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홍수’ 파키스탄이 내민 기후변화 청구서 42조…누가 돈 낼까
선진국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 위기의 피해를 저소득 국가들이 떠안는 게 과연 정의로운 것일까. 6일(현지시각) 이집트에서 개막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기후 재난 피해를 보상하는 문제를 두고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200개 가까운 국가들이 참여한 이번 총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문제가 공식 의제로 상정됐다. ‘손실과 피해’란 해수면 상승·홍수·가뭄·폭염 등 기후 변화가 유발한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비용을 말한다. 사망과 부상, 이재민 발생, 시설 파괴, 농작물 피해는 물론, 생물종다양성 감소 등 자연 훼손도 여기에 포함된다.
파키스탄 홍수 피해 42조…“선진국에 보상 요구”
올여름에 역사상 최악의 홍수 피해를 겪은 파키스탄 역시 대표적인 기후 취약 국가로 꼽힌다. 글로벌 기후 위험 지수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전 세계 국가 중에서 8번째로 기후 위기에 취약했다.
파키스탄은 이번 홍수로 인해 1700명이 숨졌으며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등 막대한 피해를 봤다. 세계은행은 파키스탄 홍수로 인한 물질적·경제적 손실이 42조 원(3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앞으로 인프라 등 피해 복구에 들어가는 비용도 22조 원(1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COP27에서 100여 개 개발도상국을 대표해 기후 변화가 초래한 돌이킬 수 없는 피해에 대한 보상을 선진국에 촉구할 예정이다. 무니르 아크람 주유엔 파키스탄 대사는 “지난 150년 동안 선진국들의 정책 영향으로 고통받아온 개도국 입장에서는 기후 정의의 문제”라며 “파키스탄의 재난이 기후 영향의 상징이 되면서 정치적 분위기에 변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실과 보상’ 기준 합의도 쉽지 않아
‘손실과 피해’의 기준과 규모를 따지기도 쉽지 않다. 기후 재해에서 무엇이 인위적인 기후 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로 간주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직 국가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웃의 재산에 피해를 주면 이웃에게 보상해야 마땅하다는 관념은 여러 문화권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존재했고 성경에도 나온다”면서도 “법적, 현실적인 문제로서 그 원칙을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데에는 커다란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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