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지-최효서, 인삼공사 승리 안긴 '막내콤비'
[양형석 기자]
인삼공사가 AI페퍼스를 간신히 꺾고 시즌 2번째 승리를 챙겼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KGC인삼공사는 6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19-25, 15-25, 25-19, 25-23, 15-13)로 승리했다. 첫 두 세트를 무기력하게 내주며 패색이 짙었던 인삼공사는 3세트부터 내리 세 세트를 연속으로 따내는 저력을 보이며 막내구단의 시즌 첫 승 제물이 되는 것을 면했다(2승 2패).
인삼공사는 친정팀을 상대한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가 트리플크라운에서 서브득점 1개가 부족한 34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주도했고 박혜민이 14득점, 정호영이 11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이날 경기는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두 신인 선수의 활약이 돋보였다. 교체선수로 들어와 팀의 대역전승을 견인한 박은지 세터와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로 AI페퍼스의 공격을 막아낸 최효서 리베로가 그 주인공이다.
▲ 인삼공사가 이번 시즌 기록한 두번의 승리를 거둔 요인은 모두 박은지 세터의 교체투입이 있었다. |
ⓒ 한국배구연맹 |
인삼공사는 화려하진 않지만 기본에 충실한 토스와 조용한 리더십을 자랑하는 '클래식 세터' 이재은이 지난 2018-2019 시즌까지 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재은 세터는 2019년 5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복싱금메달리스트인 신종훈과의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만 32세의 많지 않은 나이에 현역은퇴를 선언했다. 구단에서도 그저 결혼이 아닌 출산계획까지 세운 선수의 은퇴를 말릴 명분이 없었다.
그렇게 인삼공사는 하루 아침에 주전세터를 잃었고 다음 시즌을 치르기 위해서는 다른 팀으로부터 세터를 구해야 했다. 마침 FA표승주(IBK기업은행 알토스)가 이적한 GS칼텍스 KIXX에서 염혜선 세터를 보상선수로 지명하면서 인삼공사는 팀 내 최고연봉선수였던 한수지를 내주며 염혜선 세터를 영입했다. 그렇게 염혜선 세터는 2019-2020 시즌부터 인삼공사의 새로운 주전세터로 활약했다.
하지만 염혜선 세터는 2021-2022 시즌 손가락 수술을 받으면서 19경기 출전에 그쳤고 인삼공사는 하효림 세터와 김채나 세터로 시즌을 치렀지만 설상가상으로 하효림 세터마저 시즌이 끝난 후 은퇴를 선택했다. 심각한 세터난에 시달린 인삼공사는 지난 9월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일신여상의 세터 박은지를 지명했다. 그리고 실전에서 활용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할 거라던 평가와 달리 박은지는 초반부터 코트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지난 10월 26일 기업은행과의 시즌 첫 경기에서 교체 선수로 투입된 박은지는 신인답지 않은 과감한 토스로 인삼공사의 시즌 첫 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박은지는 6일 AI페퍼스와의 경기에서도 2세트 중반 염혜선 대신 경기에 투입돼 서브득점 2개와 블로킹 1개를 포함해 5득점을 올리며 인삼공사의 리버스 스윕을 견인했다. 특히 미들블로커 정호영과 아웃사이드 히터 박혜민 등 여러 선수에게 공격을 분산시키며 AI페퍼스의 블로킹을 흔들었다.
2008-2009 시즌부터 프로생활을 시작한 염혜선 세터는 현재 7개 구단의 주전세터 중에서 가장 나이(빠른 1991년생)가 많다. 물론 아직 '경험'에서는 고등학생 신분인 박은지가 2020도쿄올림픽의 주전세터였던 염혜선을 따라갈 수는 없다. 하지만 가장 나이가 많은 주전세터를 보유한 인삼공사는 하루 빨리 세터 세대교체와 백업세터 육성을 서둘러야 하고 박은지는 현재 인삼공사 차세대 세터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
▲ 최효서 리베로는 이번 시즌에 입단한 신인 선수 중 유일하게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
ⓒ 한국배구연맹 |
지난 2017년 FA자격을 얻은 김해란 리베로(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팀을 떠난 인삼공사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한 시즌 동안 '무적'으로 있었던 오지영 리베로를 영입했다. 그리고 오지영 리베로는 인삼공사에서 활약한 네 시즌 동안 두 번이나 리베로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되며 김해란, 임명옥(도로공사)과 함께 V리그 '리베로 3대장'으로 군림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디그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작년 FA시장에서 아웃사이드 히터 이소영을 영입했고 GS칼텍스는 보상선수로 오지영 리베로를 지명했다. 네 시즌 동안 114경기에 출전한 붙박이 주전 리베로를 잃은 인삼공사는 지난 시즌 노란 리베로를 주전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노란 리베로는 수비부문(리시브+디그) 4위(세트당6.60개)에 오르며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고 대표팀에 선발된 노란 리베로마저 아킬레스건을 다치는 큰 부상을 당했다.
두 시즌 연속 주전 리베로를 잃은 인삼공사에 남은 리베로는 프로 입단 후 주전으로 활약한 경력이 거의 없는 서유경 리베로 뿐이었다. 고희진 감독은 아웃사이드 히터 고민지를 리베로로 변신시키는 등 여러 방안을 강구했지만 리베로 자리를 메우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지난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6순위(전체 12순위)로 선발한 한봄고의 최효서 리베로가 이번 시즌 고희진 감독의 리베로 고민을 해결해 주고 있다.
최효서 리베로는 이번 시즌 인삼공사가 치른 4경기에서 모두 주전 리베로로 출전해 풀타임으로 활약하고 있다. 물론 리시브 효율 14위(34.02%)와 디그 8위(세트당3.76개)로 아직 개인성적이 썩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효서 리베로는 주전 리베로가 마땅치 않았던 인삼공사에서 노란의 자리를 메워주면서 신인으로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 최효서는 6일 AI페퍼스전에서도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23개의 디그를 기록했다.
사실 공격을 거의 하지 않는 특수포지션인 세터와 리베로는 그 어떤 자리보다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포지션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루키 신분인 박은지와 최효서는 이번 시즌 엄청난 부담을 떠안은 셈이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루키에게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기회가 두 선수에게 찾아온 것이고 박은지와 최효서는 이번 시즌 신인으로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놀러 갔다가 죽은 걸 뭐...'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 윤석열 정부가 또 무슨 짓 할지... 정신 똑바로 차리자
- "10개팀 50명 마약단속반 중 한 팀만 질서유지로 전환"
- "한덕수 무심한 농담, 한국 청년의 현실"... 외신 쓴소리
- 30분째 쪽파 다듬기, 이 시간에 임플란트를 심었다면
- 커피 때문에... 중국 도시에서 15시간마다 벌어진 일
- 일본이 벌인 '쩐의 전쟁', 일본에 가담한 한국인
- '안전점검회의' 나선 윤 대통령 "대통령으로서 비통, 국민께 죄송"
- 영등포역서 무궁화호 탈선, 인명피해 없는 것으로 파악
- '청담동 술자리' 제보자 "참석자 그날 목소리와 명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