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부상-이형택 눈물... '뭉찬2'이 놓친 것은

이준목 2022. 11. 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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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JTBC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2>

[이준목 기자]

박태환은 또다시 부상을 당했고, 맏형 이형택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전국 도장깨기에 도전한 '어쩌다벤져스'가 원년 멤버들의 잇단 시련으로 험난하고 긴장된 하루를 보냈다. 6일 방송된 JTBC <뭉쳐야 찬다2>에서는 전국제패 5탄으로 경상도 도장깨기에 도전한 어쩌다벤져스를 다뤘다.

결전지인 부산에 집결한 어쩌다벤져스 선수단은 경기 당일날 숙소에서 경기장으로 이동하다가 지각한 류은규와 가방을 방에 놓고온 이장군이 낙오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안정환 감독은 약속시간인 11시가 되자 기다려주지 않고 가차없이 버스를 출발시켰다. 결국 이장군과 류은규는 택시를 타고 경기장까지 이동해야했다.

어쩌다벤져스의 상대는 올해 창단 49년 차로 현재 K5리그 소속의 잔메FC였다. 6, 7부리그를 연이어 제패하고 K5까지 승격한 잔메FC는 부산 지역 아마추어 리그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강팀이었다. MC 김성주와 김용만은 "그동안 우리가 상대했던 팀 중 최강"이라고 평가하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양산종합경기장에는 방송 이래 역대 최다인 3천 명이 넘는 많은 관중들이 몰리며 어쩌다벤져스의 인기를 증명했다. 선수들의 가족들도 대거 경기장을 찾아 응원했다. 부산 연고인 김태술의 어머니는 구수한 사투리로 아들을 응원하며 "농구하던 시절에는 평생 의자에 앉아본 경험이 없는데 지금은 앉아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속상하다"며 서운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필 절묘하게도 안정환 감독이 마침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졸지에 어머니의 원망을 뒤집어쓰게 된 이동국과 조원희 코치는 "저희는 힘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태술 어머니는 "우리 태술이가 축구실력은 부족해도 열정은 대단하니까 후반전에라도 넣어달라"고 외쳐 박수를 받았다.

안정환 감독은 가족들의 응원을 반영하여 김태술, 이장군, 조원우 등 부산 출신 선수들을 대거 선발로 기용했다. 4-2-3-1 포메이션을 선택한 어쩌다벤져스는 골키퍼에 이형택, 포백은 조원우-안드레진-이장군-김태술이 포진했고,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강칠구-허민호의 더블볼란치, 2선에는 류은규-이대훈-김준호를, 최전방에는 임남규가 원톱으로 나섰다. 

어쩌다벤져스는 시작부터 콜플레이 미스로 위기를 초래했다. 중앙으로 연결된 상대의 패스를 안드레가 차단하지 않고 그대로 흘려보낸 것이 하마터면 문전으로 침투하던 상대 공격수에게 일대일 찬스를 내줄 뻔 했으나 다급하게 커버를 들어온 김태술이 간신히 걷어내며 위기를 넘겼다.

여기에 이미 햄스트링 부상을 안고 있던 센터백 이장군의 상태가 악화되었고, 윙어 김준호는 컨디션 난조를 드러내며 어쩌다벤져스는 초반부터 연이은 위기를 맞이했다. 요주의 인물로 꼽힌 49번 김건우는 잔메FC의 에이스로서 고교 선출답게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침투로 어쩌다벤져스의 뒷공간을 끊임없이 위협했다.

전반12분 잔메FC의 역습 상황에서 김건우가 오른쪽 측면에서 패스를 이어받아 단독 드리블로 어쩌다벤져스 진영을 돌파해 들어갔다. 강칠구가 저지하려고 했으나 파울로 끊지 못하고 스피드와 몸싸움에서 밀렸다. 다급하게 김태술이 커버를 들어왔지만 김건우가 한 박자 빠르게 날린 오른발 슈팅이 골문을 가르며 결국 잔메FC가 선취골을 뽑아냈다.

답답한 경기에 고전하던 어쩌다벤져스는 류은규와 임남규의 콤비플레이를 앞세워 조금씩 공격의 실마리를 찾아갔다. 임남규가 상대 진영에서 기습 태클로 공을 탈취하여 슈팅을 날렸으나 왼발에 힘이 실리지 못하고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이어 임남규의 헌신적인 전방압박과 측면플레이를 통하여 김준호에게 두 번의 결정적인 슈팅찬스가 찾아왔지만, 한번은 골문을 크게 벗어나는 홈런이 됐고 두 번째는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류은규는 역습 상황에서 오른쪽 측면 50M거리를 단독 돌파하며 절호의 찬스를 맞이했으나 더 좋은 위치에 있던 임남규를 보지 못하고 애매한 각도에서 날린 슈팅이 골문을 벗어났다. 결국 여러 번의 좋은 찬스를 살리지 못한 어쩌다벤져스는 0-1로 뒤진 채 전반을 마쳤다.

하프타임에 안정환 감독은 김준현, 박태환, 박제언을 한꺼번에 투입하며 선수구성에 많은 변화를 줬다. 또한 안 감독은 아군 진영에서 볼을 잡으면 측면으로 연결한 뒤 류은규와 임남규가 빠르게 빈 공간으로 침투하는 빠른 역습플레이를 강조했다. 전반 초반 잔메FC의 전방압박에 고전했던 것을 언급하며 후반 시작과 함께 역시 전방압박으로 응수할 것을 주문했다.

양팀은 후반 일진일퇴의 팽팽한 공방을 이어갔다. 그런데 어쩌다벤져스에 또다른 악재가 찾아왔다. 박태환이 상대 선수와 볼 경합을 하다가 무릎이 꺾이며 부상을 입은 것. 박태환은 <뭉찬> 시즌1에서도 경기 중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며 장기간 재활을 한바 있다. 최근 부산 경기에서 골을 기록하며 몸상태가 한창 올라오고 있던 박태환이었기에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결국 박태환은 일어서지 못하고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떠났다. 박태환의 자리에는 모태범이 투입됐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어쩌다벤져스 선수단은 서로를 격려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후반 17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대훈이 올려준 코너킥을 안드레가 공격에 가담하여 헤딩 슈팅을 시도했다. 수비수가 다급하게 클리어링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골라인을 완전히 넘어간 것이 인정되어 골이 선언됐다. 안드레가 어쩌다벤져스 입단 이후 올린 첫 득점이기도 했다. 마침내 1-1로 승부의 균형을 맞춘 어쩌다벤져스 선수단과 관중들은 모두 환호했다.

하지만 동점골의 기쁨도 잠시, 바로 킥오프와 동시에 잔메FC 김영국이 시도한 장거리 슈팅이 그대로 어쩌다벤져스의 골망을 갈랐다. 킥오프전 앞으로 전진해있던 초보 골키퍼 이형택의 잘못된 위치선정, 때마침 골대쪽으로 강하게 불던 바람과, 잔메FC의 빠른 상황판단이 결합되어 만들어낸 골이었다. 관객들과 어쩌다벤져스 모두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안정환은 "축구 재밌네"라고 혼잣말을 하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다시 따라가야하는 입장이 된 어쩌다벤져스는 수비형 미드필더 강칠구를 빼고 윙어 이지환을 투입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후반 24분 모태범의 측면 돌파를 시작으로 이대훈-허민호를 거쳐 임남규까지 모처럼 매끄러운 패스 연계가 이어졌다. 임남규가 드리블로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문전에서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날린 왼발 슈팅이 골망을 가르며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냈다. 정규시간 1분여를 남기고 터진 극장골에 관중들을 열광했고 어쩌다벤져스 선수단도 모두 얼싸안고 환호했다.

기세를 탄 어쩌다벤져스는 내친김에 역전골을 노리고 공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모태범과 이대훈의 슛이 잇달아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형택은 평범한 땅볼 슈팅을 캐칭하려다가 살짝 놓쳐서 허우적거리는 뜻밖의 몸개그를 펼치며 웃음을 자아냈다.

어느덧 추가 시간도 끝나가던 경기 막판, 코너킥을 허용한 어쩌다벤져스는 에이스인 49번 김건우를 막는데 집중하다가 중앙으로 침투해들어온 40번 원대로를 막지 못하고 헤딩 슈팅으로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종료 직전 마지막 프리킥 찬스를 얻은 어쩌다벤져스는, 임남규가 올려준 공을 안드레가 헤딩 슈팅을 시도했으나 간발의 차이로 아쉽게 골문을 벗어났다. 결국 경기를 뒤집지 못한 채 종료 휘슬이 울렸고, 어쩌다벤져스는 2-3으로 패배하며 경상도 도장깨기에 실패하고 말았다.

안정환은 낙담한 선수들에게 다가가 적극적으로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괜찮다고 격려했다. 안정환은 "참 이래서 축구가 재밌는 것 같다. 사람들이 왜 열광하는지 알겠다"고 미소를 지으며 "축구의 재미를 보여준 여러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는 것을 다해줬기에, 오늘 졌지만 우리에게는 교훈이 될만한 경기였다. 우리가 더 강해져서 다시 와서 이기면 된다. 너무 멋있는 경기였다"고 선수들을 위로했다.

3실점을 한 맏형 이형택을 향한 격려도 쏟아졌다. 동생들의 위로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이형택은, 미안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흘렸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이형택의 장녀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안정환 감독과 어쩌다벤져스 선수단, 제작진 모두 이형택을 위하여 따뜻한 박수를 쳐주며 격려했다. 안정환은 "잘하는 사람은 많다. 그래서 더 노력해야한다. 우리는 전국제패라는 목표가 있지않냐"고 독려했다. 이어 "오늘은 MOM(최우수선수)를 뽑지않겠다. 모두가 MOM"이라며 대신 둥글게 모여서 팀 구호를 합창하는 것으로 새로운 시작을 다짐했다.

이형택은 시즌1부터 부동의 주전으로 활약하며 주장까지 지냈지만, 시즌2로 넘어오면서 젊어진 선수단의 기량이 올라가고 본인은 부상 및 슬럼프가 겹치며 차츰 주전에서 밀려났고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지며 시청자들의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형택은 필드플레이어로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골키퍼로 포지션 변경을 시도했다.

처음엔 골키퍼로서도 김요한-김동현에 이은 넘버3에 불과한 후보 위치였으나 공교롭게도 두 선수가 잇달아 부상을 당하며 갑작스럽게 주전 골키퍼로 올라섰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요한 도장깨기 전에 대체요원이 없는 선발 골키퍼로까지 나서게 된 이형택의 심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한편으로는 <뭉쳐야찬다>가 방영 1년여를 넘기고 전국제패 프로젝트가 한없이 길어지면서 선수들의 부상 이슈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시즌 1에서 이미 박태환-김요한-이봉주 등이 큰 부상으로 사실상 프로그램에서 중도 하차했던 전력이 있으며, 시즌2에 들어서도 윤동식-김요한-김동현-이형택-이장군 등의 크고작은 부상이 속출하고 있다.

갑자기 사라진 윤동식은 복구와 정식 하차 여부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잊혀져버렸다, 박태환은 같은 부위에 두 번이나 부상을 당하는 등 출연자 대우와 안전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다. 심지어 엄연히 본업에 따로있는 현역 선수인 이장군이나 안드레진을 잔부상이나 부상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도 그대로 경기 출전을 강행시키는 경우도 빈번했다.

축구를 진지하게 다루는 것도 좋지만 <뭉쳐야찬다>는 예능이고, 출연자들은 실제 축구선수는 아니다. 방송을 위하여 명분도 방향성도 애매한 전국제패라는 콘셉트를 벌써 일년 넘게 이어오면서 출연자들의 부상 위험이나 사후관리에는 점점 소홀한 듯한 모습은 생각해봐야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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