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책임 공방전 격화..尹 “책임묻겠다” 경찰 정조준

이재명 “대통령이 사과해야”
행안장관·경찰청장 등 파면
국힘엔 국정조사 수용 요구
정진석 “국조는 수사권 없어
재발방지책 마련이 책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소속 의원들이 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31일 오전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아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조문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금보령 기자, 이기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해 "책임을 묻겠다"고 말하면서 그 수위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여당은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국무총리까지 포함한 대규모 인사 교체를 통한 국정쇄신을 주장하고 나섰다. 국가애도기간이 끝난 정치권에서 ‘책임자 문책 여론’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최고위 회의에서 "이 모든 참사의 최종책임자이자 국정 최종책임자인 대통령이 진지하게 엄숙하게 사과가 필요하다"면서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거듭 압박했다. 그는 "책임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지는 것"이라면서 "국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정부가 어디있었는가를 국민들이 묻고 있다. 국무총리 사퇴 포함 국정의 전면 쇄신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 것이 바로 책임지는 첫 번째 출발점"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등을 파면하는 등 국정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했다. 또 여당인 국민의힘에는 국정조사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삼풍 백화점 붕괴와 새월호 참사 가습기 최순실 사태 때도 검경 수사 병행해서 국조가 실시됐다"면서 "정부가 책임이 두려우니 이 핑계 저 핑계로 시간 끌어 국조 국회 책무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권 무능 무책임 덮기 위해 진실 감추려 한다면 국민 가만히 있지 않는다"면서 "국조는 법적 강제력 지니며 사법 처리 주요 근거로 작용한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국민의힘은 방어보다는 역공 모드를 취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큰 사건사고가 나면 때를 만난 듯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는 민주당, 집권할 때 대체 재발방지 위해 무슨 일을 했나"라고 반문하며 "애도 기간 끝나고 사건 전모를 밝힌 뒤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게 국회와 정치권의 책무"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에 경고한다"며 "정권 퇴진 운동 벌이는 치졸한 정치를 당장 그만두라"고 강조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또 "국민들이 소중한 한 표 한 표로 선택한 대통령을 임기 5개월 만에 끌어내린다는 민주당은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정당 아닌가"라며 "‘검수완박’으로 검찰 손발 완전히 묶고 이제는 경찰 수사 못 믿는다며 국정조사 요구하는데 수사권 없는 국정조사로 무슨 진실 밝히나"라고 지적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태원 참사 이후에도 진상 조사한다고 정쟁하고 시간 보내고 예산 낭비할 게 아니라 재발방지책에 집중하고 시스템 구축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 영가 추모 위령법회'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 영가 추모 위령법회'에서 불자들이 헌화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대통령실 안팎에선 윤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한 건 사고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차원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예년 핼러윈 때는 경찰이 이태원의 도로와 인파를 통제하는 수준까지 관리가 이뤄져 왔지만 올해 핼로윈 때는 사전 조치가 미흡했던 점, 참사 당시 대응 조치가 늦어진 점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국가애도기간은 끝났지만, 사실 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막을 수 있었던 이번 참사가 벌어진 것에 대해 (윤 대통령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윤 대통령은 앞으로 재난안전사고 및 인파 관련 참사를 막기 위해 원인 규명을 철저히 하고 재난안전 대책을 새로 마련하겠다는 각오가 크다"며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한다면 책임 있는 사람들이 드러나는 것은 물론이고, 문책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