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벗' 기대감 사라진 코스피는 박스권…시선은 외국인 자금 향할 곳

이선애 2022. 11. 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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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벗(정책 방향 전환) 기대감이 사라진 국내 증시가 당분간 박스권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추세적 상승장이 오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외국인의 자금이 지속해서 유입되고 있어 이들의 수급 개선이 이뤄지는 종목에 선별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이 국내 주식 시장에서 지속적인 순매수 행진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31일부터 4일까지 1조4745억원 상당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1조4704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102억원가량 사들였다. 이는 지난달 마지막 주 1조1000억원 상당 순매수한 데 이어 매수세가 확대된 것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2조4000억원 규모의 매수 우위를 기록했고, 5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의 자금이 유입되는 배경으로는 국내 증시의 저가 매수 기회를 활용하려는 전략 외에도 중화권에서 이탈한 자금을 한국으로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우리 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수가 흥미롭다"며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중화권에서 이탈된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중국 기업 비중 축소를 이유로 꼽았다. 이 연구원은 "딱히 나아진 것도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 순매수와 숏커버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신흥국지수 내 포트폴리오(중국 기업 비중 축소) 변화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며 "2022년 7~10월까지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08억달러였지만, 인도, 브라질,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같은 기간 동안 순매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외국인의 수급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지난주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4481억원)다. LG에너지솔루션(2577억원)과 삼성SDI(2311억원)가 뒤를 이었다. 또 한화솔루션과 LG화학도 각각 605억원과 583억원 상당 사들이며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앞으로 계속 외국인의 자금이 유입될 종목으로도 삼성전자가 꼽혔다. 이 연구원은 "신흥국지수 내 포트폴리오 변화와 계절적인 공매도 비율 축소를 기반으로 한 외국인 수급 개선 수혜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MSCI 신흥국(EM) 지수 내 편입된 국내 기업 중 최근 외국인 보유 비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줄었고 현재 공매도 잔고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면 주가 측면에서 외국인 수급 개선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이외에도 네이버(NAVER), 카카오, 에코프로비엠, 카카오뱅크, 삼성전자, 엔씨소프트, LG이노텍 등이 꼽혔다.

이 같은 투자 전략이 나오는 이유는 국내 증시의 제한적인 등락이 예고돼서다. 시장 변동성 확대에 유의하면서 기대치는 낮춰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피벗 기대는 후퇴했다"면서 "이는 9월 FOMC와 유사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지난 7월과 8월 피벗 기대에 베어마켓 랠리를 보인 증시는 9월 FOMC 이후 조정을 겪었다.

김 연구원은 이어 "10월 주식시장 상승 또한 Fed 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배경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1월은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상승 요인으로는 증권시장 안정펀드의 조성을 꼽았고, 하락 요인으로는 피벗 기대감 후퇴, 금융권의 자금경색 우려를 들었다.

국내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치가 줄어드는 데 이어 금융권 자금경색, 무역수지 적자 등 경기침체 신호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하방 요인이 더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수출 증가율은 내년 내내 마이너스를 보일 전망"이라며 "유동성, 펀더멘털(기초체력) 모두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반기 국내 상장기업들의 실적 기대치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이익 추정치는 일주일 새 6.2% 감소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물가의 진정과 안정적 경기는 공존할 수 없고, 긴축 정책은 보통 2~3개 분기의 시차를 두고 실물경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4분기 실적 발표 시즌 전후로 이익 추정치의 추가 하향 조정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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