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KS 5차전, '에이스 재대결' 성사

양형석 2022. 11. 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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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포스트시즌] 7일 시리즈 향방 가를 5차전서 김광현-안우진 리턴매치

[양형석 기자]

4차전까지 2승 2패. 정규리그 우승팀 SSG랜더스와 준플레이오프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키움 히어로즈는 한국시리즈에서 4경기를 치르는 동안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최근 10년 동안 4차전까지 2승 2패로 맞선 한국시리즈는 총 네 차례(2012, 2014, 2018, 2020년)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5차전 승리팀이 모두 그 기세를 몰아 6차전까지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만큼 5차전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키움은 1차전에서 대타 전병우가 역전 홈런과 연장전 결승타를 작렬하며 영웅으로 등극했고 4차전에서는 키움의 '가을사나이' 송성문이 3안타 2타점, 깜짝 출전한 신준우가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SSG는 2차전에서 윌머 폰트의 호투와 함께 최지훈이 쐐기 홈런과 함께 3안타 2타점을 기록했고 3차전에서는 가을야구에 첫 등판한 신예 오원석(이상 SSG)이 5.2이닝 7탈삼진 1실점 호투로 깜짝스타에 등극했다.

시리즈의 향방을 가를 5차전에서는 양 팀이 자랑하는 에이스 김광현과 안우진이 재격돌한다. 두 선수는 1차전에서도 나란히 선발등판해 맞대결을 벌였지만 김광현이 5.2이닝 4실점(2자책)으로 아쉬움을 남겼고 안우진은 단 58개의 공만 던지고 물집이 터지면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과연 5차전에서 이름값을 하면서 팀 승리와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에 더 가까이 가게 될 에이스는 누구일까.

개인 통산 5번째 우승반지 노리는 대투수

김광현은 한국시리즈와 인연이 많은 투수다. SK 와이번스 시절이던 2007년 1승 2패로 뒤지던 4차전 선발로 낙점된 '루키' 김광현은 정규리그 22승을 기록한 두산의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와 맞대결을 벌여 7.1이닝 9탈삼진 무실점으로 대이변을 일으켰다. 2008년에도 5차전 승리투수가 된 김광현은 2009년 부상으로 한국시리즈에 나서지 못했지만 2010년 김성근 감독의 배려로 4차전 마무리 투수로 나서며 우승의 순간을 함께 했다.

김광현은 2018년에도 4차전 선발로 등판해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고 6차전에서는 13회말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8년 전에 이어 한국시리즈 2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렇게 김광현은 커리어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얻었다. 2018년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7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펼친 김광현은 2019 시즌이 끝나고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로 진출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2년 간 활약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151억 원의 조건에 SSG로 복귀한 김광현은 정규리그에서 13승 3패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하며 SSG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SSG의 1차전 선발로 등판한 김광현은 4회까지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키움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 막았다. 하지만 5회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김광현은 5회 2점, 6회 2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고 결국 6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김광현은 4개의 우승반지를 가지고 있는 투수답게 1차전에서 패한 후에도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3연패해도 4연승으로 우승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비록 중요한 1차전을 내줬지만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연장까지 경기를 끌고 가며 선전한 만큼 남은 경기에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SSG는 2, 3차전을 내리 승리하며 시리즈를 뒤집었고 2승 2패 동률인 상황에서 안방으로 돌아왔다.

'1차전에서 패해도 우승할 수 있다'는 김광현의 장담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5차전 호투가 매우 중요하다. 김광현은 과거부터 중요한 경기일수록 더욱 집중력을 끌어 올렸던 투수다. 그리고 시리즈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5차전이야말로 역대 7번의 한국시리즈에서 11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2세이브 ERA 2.30(45이닝12자책)을 기록했던 리그 최고 좌완 김광현의 '관록'이 절실하게 필요한 경기다.

안우진의 손가락은 5일 만에 완쾌됐을까

안우진의 구위와 가능성은 루키 시즌 혜성처럼 등장해 2경기에서 9이닝 10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2승을 따냈던 한화 이글스와의 2018년 준플레이오프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하지만 리그 최고의 구위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 받은 특급 유망주 안우진은 잦은 부상과 불안정한 멘탈, 사생활 문제 등으로 잠재력을 확실히 폭발시키지 못했다. 작년 21경기에서 8승 8패 ERA 3.26을 기록한 것이 안우진의 프로 데뷔 최고 성적이었다.

하지만 안우진은 프로 5년 차가 된 2022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196이닝을 던지며 15승 8패 ERA 2.11 224탈삼진의 성적을 기록하며 키움은 물론 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에이스로 급성장했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김광현을 제치고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따냈고 1984년의 고 최동원마저 제친 탈삼진 부문에서는 애초에 적수가 없었다. 안우진은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12이닝 2실점으로 MVP에 선정됐다.

플레이오프가 4차전으로 끝나면서 4일의 휴식을 가진 안우진은 SSG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낙점됐다. 하지만 안우진은 앞선 두 시리즈와 달리 2회 김성현에게 적시타, 3회 최정에게 솔로홈런을 맞으며 흔들렸고 급기야 손가락 물집이 터져 피가 흐르면서 2.2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정규리그 196이닝, 가을야구 20.2이닝을 합쳐 올해만 총 216.2이닝을 던진 끝에 손가락에 탈이 난 것이다.

흔히 정규리그에서 투수의 손가락 물집이 터지면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한 후 최소 열흘간 치료를 하면서 상처가 아물길 기다리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9일 만에 일정이 끝나는 한국시리즈에는 안우진의 등판이 쉽지 않을 거라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키움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에이스 안우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결국 안우진은 단 5일만 쉬고 5차전에서 다시 선발 마운드에 오르기로 결정했다.

사실 현재 안우진의 오른쪽  손가락은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안우진은 시속 155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주무기로 하는 투수이기 때문에 마운드에서 힘을 조절할 수도 없다. 하지만 5차전에서 다시 안우진의 손가락에 문제가 생긴다면 키움은 남은 시리즈의 마운드 운영이 매우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안우진의 손가락에 키움의 2022 한국시리즈 운명이 걸려 있다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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