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어닝 쇼크’ 中 의존 줄여야…‘주가 부진’ 터널 갇힌 LG생건
LG생활건강 주가가 부진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 시장 위축과 환율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가 상승, 모멘텀 약세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주가를 억누르는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주가 하락은 1년 넘게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해 7월 최고 178만4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어느새 5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1년 4개월 만에 70% 이상 급락했다. 지난 10월 28일에는 장중 49만9500원까지 밀리며 50만원 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주가가 장중 50만원을 밑돈 것은 2014년 10월 15일 이후 8년 만이다. 당시 주가는 장중 최저 49만4500원을 기록했다.
주가가 쉽게 반등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올 들어 분기마다 ‘어닝 쇼크’를 기록 중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일제히 4분기 실적 역시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이 같은 흐름이라면 주가 반등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결국 실적 부진
▷여전히 비우호적인 외부 환경
주가 하락 원인은 역시나 부진한 실적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 10월 27일 3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한 1조8703억원, 영업이익은 44.5% 줄어든 190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망치보다 18.6% 낮은 수치를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당초 시장에서는 LG생활건강의 3분기 매출이 1조8983억원, 영업이익은 233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악화된 수익성이 올 들어서도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3분기 각각 3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4분기에 2410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 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756억원까지 급감했다. 1년 전보다 무려 52.6% 줄어든 수준이다. 2분기에 영업이익 2166억원을 기록했지만 3분기 다시 1000억원대로 감소했다.
특히 주력 사업인 화장품(뷰티) 부문의 부진이 뼈아프다. 화장품 사업 3분기 매출은 7892억원, 영업이익은 676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1%, 68.6% 감소했다. 홈·데일리뷰티(에이치디비) 부문 매출(5873억원)이 1년 전보다 8.8% 성장했고, 음료(리프레시먼트) 부문의 매출(4939억원)과 영업이익(663억원)이 각각 11.3%, 4.9% 증가했다는 점에서 화장품 사업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진다.
올 들어 지속되고 있는 화장품 부문 실적 부진은 중국 시장이 위축된 탓이 크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중국의 봉쇄 정책이 3분기까지 이어지며 중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탓에 소비가 얼어붙었다. 해외 매출의 약 50%를 책임지는 중국 시장에서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니 수익성이 개선될 리 만무하다. LG생활건강은 “3분기는 화장품 비수기인데 특히 중국과 면세 채널에서 성장이 어려웠다. 중국 봉쇄로 인해 중국 오프라인 매장 영업 정상화가 지연됐고 인플루언서들에 대한 정부 제재 강화로 온라인 매출도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며 원부자재 비용 부담마저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1100원 후반대였던 달러당 원화값은 최근 1400원을 훌쩍 넘겼다. 지난 10월 28일에는 1442원을 돌파하며 1488원을 기록했던 2009년 3월 16일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글리세린, 스테아린 오일 등의 화장품 원료뿐 아니라 용기, 캡 등 대부분 원부재료 가격도 이미 급등한 상황이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원부자재 매입 구조 특성상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 중국 사업과 화장품 면세점 부문 실적이 부진한 원인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봉쇄가 이어진 탓이 크다”며 “동시에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영향도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목표주가 잇단 하향
▷4분기 실적도 ‘글쎄’
시장에서는 LG생활건강의 4분기 실적 역시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봉쇄 정책이 이어지며 여전히 오프라인 영업 활동이 제한적인 가운데, 4분기 실적을 좌우할 중국 광군제 예약 판매 성과도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회사의 대표 브랜드인 후, 숨, 오휘 등을 앞세워 마케팅에 나섰으나 지난해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로 증권사들은 최근 LG생활건강 목표주가를 일제히 낮췄다. 3분기 잠정 실적 발표 다음 날인 10월 28일 삼성증권(59만원 → 50만원), DB금융투자(90만원 → 60만원), 다올투자증권(72만원 → 60만원), 현대차증권(90만원 → 60만원), 케이프투자증권(88만원 → 65만원), 교보증권(90만원 → 70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88만원 → 70만원), 키움증권(80만원 → 71만원), 신한투자증권(87만원 → 77만원), 메리츠증권(95만원 → 78만원)이 목표주가를 내린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았으나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LG생활건강의 목표주가 평균치는 69만3846원이다. 51만원 종가를 기록한 10월 말보다 36%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해 고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60% 이상 낮다.
지난해 3분기 실적과 올해 4분기 전망치를 비교해보면 전문가들이 해당 목표주가를 제시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증권가가 전망한 LG생활건강의 올해 4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1조9710억원, 영업이익 1650억원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주가가 고점을 찍던 지난해 3분기(3423억원)의 51.8%에 불과한 수준이다.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사용되는 PER(주가수익비율)이 업황 부진으로 지난해보다 다소 낮아진 점도 목표주가 하향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박은경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수요 회복 시점을 예단하기 어려운 현시점에서는 실적을 보수적으로 전망할 필요가 있다. 중국 내 고가 브랜드의 수요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시진핑이 내세운 ‘공동부유’ 영향으로 향후 합리적인 가격대의 로컬 브랜드 수요가 더욱 커져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주가 추가 하락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실적 부진과 모멘텀 약화에 대한 우려는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시장은 전체 영업이익 중 화장품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42%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화장품 실적 부진이 길어지더라도 내년 실적 리스크는 올해보다는 덜할 전망이다.
“단기간에 주가가 반등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추가 하락 또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회복 정도와 속도에 대한 눈높이를 하향 조정하더라도 현재 기업가치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라는 게 하누리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상승세로 전환하기 위해서 LG생활건강이 두 가지를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중국향 매출 회복세 또는 비중국향 매출의 높은 성장세다. LG생활건강 역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경영 전략을 세웠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 정상화에 대비해 현재 럭셔리 화장품을 지속적으로 육성하는 중이다. 또 북미와 일본에서 높아지는 K-뷰티에 대한 관심과 현지 감성을 효과적으로 반영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됐으나 각 사업 부문에 맞는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2호 (2022.11.09~2022.11.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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