고 실제적 쟁점과 법리적 쟁점을 추가로 담았다"고 PT 자료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변호인은 "(공수처가 마련한) PT에 대해 아직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말씀드리기 그렇다"며 "그러면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서 변호인도 PT를 할 기회를 주셔야 한다. 이건 사실 어떻게 보면 선입견이 있을 수 있는 내용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손 부장검사의 또 다른 변호인도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는 내용에 대해서만 밝히면 되는데, (PT에는) 공수처의 의견이 다 나와 있는 상황"이라며 "이건 나중에 구형할 때 의견을 밝히면 되는 것이지, 지금 봐도 바뀐 부분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검사는 "공소사실은 필연적으로 증거에 의해 입증된 사실을 기재하고, 변경된 공소사실도 증거에 의해 향후 입증할 공소사실을 제출하는 것"이라며 "(재판부가) 허가해주시면 저희가 그걸 낭독할 수밖에 없는데, 공소장도 20장이라 양이 방대해서 저희가 전체적으로 이해를 돕고자 하는 취지에서 PT를 준비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변호인은 "이게 공소장 변경 사항에 대해서만 하는 게 아니라 공소장 전체에 대한 설명 취지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지난 기일에 재판부에 허가를 구하고 변호인에게도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주셨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장이 "일단 오늘 공수처가 먼저 PT를 하고 다음 기일에 변호인이 하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지만 변호인은 수용하지 않았다.

변호인은 "만약에 이게 필요했다면 공판준비기일 다 마친 이후에 첫 공판기일에서 했으면 저희도 수긍을 했을 것"이라며 "이게 변경 허가 신청을 하면서 그 부분만 이렇게 변경됐다고 설명하는게 아니고 처음부터 공소사실 전체를 다시 설명하겠다는 취지 같은데 지금 증거조사 절차까지 시작됐는데 증인이 불출석해서 시간이 남는다는 이유로 이렇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검사는 다시 "저희가 요청드린 것은 형사소송 규칙에 따라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해 공소사실을 낭독할 수 있는 건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장은 "그건 당연히 해야하는데 (변호인 측은) 변경된 내용을 넘어선 것이 있느냐, 그리고 이게 예고되지 않은 것이라 적절치 않다는 것 같다"며 "변호인이 수용하지 않으면 오늘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꼭 필요하다면 다음 기일에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 일단 잡혀있는 기일까지는 증인신문을 하고, 일단 확정된 증인신문을 마치고 그 이후에 오전 기일만 잡아서 쌍방에게 PT 기회를 드리면 어떨까 싶다"고 했다.

그리고 재판장은 다음달 19일 오전 공수처와 변호인 양측에 각각 1시간씩의 PT 시간을 할애한 뒤 공소장 변경 신청에 대한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며 공수처는 손 부장검사의 공소사실 중 '기초사실' 부분에 손 부장검사가 범행에 이르게 된 배경 및 동기에 대한 내용을 추가했다.

2020년 4월 '검언유착' 의혹 관련 후속보도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관련성이 거론되며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이 진상 확인을 지시하고, 그에 따라 대검 감찰부의 감찰 개시가 임박하자 손 부장검사가 자신이 '검언유착'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아 언론과 범여권 인사들의 공격 대상이 되고, 감찰 조사 및 수사 대상이 될 위험에 처하게 됐다는 것이 공수처가 추가한 범행 배경 내지 동기다.

또 공수처는 손 부장검사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관련 수사정보정책관실 보안지침에 따른 보안서약서상 수사정보정책관실 근무자 및 전출자, 퇴직자는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알게 된 수사정보와 그 수집·분석·관리 과정에서 지득한 사항은 공무상 비밀임을 인정하고, 업무 중 지득한 사항을 누설 또는 유출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한다.

이밖에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관련된 여러 첨부자료를 추가로 제시했다고 공수처는 전했다.

이날 공수처와 변호인 양측은 추가 증인 채택 문제로도 공방을 벌였다.

특히 변호인은 공수처가 신청한 증인들이 대부분 '검언유착'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거나,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인 점을 지적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재판장 역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증인신청 취지를 검사에게 물으며 "'검언유착'이 있느냐 없느냐는 우리 재판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고발 사주' 의혹은 손 부장검사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지난 2020년 4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사들에게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황희석 전 최고위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을 지시한 뒤 작성된 고발장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지난 5월 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손 부장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절차전자화법 위반 등 4개 혐의로 재판에 넘기고, 직권남용 혐의는 무혐의 처분했다.

또 민간인 신분이었던 김 의원의 직권남용 및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무혐의 처분하고, 손 검사와 공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공수처의 기소 혹은 수사 대상이 아닌 나머지 혐의 부분은 검찰로 이첩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손 검사와 함께 입건된 3명의 검사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반면, 김건희 여사의 직권남용 혐의는 무혐의 처분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로 이첩했다.

그리고 공수처가 이첩한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지난 9월 김 의원과 김 여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을 불기소 처분했다.

'고발 사주' 사건을 공수처에 고발한 시민단체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는 윤 대통령과 한 장관에 대한 공수처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지만, 서울고법 형사30부(부장판사 배광국)는 지난 4일 기각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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