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자학원 바통 잇는 노반공방…일대일로 19개국 벌써 진출

신경진 2022. 11. 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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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일대일로 참여국에 직업교육센터인 노반공방을 개설 무료 직업기술교육을 제공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 노반공방 웨이신

중국 교육부의 후원을 받는 중국어 보급기관인 공자학원이 서구에서 선전기관으로 배척받는 가운데 중국 배경의 직업교육 센터인 노반공방(魯班工坊)이 이미 세계 19개국 25곳에 설치됐다고 미국의소리(VOA)가 7일 보도했다.

중국 톈진(天津) 시정부가 시작한 노반공방은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의 유명한 목수 겸 장인 노반(魯班, B.C. 507~?, 본명 공수반·公輸般)의 이름을 따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핵심 외교정책인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참여국 주민에게 직업교육을 제공한다는 게 설립 목적이다. 1호는 지난 2016년 태국 아유타야 기술대학에 톈진 보하이(渤海) 기술직업학원의 지원으로 설립됐다. 기계와 전기설비부터, 응용전자기술, 자동화와 로봇 공학까지 노반공방의 프로그램은 현지 수요에 맞춤형으로 진행했다. 지금까지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는 물론 인도·파키스탄, 유럽의 포르투갈 등 19개국에 25개 노반공방이 설치됐다고 지난 10월 20일 노반공방 측이 공식 SNS를 통해 발표했다.

노반공방은 공자학원과 해외 보급 방식이 같다. 중국의 직업기술 학교가 현지 협력 파트너를 찾아 해당 학교에 강의 코스를 개설하고 중국 표준의 관련 기술을 강의하는 모델이다. 수강생은 졸업 후 관련 직종에 투입된다.

앞서 공자학원은 중국어 보급기관으로 각광받았으나 중국 소프트파워와 이데올로기 선전을 위한 기구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4년간 미국의 대학에 설치되어 있던 기존 학원 118곳 가운데 104곳이 문을 닫았다.

중국이 일대일로 참여국을 위주로 직업교육센터인 노반공방을 개설 무료 직업기술교육을 제공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영국 한 노반공방의 요리강좌. 사진 노반공방 웨이신

노반공방은 아직 공자학원 규모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 평가다. 더크반 데르클리 호주국립대학 연구원은 “현재까지 노반공방의 해당 국가에 대한 공헌은 제한적이며 지경학 혹은 소프트파워의 도구로 작용할 공간 역시 한정되어 있다”면서 “다만 공방이 계속해서 규모를 확대한다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VOA에 밝혔다.


노반공방, 시진핑 주석도 수차례 강조


노반공방은 시진핑 주석도 여러 차례 언급할 정도로 관심을 기울이는 프로젝트다. 지난 2018년 9월 3일 아프리카 54개국 가운데 53개국 정상이 베이징에 총집결해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개막 연설에서 시 주석은 “아프리카에 10개의 노반공방을 설립해 아프리카 청년에게 직업기술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중앙아시아 순방 기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회담에서 모두 현지에 설립된 노반공방을 언급했다. 반 데르클리 연구원은 “이는 노반공방 프로젝트가 중앙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음을 설명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일대일로 참여국을 위주로 직업교육센터인 노반공방을 개설 무료 직업기술교육을 제공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아프리카 케냐의 노반공방 개소식. 사진 노반공방 웨이신

노반공방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중국이 태국에 투자 중인 70억 달러(약 9조8500억원) 규모의 고속철도 프로젝트와 결합해 노반공방이 철도센터를 설립했다. 고속철도 기관차 점검 기술 및 고속철도 신호 자동 통제 두 전문 과정을 개설했다. 아프리카 지부티의 노반공방에는 철도운영관리 과정을 개설해 중국 기업이 현지에 건설·개통한 752㎞ 아디스아바바-지부티 철도 운영 인력을 교육시켰다. 몸바사-나이로비 철도, 헝가리-세르비아 철도, 중국-라오스 철도 등 일대일로 프로젝트 현장마다 노반공방을 개설해 자동화, 공업용 로봇, 신에너지, 철도 기관차 정비 등 중국 표준 기술 전파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서구도 지원 프로젝트 제공해 경쟁해야”


노반공방은 중국이 개발도상국을 공략하는 새로운 도구다.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개도국의 지지를 중요한 부분으로 보고 있다. 조너선 설리번 영국 노팅엄대 교수는 “개발도상국이 중국이 제공한 자원을 받아들였다고 비난할 수 없다”며 “중국이 유일한 제공자라면 자연스럽게 중국의 자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VOA에 밝혔다. 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방 세계가 노반공방에 필적하는 프로젝트를 제공하면서 선의의 경쟁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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