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백제 왕궁터? '조선 軍창고' 건물터 놀라운 반전

김정연 2022. 11. 7. 14: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여 부소산성 시굴조사 결과
최대 20단 기와 쌓은 건물지 발견
부여 부소산성에서 확인된 20단 높이의 와적기단(기와를 쌓아 만든 건물 기단). 지금껏 확인된 부여 건물지의 와적기단 중 가장 높다. 보존 상태도 좋은 편이다. 사진에서 지표면 위쪽으로 10단, 아래로 판 참호(트렌치)에서 10단의 기와가 확인된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충남 부여 부소산성에서 백제 왕궁으로 추정할만한 대형 건물터가 확인됐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7일 부여 부소산성 인근 발굴조사에서 백제 사비기 대형 왕궁급 건물지 2동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부소산성 와적기단 건물지. 사진은 북쪽 건물지의 일부. 최대 약 13단의 기왓단이 보인다. 사진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기와 깔아 만든 백제 왕궁, 그 중에서도 가장 크고·높고·고급


전북 익산 왕궁리 유적에서 볼 수 있는 기와를 평평하게 쌓은 와적 기단. 백제의 왕궁과 사찰 건물 기단에서 보이는 특징이다. 사진은 실제 와적기단은 아니고, 와적기단의 형태를 보여주기 위해 모든 발굴조사 및 복원이 끝난 뒤 출토된 기와를 한 곳에 모아 관람객이 볼 수 있는 곳에 깔아둔 혀장. 중앙포토

이번에 발견된 건물터는 백제 사비기 왕궁급 혹은 핵심 사찰 유적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기와를 깔아 만든 ‘와적 기단 건물지’ 형태다. 건물 길이만 각각 14m, 16m에 달하는 대형 기단지로, 그간 백제 사비기 후기 왕궁지로 거론되던 부여 관북리 유적, 익산 왕궁리 유적 등을 통틀어 이번에 발견한 건물지가 가장 크다.

기와로 쌓은 단의 높이도 최대 20단까지 확인돼, 지금까지 발견된 와적기단지 중 가장 높고 보존 상태가 좋다. 국내에서 발견된 와적기단 건물지의 높이는 평균 5~6단이다. 기와로 쌓은 단에 잡석이나 품질이 떨어지는 기와 등 다른 잡다한 재료를 섞어넣지 않고, 비교적 균질한 품질의 기와로 꽉꽉 채워 쌓은 점도 건물의 위상을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부여문화재연구소 한송이 학예연구실장은 “부소산 남쪽 관북리 유적, 익산 왕궁리 유적 등 왕성으로 추정되거나 확실시되는 유적에서 확인되는 특징과 흡사한 건물지가 부소산성 안에서도 발견된 게 처음이자 의미있는 발견”이라며 “사비기 왕궁으로 추정되는 여러 지역이 있는데 새로운 가설이 제시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부소산성 와적기단 건물지. 노란색 표시된 지점이 20단 쌓인 기와를 확인한 지점, 주황색 표시된 지점이 13단 기와를 확인한 지점이다.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하기 전 시범적으로 조사하는 용도로 일부 지역만 땅을 파서 확인한 결과다. 이를 바탕으로 조사 계획을 수립한 뒤, 더 넓은 지역으로 조사가 이어질 수 있다. 사진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백제 왕궁 추정에 새 가설" 앞으로 본격 조사도 남았다


부소산성 와적기단 건물지. 이번에 건물지가 발견된 지점은 지금껏 '조선시대에 군사 식량을 저장하는 창고로 쓰였다' 정도로만 여겨졌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백제 시대에는 더 중요한 곳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새롭게 제시된 셈이다. 사진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부여 부소산성은 백제 사비도성 북쪽 중앙부에 위치한 산성으로, 사비가 백제의 수도이던 시절 왕성‧후원‧배후산성 등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1981년부터 2002년까지 발굴 조사를 통해 백제~조선시대 성벽과 주거지‧저장구덩이 등 시설물이 확인됐지만 성 내부의 큰 건물지 발견은 처음이다.

충남대 고고학과 박순발 교수는 "그간 이 일대는 조선시대에 군 식량을 비축하던 창고인 '군창지' 터로만 불리고,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지역으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번 발견으로 '부소산성 내에서도 군창지는 중요한 지점이었다'는 게 입증된 것"이라며 "이번 발견 만으로 왕궁을 언급하긴 이르지만, 왕궁이 있었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결과는 맞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사전조사 격의 시‧발굴 조사로, 건물지가 발견된 곳은 군창지 남동쪽 20m 정도 거리에 위치한 평탄하고 넓은 지역이다. 부여문화재연구소는 이를 토대로 앞으로 부소산성 내 평탄한 지역의 핵심 건물군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 계획을 수립해, 부소산성 남동쪽의 군창지부터 남서쪽의 반월루 주변까지 조사할 예정이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