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소비자 외면의 손해범위는 측정이 불가능하다

2022. 11. 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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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SPC그룹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한 직원이 근무 중 배합기에 몸이 끼여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작년 한 해 약 8조원 매출을 기록한 거대 기업이란 점에서 이번 사태는 엄중하다.

이들은 사고 발생 시 현행법상 안전장치 설치 의무가 없다고도 주장했고 공장에선 사고 현장을 천으로 가린 채 작업을 계속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있다.

법적 책임 등 과징금은 물론 이러한 사태로 발생할 수 있는 기업생태계의 근간인 소비자로부터의 외면이 가져올 잠정적 손해를 과소추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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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SPC그룹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한 직원이 근무 중 배합기에 몸이 끼여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2022년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일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작년 한 해 약 8조원 매출을 기록한 거대 기업이란 점에서 이번 사태는 엄중하다. SPC그룹의 초기 대응도 문제가 많다. 이들은 사고 발생 시 현행법상 안전장치 설치 의무가 없다고도 주장했고 공장에선 사고 현장을 천으로 가린 채 작업을 계속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있다.

SPC의 후진적 행태는 계열사 간 거래에도 드러난다. 단가 부풀리기 등 계열사 간 부당지원으로 삼립이 381억원 상당의 불법 이익을 편취해오다 결국 과징금이 부과되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최근 고발됐다. 비슷한 사유로 과거 미국에서는 1984년 당시 세기의 기업으로 불리던 미국 통신기업 AT&T가 다수의 독립적 기업으로 강제 해산되고 계열사 간 거래는 아예 금지된 사례가 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초거대 기업 내부거래에 엄중한 철퇴가 내려지고 향후 공정거래의 기틀이 마련된 주요한 과거사로 SPC그룹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볼 때 아직 대기업조차 불공정 거래행위의 위법성은 물론이고 작업환경 안전관리 등 공급망 선진화의 중요성에 관한 인식이 부족한 듯하다. 법적 책임 등 과징금은 물론 이러한 사태로 발생할 수 있는 기업생태계의 근간인 소비자로부터의 외면이 가져올 잠정적 손해를 과소추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망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던 방호장치가 고작 30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이 방증이다. 기업의 불공정과 후진적 행태는 징벌적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 경우 기업이 감수해야 할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필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13년 남양유업 갑질 사태에 따른 불매운동 당시에 해당 기업 매출이 무려 22% 감소했다. 기존의 많은 소비자 불매운동 사례와 차별되는 특이점은 남양 불매는 그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었고 기업 수익에 영구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결국 제품 경쟁력 유실로 남양은 불매운동 이전까지 유지해 오던 프리미엄 가격정책을 포기하고 다른 경쟁사 제품보다 오히려 낮은 가격대를 유지해야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의 발달로 불매운동이 점차 조직화되고 소비자 간 상호 피드백이 활발해지면서 불매운동의 강도와 효율성이 커진 것이 주요 요인이다. 이번 SPC 사태에 남양과 같은 규모의 불매운동이 발생한다면 상당한 매출 감소가 이뤄질 것도 유추해볼 수 있다. 사회운동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많은 젊은층이 불매운동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사태에서 살펴볼 점이다.

과거 남양의 경우 편의점 등 젊은층이 주로 사용하는 매장에서 불매운동 효과가 상대적으로 컸는데 현재 SPC삼립이 편의점 업계가 판매하는 제빵 상품 중 전체 3분의 2를 상회하는 양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이 SPC 브랜드에 더욱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과거 남양 사태와 비교하면 현재 SPC그룹의 사회적 물의는 사실 비교조차 안 된다. 계열사 간 불공정 거래도 묵과할 수 없다.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가도 불공정 내부거래는 물론이고 안전관리 미흡 등 공급망 선진화에 뒤처진 기업에 대한 투자를 거두어야 한다. 이에 대한 법적 제도는 이미 있다. 국민연금을 포함해 국내 최소 11개 기관이 이미 유엔책임투자원칙에 가입되어 있다.

김규일 미시간주립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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