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백제 왕궁터? '조선 軍창고' 건물터 놀라운 반전
최대 20단 기와 쌓은 건물지 발견
충남 부여 부소산성에서 백제 왕궁으로 추정할만한 대형 건물터가 확인됐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7일 부여 부소산성 인근 발굴조사에서 백제 사비기 대형 왕궁급 건물지 2동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와 깔아 만든 백제 왕궁, 그 중에서도 가장 크고·높고·고급
이번에 발견된 건물터는 백제 사비기 왕궁급 혹은 핵심 사찰 유적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기와를 깔아 만든 ‘와적 기단 건물지’ 형태다. 건물 길이만 각각 14m, 16m에 달하는 대형 기단지로, 그간 백제 사비기 후기 왕궁지로 거론되던 부여 관북리 유적, 익산 왕궁리 유적 등을 통틀어 이번에 발견한 건물지가 가장 크다.
기와로 쌓은 단의 높이도 최대 20단까지 확인돼, 지금까지 발견된 와적기단지 중 가장 높고 보존 상태가 좋다. 국내에서 발견된 와적기단 건물지의 높이는 평균 5~6단이다. 기와로 쌓은 단에 잡석이나 품질이 떨어지는 기와 등 다른 잡다한 재료를 섞어넣지 않고, 비교적 균질한 품질의 기와로 꽉꽉 채워 쌓은 점도 건물의 위상을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부여문화재연구소 한송이 학예연구실장은 “부소산 남쪽 관북리 유적, 익산 왕궁리 유적 등 왕성으로 추정되거나 확실시되는 유적에서 확인되는 특징과 흡사한 건물지가 부소산성 안에서도 발견된 게 처음이자 의미있는 발견”이라며 “사비기 왕궁으로 추정되는 여러 지역이 있는데 새로운 가설이 제시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백제 왕궁 추정에 새 가설" 앞으로 본격 조사도 남았다
부여 부소산성은 백제 사비도성 북쪽 중앙부에 위치한 산성으로, 사비가 백제의 수도이던 시절 왕성‧후원‧배후산성 등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1981년부터 2002년까지 발굴 조사를 통해 백제~조선시대 성벽과 주거지‧저장구덩이 등 시설물이 확인됐지만 성 내부의 큰 건물지 발견은 처음이다.
충남대 고고학과 박순발 교수는 "그간 이 일대는 조선시대에 군 식량을 비축하던 창고인 '군창지' 터로만 불리고,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지역으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번 발견으로 '부소산성 내에서도 군창지는 중요한 지점이었다'는 게 입증된 것"이라며 "이번 발견 만으로 왕궁을 언급하긴 이르지만, 왕궁이 있었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결과는 맞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사전조사 격의 시‧발굴 조사로, 건물지가 발견된 곳은 군창지 남동쪽 20m 정도 거리에 위치한 평탄하고 넓은 지역이다. 부여문화재연구소는 이를 토대로 앞으로 부소산성 내 평탄한 지역의 핵심 건물군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 계획을 수립해, 부소산성 남동쪽의 군창지부터 남서쪽의 반월루 주변까지 조사할 예정이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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