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완 BNK금융 회장, 조기 사임…후임 내부냐 외부냐 주목

2020년 연임 성공했으나 '자녀 특혜 의혹'에 임기 5개월 남기고 낙마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이 회장직에서 조기 사임했다. 임기 만료를 약 5개월 앞둔 상황에서다.

BNK금융지주는 7일 보도자료를 내고 김 회장이 사임했다고 밝혔다. BNK금융 측은 "(김 회장이) 최근 제기된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하여 그룹 회장으로서 도덕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최근 건강 악화와 그룹의 경영과 조직 안정을 사유로 사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부국증권, 현대증권, 하나대투증권(현 하나증권) 사장을 역임한 '증권맨'인 김 회장은 지난 2017년 9월 BNK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2020년 3월 연임에 성공하면서 약 5년간 그룹 경영을 이끌어 왔다. 재임 시절 실적개선은 물론 은행-비은행 부문의 균형 있는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최근 자녀 관련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김 회장은 앞선 두 명의 회장(이장호 전 회장, 성세환 전 회장)처럼 불명예 퇴진이란 멍에를 안게 됐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선 김 회장의 아들이 재직한 한양증권이 BNK금융 계열사들이 발행하는 채권 인수단으로 선정돼 약 1조2000억원어치의 채권을 대량 인수했단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이 제기된 바 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달부터 이와 관련한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김 회장이 조기 사퇴하면서 관심은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쏠린다. 당초 BNK금융은 지난 2018년 최고경영자 후보자 추천 및 경영승계 규정 개정을 통해 지주 사내이사, 업무 집행책임자(사장 이상), 계열사 대표 중에서 내부 승계로 회장직을 선임키로 했으나, 안팎에서 지배구조의 폐쇄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지난 4일 이사회를 열어 '외부 인사를 외부 전문기관의 추천을 받아 회장 후보에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규정이 개정된 만큼 새 회장직 선출 구도는 내부 출신 대(對) 외부 출신 인사의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내부 출신, 계열사 대표 9인 중에선 안감찬 BNK 부산은행장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회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유력하다 할 만한 다른 내부 후보군도 있긴 하지만 해당 계열사가 자녀 특혜 의혹 등과 관련해 감독 당국의 검사를 받는 상황이어서 리스크가 크단 평가"라며 "안 행장은 취임 후 실적도 좋았던데다, 기존 최고경영진과 각을 세워온 만큼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외부 출신 인사론 박영빈 건설공제조합 이사장(전 경남은행장), 손교덕 전 경남은행장,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 안효준 전 BNK투자증권 대표이사 등 전직 임원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도 거론된다. 업권에선 김 회장의 사의 표명으로 혼란스러워진 조직을 다잡기 위해 명망 있는 금융권 인사가 추가로 후보군에 오를 수 있단 관측도 내놓고 있다.

BNK금융 관계자는 "금일 회장 사임서 제출로 인해 그룹의 경영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이사회를 개최하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라며 "그룹 내부 이슈로 인해 고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본연의 역할에 차질 없도록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