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전봇대 283개 뽑은 그 남자, 이번엔 복합쇼핑몰 만든다
2009년 4월 11일 전남 순천시 내 순천만습지. 5t 트럭에 설치된 크레인이 10여m 길이 전봇대를 뽑아 올리자 박수가 쏟아졌다. 순천만 보존을 위해 들녘에 있는 전봇대를 제거하는 행사였다.
당시 순천만 전봇대 283개를 뽑아낸 것은 노관규(62) 순천시장 아이디어다. 순천만과 흑두루미 보호를 위해 전봇대를 잇는 전선도 모두 제거했다. 300억 원을 들여 생태형 탐방로를 설치하고 주차장을 생태공원으로 바꾼 것도 이때다. 이후 순천만은 세계적인 습지 명소로 인정받으면서 국내 첫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린 생태관광 모델이 됐다.
음식점 이전, 생태형 탐방로·선착장 ‘환경 개선’
노 시장의 판단은 주효했다. 순천만 주변에 난립했던 음식점 이전과 생태형 이동 동선에 따라 자연환경과 경관이 개선됐다. 이는 순천에서 국내 첫 정원박람회(2013년)와 제1호 국가정원 지정(2015년) 등이 차례로 성사된 배경이 됐다.
전 세계 흑두루미, 40%가 찾는 최대 서식지
노 시장은 “14년 전 전봇대를 뽑아서 철새를 오게 한 순천만을 인간의 행복지수를 높일 세계적인 생태 모델로 가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졸에 구로공단 노동자 출신 검사
그는 건국 후 최대 금융 비리 사건인 정태수 사건 때는 4327억원의 탈루세액과 2981억원 보유·은닉 재산을 낱낱이 찾아냈다. 8년간 세무공무원에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한보그룹 회계장부 허점을 파고들어 탈루 세액을 백원 단위까지 밝혀냈다. “별명이 ‘자물쇠’인 정태수 회장 입을 열고 비자금 수천억 원의 비리를 파헤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선 4·5기 순천시장…‘4전5기’ 징검다리 3선
노 시장은 10년 만에 열리는 내년 4월 정원박람회를 앞두고 두 번째 생태형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순천만 어싱(earthing)길과 옛 순천만 뱃길 복원 등을 통해 또 한 번 순천만의 변신을 꾀한다. 어싱길은 순천만 연안과 내륙의 람사르습지를 연결하는 4.5㎞의 탐방로를 내는 사업이다. 어싱은 맨발 걷기를 통해 체내 정전기를 배출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자연치유법이다.
어싱길에는 단순한 치유의 공간을 넘어 항구적인 생태보존을 위한 의도도 숨어있다.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인 ‘국가해양정원’ 사업의 중심지 역할이다. 노 시장은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해양 어싱길 등을 통해 10년 전 박람회와는 또 다른 감흥과 매력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 첫 복합쇼핑몰 유치…경전선 우회가 관건”
노 시장은 “경전선 구간 중 도심을 통과하는 철로는 순천이 유일하다”며 “영호남의 상생 발전을 위해서라도 도심 속 대못이 된 옛 철로를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부산, 5시간 거리 2시간대 단축
경전선 순천도심 우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사업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28일 광주광역시를 찾은 자리에서 순천시가 경전선 도심 통과를 반대하게 된 경위 등을 물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민의힘, 순천시 등의 소통 필요성도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전국 시장·군수 초청 간담회에서는 검사 후배인 노 시장에게 “잘 지냈습니까”라며 먼저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남해안벨트 화룡점정…광주·전주완 별도 추진”
그는 지난 8월 31일 스타필드 개발·운영사인 신세계프라퍼티 임영록 대표에게 직접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당시 노 시장은 “스타필드는 전남 순천·여수·광양을 넘어 경남 서부권을 아우르는 남해안 관광벨트를 묶어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노 시장은 “남해안 관광벨트는 동서화합을 이끄는 화개장터형 프로젝트”라며 “수도권 블랙홀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축이 남해안벨트인 만큼 광주나 전주 등과는 별개로 유치를 성사시킬 각오”라고 말했다.
순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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