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먼톡] 공감과 치유가 먼저다

2022. 11. 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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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또 일어났다.

휴일 새벽에 들려온 충격적인 소식에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다.

또 왜 그런 표현을 쓰냐는 질문에 이태원의 세계적인 관광 명소 이미지에 흠이 갈 수도 있다는 투의 공직자의 답변에는 더욱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책임질 만한 위치에 있는 분들 중 그 슬픔에 공감과 비탄을 표하는 분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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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또 일어났다. 휴일 새벽에 들려온 충격적인 소식에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다. 딸의 퇴근 시간에 맞추어 서울시청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다녀왔다. 국화꽃 한 송이를 제단에 올리면서 제대로 꿈도 펼치지 못하고 떠난 영혼들의 명복을 빌었다. 돌아오는 길에 딸아이가 이번에 희생된 분들이 자기 세대라고, 세월호 때도 자기 세대였고 또 자기 세대 친구들이 희생되어서 마음이 괴롭다고 얘기했다. 부모 세대로서 괴로움 역시 못지않음을 얘기해 주고 싶었지만, 그냥 가슴에 담아두었다.

사고 경위와 책임을 묻기 위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고 대책 마련, 제도적 개선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들이고 해야 할 일들이다. 그런데 뭔가 중요한 것이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희생자와 그 유족의 슬픔에 대한 공감이다. 물론 자발적으로 분향소를 찾아오는 평범한 시민들이 많다. 그런데 슬픔은 시민들의 몫이어야만 할까. ‘참사’가 아닌 ‘사고’, ‘희생자’가 아닌 ‘사망자’라는 표현을 쓰도록 정부가 지침을 내렸다는 뉴스에 유가족들은 다시 한번 아픔을 느꼈을 것이다. 또 왜 그런 표현을 쓰냐는 질문에 이태원의 세계적인 관광 명소 이미지에 흠이 갈 수도 있다는 투의 공직자의 답변에는 더욱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책임질 만한 위치에 있는 분들 중 그 슬픔에 공감과 비탄을 표하는 분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부모님 장례를 치를 때 많은 지인의 위로가 큰 힘이 된 경험이 있다. 평범한 말이지만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 하룻밤 사이에 길거리를 걸어가던 156명의 청년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모든 국민들이 함께 가슴 아파한다고 느낄 수 있다면 유족들에게도 큰 위로가 될 것이다. 큰 도로변에 있는 옥외전광판들도 애도 기간에는 그냥 일상적인 광고를 노출할 것이 아니라 애도와 추모의 글을 올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분들이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을 표현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슬픔과 비탄을 함께 아파하고 끌어안아 줄 때 그 고통이 치유될 수 있고 사회의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을 것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면 또 제도를 만들고 그에 따른 조직을 새로 만드는 것이 그간 정부의 주된 대응방식이었다. 행정안전부는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을 총괄한다는 안전본부장(차관) 자리를 만들고 그 아래 3개의 실을 갖춘 큰 조직을 만들었지만, 이번 사건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큰 사고만 터지면 번갯불에 콩 볶듯이 제도를 신설하고 정부 조직을 늘리고 하는 것보다는 먼저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아픔에 공감하는 치유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어떨까? 그리고 사건의 원인과 예방을 위한 방안은 차분하고 꼼꼼하게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위원회를 구성하여 시간을 가지고 하나하나 짚어보면서 행정당국의 사전예방 매뉴얼, 현장 관계자들이 지켜야 할 매뉴얼, 그리고 위급 시 행동 요령에 대한 교육 강화방안들을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의 총기 난사 사건 흑인 희생자를 위한 추도식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노래하면서 희생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준 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때야말로 모든 사람을 위한 치유와 통합의 시간이었다.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은 그러한 시간이다.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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