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신라시대부터 길러온 토종개' 천연기념물 동경이를 아시나요

성선해 2022. 11. 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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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지방이나 나라에서 예전부터 길러 오던 고유한 품종의 개를 토종개라고 해요. 우리나라의 잘 알려진 토종개는 삽살개·진돗개가 있고, 북한에는 풍산개가 있죠. 삽살개·진돗개는 대한민국의 천연기념물이고, 풍산개는 북한의 천연기념물인데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토종 견종이 하나 더 있어요. 바로 경북 경주가 고향인 경주개 동경이입니다. 동경이는 정확히 어떤 개를 말하는 걸까요. 또한 긴 역사에 비해 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을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경주에서 '동경이 아버지' 최석규 교수를 만나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애 첫 외출을 한 생후 2개월 새끼 동경이들. 동경이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친화성이 특징이다.


지난 2012년 11월 6일 경주개 동경이가 국가 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540호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전남 진도의 진돗개(천연기념물 제53호)와 경북 경산의 삽살개(제368호)에 이어 한국 토종개로는 세 번째 천연기념물 지정인데요. 진돗개와 삽살개는 각종 매체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있고, 반려견으로 키우는 가구도 상당해 주변에서 직접 볼 수도 있죠. 그런데 동경이라는 이름의 토종견은 꽤 생소하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신라인의 반려견' 동경이

동경이는 경북 경주시가 원산지로, 정식 명칭은 경주개 동경이(Gyeongju Donggyeong Dog·東京狗)예요. 신라시대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한 토종개로, 외관상 가장 큰 특징은 짧거나 아예 없는 꼬리예요. 이런 형태의 꼬리를 가진 개는 드물기 때문에 한 번 동경이를 보면 쉽게 잊기 힘들죠. 하지만 동경이는 전국에 분포하는 개체 수가 약 500여 마리이며, 경주에 주로 살고 있기에 특별한 기회가 아니면 직접 살펴보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소중 학생기자단이 동경이를 직접 만나기 위해 경북 경주시 건천읍에 있는 한국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 훈련장을 찾았어요.

최석규(맨 오른쪽) 교수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경주개 동경이의 특성과 역사성, 혈통 복원 과정을 설명했다.


경주개 동경이 혈통보존연구원장 최석규 교수가 생후 2개월의 새끼 동경이 네 마리와 함께 이들을 맞이했어요. 오동통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푸른 잔디밭 위에서 마음껏 뛰노는 강아지들을 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정말 귀여워요!"를 연발했죠. 최 교수는 '동경이 아버지'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신라시대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한 토종개임에도 개체 수가 급감해 자취를 감출 뻔했던 동경이를 혈통고정화 연구로 멸종 위기에서 구해냈을 뿐만 아니라, 천연기념물 제540호로 지정되기까지 주도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죠.

"말로만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동경이는 꼬리가 정말 짧네요." 이날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자신의 손을 핥으며 친근하게 구는 동경이 한 마리를 쓰다듬던 지효 학생기자가 말했어요. "맞아요. 동경이는 꼬리가 선천적으로 짧은 단미(短尾)이거나 아예 없는 무미(無尾)의 형태예요. 그게 동경이의 가장 눈에 띄는 외형적 특징이에요."(최) 대부분의 개는 꼬리를 흔들며 즐거움과 반가움을 표현하죠. 동경이는 꼬리가 짧거나 없기 때문에 엉덩이를 흔들거나 혓바닥으로 핥으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요.

신라시대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했지만 일제강점기 대량 학살과 오랜 혈통 교잡화로 멸종 위기에 처했던 동경이의 혈통 고정화에 성공한 최석규 교수.

짧은 꼬리 외에도 동경이의 외형적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로, 다른 토종개에 비해 아담한 몸집입니다. 사람의 키는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재서 알 수 있죠. 개의 키는 앞발 끝에서 목과 등 사이 부분까지의 길이를 재는데, 이러한 몸의 높이를 체고(體高)라고 해요. 동경이는 성견을 기준으로 수컷은 체고 47~49cm, 암컷은 44~47cm 정도까지 자랍니다. 진돗개와 외형이 비슷하게 생겼지만, 전체적인 체구는 좀 더 작은 편이죠. 하지만 몸집에 비해 흉부가 크고 잘 발달 돼 있어요.

사람을 매우 좋아하는 친화성도 동경이의 특징이죠. 이날 훈련장에는 네 마리의 새끼와 두 마리의 성견이 있었는데요. 모두 소중 학생기자단과는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거침없이 다가와 엉덩이를 흔들거나 혀로 손을 핥으며 반갑게 굴었죠. "동경이가 사람에게는 이렇게 온화하고 친화적이지만, 동물에게는 굉장히 사나워요. 예를 들어 새가 보이면 뛰어가서 잡아 오기도 하죠. 사람과 동물을 구분해 나타나는 친화성이 다른 견종과 구분되는 동경이의 성격이에요."

최 교수의 설명을 듣던 시현 학생기자가 "그런데 왜 이름이 동경이인가요?"라고 물었어요. "보통 개의 이름은 해당 종이 많이 살던 지역의 이름을 따서 짓죠. 예를 들어 진돗개는 전남 진도에서 주로 자란 견종이에요. 동경이는 고려시대 경주의 옛 지명인 동경(東京)에서 유래된 거예요. 동경에 사는 개라고 해서 동경이라고 부르게 됐죠."

민유빈·나예현·김시현·오지효(왼쪽부터) 학생기자가 경북 경주시 건천읍에 있는 한국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 훈련장을 찾아 경주개 동경이에 대해 알아봤다.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동경이의 역사는 5~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경주에 있는 신라 고분군에서 꼬리 짧은 개 모양의 흙으로 만든 형상인 토우(土偶) 등 동경이 관련해 여러 유물이 발견됐기 때문이죠. 문헌상으로도 동경이는 꾸준히 등장합니다. 경주를 중심으로 한 신라의 문화와 풍습을 기록한 『동경잡기(東京雜記』에는 "경주 주변에 사는 꼬리 짧은 개를 동경구(東京狗)라 한다"는 기록이 있어요. 또 19세기 이규경이 서술한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동경이가 노루와 사슴 꼬리를 닮아 장자구(獐子狗) 또는 녹미구(鹿尾狗)라 불렀다”라는 기록도 있죠.

역사가 오래된 만큼 동경이에 얽힌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도 남아있어요. 대표적으로 『삼국사기(三國史記)』 백제본기에는 “의자왕 20년에 들사슴 모양의 개가 사비성에 나타나 우니 백제 왕궁에 있는 모든 개가 울었다. 그 후 백제가 망했다”는 기록이 있죠. 여기서 말하는 들사슴 모양의 개는 동경이일 가능성이 높아요.

경주개 동경이의 역사는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5~6세기 신라 고분군에서 꼬리 짧은 개 모양의 토우가 다량 발견됐기 때문이다. 동경이라는 이름도 고려시대 경주의 옛 이름인 동경(東京)에서 유래했다. 한국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 제공

신라시대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한 동경이는 일제강점기에 급격히 개체 수가 줄어들면서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 일본이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키면서, 조선총독부는 군대의 방한복과 방한모를 만들기 위해 조선원피주식회사를 설립하여 1939년부터 1945년까지 7년에 걸쳐 최소 100만~150만 두의 조선 토종개를 도살하여 견피를 수탈했죠. 이 과정에서 삽살개와 동경이 등 한국 토종개들이 무참히 도살당했어요.

게다가 우리 민족과 어울려 산 역사가 오래된 만큼, 긴 시간 타 견종과 혈통 교잡화로 견종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형질을 지닌 동경이는 찾아보기 힘들게 됐죠. 결국 1930년대 경북 울산 학성관 종루 앞에서 찍힌 사진을 마지막 기록으로 동경이는 경주 주변에서 거의 사라졌어요.

자취를 감출 뻔한 동경이가 되돌아오기까지

멸종 위기에 내몰린 동경이를 안타깝게 여긴 최석규 교수는 경주시와 협업해 연구팀을 꾸렸고, 형태학·해부학·유전학적으로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품종 표준화 작업 및 계통번식을 실시했어요. 그 결과 2008년 6월 연구진이 선발한 동경이를 경주 시민들에게 공개할 수 있었죠. "제가 연구를 시작했을 당시 경주시 내 동경이의 특성을 간직한 개들은 75마리에 불과했어요. 이 개들을 데려와서 교배시켜 품종 표준에 부합하는 외관을 가진 동경이의 숫자를 늘려나갔죠."

소년중앙 경주개 동경이


현재 국내에는 500여 마리의 동경이가 살고 있어요. 이들 중 대부분은 혈통 고정화 연구를 위해 경주개 동경이 혈통보존연구원에서 사육 중이며, 약 60여 마리는 경주 시민들에게 분양했어요. 꼬리가 짧거나 없고, 몸통은 체고보다 체장이 다소 긴 장방형이며, 흉부가 잘 발달했고, 쫑긋 세운 귀를 가진 동경이들은 최 교수가 주도한 혈통 고정화의 결과물이죠.

최 교수의 동경이 복원 과정 설명을 듣던 지효 학생기자가 "경주 시민이 아니어도 동경이를 분양받을 수 있나요?"라고 질문했어요. "아직은 자유롭게 분양하기는 어려워요. 동경이는 오랜 기간 동안 혈통 고정화가 안 된 상태여서 연구하면서도 어려움이 많았어요. 보통 특정 종의 개가 멸종되지 않으려면 개체가 1000마리 이상은 있어야 하지만, 견종의 특성과 형질을 가진 동경이는 아직 국내 500여 마리 정도예요. 그래서 다른 견종의 개와 교배를 피하고자 한국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에서 동경이들을 관리하고 있어요. 분양도 정기적으로 이곳에 와서 훈련받고, 다른 견종의 개와 교배를 하지 않아야 하는 등 협회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가능해요. 경주 시민의 경우 협회에서 관리·감독이 수월하지만, 타 지역의 경우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경주 외의 지역에 분양된 동경이는 아직 17마리뿐이에요."

(맨 위쪽 사진부터 아래로) 동경이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신라시대 생활상을 기록한 문헌인 『동경지』, 5~6세기 신라 고분에서 출토된 동경이 모양 장식이 있는 토기, 일본 민속학자인 아키바 타카시(秋葉 隆)가 1930년에서 1940년 사이에 촬영한 경북 울산 학성관 종루 앞 동경이의 모습. 한국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 제공

"교수님은 본래 환경공학 박사이셨다고 알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동경이의 혈통 고정화와 보존에 관심을 두게 되셨나요?" 유빈 학생기자가 질문했어요. "맞아요. 저는 환경공학과 교수이자 환경운동가였어요. 그런데 당시 제가 교수로 근무 중이던 서라벌 대학 내에 새로운 학과가 필요하다고 여겨 우리나라 최초로 애완동물학과를 설립했고, 학생들을 위해 교내에 국내외 견종들 볼 수 있는 학습장을 만들었죠. 거기에는 (삽살개·진돗개 등) 우리나라 토종개도 있었어요. 이런 과정을 겪으며 토종개도 외국의 견종들처럼 명견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까지만 해도 최 교수는 동경이 연구에 헌신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하진 못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한 경주 시민이 '교수님, 이 개가 신라 사람들이 키우던 동경이 같은데 연구를 해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라고 제안하며 동경이 한 마리를 데려왔죠. 이후 박물관에서 열린 신라 토우 전시에서 5~6세기 신라 고분에서 출토된 꼬리 짧은 개의 토우를 본 뒤, '이 개가 진짜 신라 개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사명감이 들었던 최 교수는 동경이 연구에 매진하기로 결심합니다.

"당시 제 나이는 40대 후반이었어요. 제가 원래 개를 키우던 사람도 아닐뿐더러 늦은 나이에 다른 분야를 공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 망설였지만, 멸종 위기에 몰린 동경이를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동경이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관련 논문으로 박사 학위까지 받았죠. 결국 제 논문이 기초가 돼 2008년 혈통 고정화한 동경이를 세상에 소개할 수 있었죠."

동경이 훈련 시범을 보이는 한국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 정하원 훈련팀장과 용이. 동경이는 뛰어난 후각·청각·순발력·점프력·높은 지능을 갖고 있어 훈련 능력이 뛰어나다.


밤에 자다가도 동경이 생각에 일어나서 메모를 거듭할 정도로 연구에 매진한 최 교수의 노력은 동경이가 201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빛을 발합니다. 우리 땅에서 사라질 뻔한 토종개가 정식으로 나라의 보호를 받게 된 것이죠.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뻐서 세상 모든 걸 다 얻은 기분이었어요."

최 교수 옆에 서 있던 백구 동경이 성견 '포탐정'을 관찰하던 예현 학생기자가 "동경이를 언뜻 보면 진돗개와 외형적으로 비슷한 것 같은데 혹시 친척 관계인가요?"라고 질문했어요. "귀가 쫑긋하고 털이 짧아서 그렇게 느꼈을 거예요. 실제로 동경이는 우리나라 토종개 중 진돗개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워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유전적으로도 전혀 다른 개입니다. 외형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이 (같은 동북아인인) 중국·일본 사람과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유전적으로 다른 것과 비슷하죠."

동경이는 토종개 중에서도 몸집이 아담한 편이고, 사람을 잘 따르는 성격이기 때문에 반려견으로 키우기에 적합하다.


최 교수의 설명을 들으며 잔디밭에서 뛰어놀고 있는 동경이들을 보니 서로 다른 털 색깔이 눈에 들어왔어요. 강아지 세 마리와 수컷 성견인 '용이'는 갈색과 검은색이 섞인 얼룩덜룩한 무늬였고, 강아지 한 마리는 검은색, 포탐정의 털은 흰색이었죠. "갈색과 검은색이 섞인 털을 가진 동경이는 호구, 흰색 털의 동경이는 백구, 검은색 털은 흑구, 누런색 털의 동경이는 황구로 분류해요."

반려견으로서 동경이는 어떨까

단미와 무미, 발달한 흉부 등 외형적 특징 외에도 동경이가 다른 견종과 구분되는 또 다른 특징이 있어요. 바로 앞서 언급한 사람을 향한 우수한 친화성이죠. 동경이는 사람을 위협하는 행동은 잘 하지 않아요. 또 뛰어난 후각·청각·순발력·점프력과 높은 지능을 갖고 있어 훈련 능력이 뛰어나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한국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 정하원 훈련팀장, 동경이 용이와 함께 친화성과 훈련 능력을 직접 검증해보기로 했어요.

동경이 성견 용이와 함께 허들넘기 등 여러 훈련에 도전한 소중 학생기자단.


첫 번째 훈련은 허들넘기예요. 유빈 학생기자가 허들 뒤쪽에서 목줄 끝을 잡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신호하자, 용이가 허들을 가볍게 넘었죠. "이럴 때는 밝고 큰 목소리로 '잘했어'라고 칭찬하며 쓰다듬거나, 간식을 주세요."(정) 뒤이어 시현 학생기자도 용이와 허들넘기에 성공했어요.

두 번째 훈련은 A자 형태로 된 판벽 넘기입니다. 과연 용이는 생전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소중 학생기자단과 자신의 체고보다 몇 배는 높은 판벽을 넘을 수 있을까요. 지효 학생기자가 먼저 도전했는데요. 처음 만난 사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용이가 지시를 잘 따라 A자 판벽을 쉽게 넘었죠. 뒤이어 도전한 예현 학생기자도 용이와 함께 훈련을 잘 마쳤어요. 아무리 지능이 높다고 알려진 견종이더라도 처음 만난 사람과는 손발을 맞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경이의 친화성과 높은 지능은 정말 돋보입니다.

소중 학생기자단과 A자 형태 판벽 넘기 훈련에 나선 용이.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나예현(맨 왼쪽) 학생기자의 지시에 맞춰 판벽을 가뿐히 넘었다.

이렇게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동경이는 반려견으로서 어떤 모습일까요. 경주에는 시민들과 동경이가 함께 살아가는 동경이 마을들이 있어요. 용명마을·양동마을·대곡리가 그곳이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훈련장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대곡리를 찾아 동경이와 그의 견주를 만나보기로 했어요. 곡식이 누렇게 익어가는 논밭에 둘러싸인 대곡리는 약 88가구가 사는 농촌 마을로, 약 2년 전 동경이 마을로 지정됐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마을 주민 손길중(83) 씨의 집을 방문했죠. 마당 안을 들어서자 얼룩덜룩한 무늬에 짧은 꼬리를 가진 익숙한 외양의 동경이가 보였어요.

손길중 씨는 "저는 대곡리가 동경이 마을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반려견으로 동경이를 키우기 시작했어요. 이 친구는 이름도 '동경이'고, 수컷이에요. 함께 산 지는 3년이 다 되어갑니다"라며 동경이 집의 문을 열었어요. 갑자기 찾아온 낯선 사람들 앞에서 다소 낯을 가리던 동경이. 하지만 친화력이 강한 견종답게 이내 꼬리를 치면서 소중 학생기자단을 반겼죠. 시현 학생기자가 "반려견으로서 동경이는 어떤 매력이 있나요?"라고 질문했어요. "동경이는 (다른 토종개에 비해) 체구가 작은 편이라 집에서 키우기 좋아요. 그리고 함께 산책 나갔다가 제가 좀 늦게 돌아오면 먼저 집에 와서 기다릴 정도로 똑똑하죠."

나예현(서울 행현초 5)·민유빈(서울 율현초 5)·김시현(서울 토성초 6)·오지효(경기도 이매중 1·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천연기념물 제540호로 지정된 우리나라 토종견 경주개 동경이에 대해 알아봤다.

하마터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출 뻔했던 동경이. 하지만 최 교수가 꾸린 연구팀과 경주시의 노력으로 개체 수가 늘어나고, 경주 시민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반려견이 됐어요. "현재 동경이의 혈통 고정화는 외형적으로는 거의 성공했어요. 하지만 오랜 기간 다른 견종과 교배를 한 경우가 잦다 보니 외부 DNA에 의해 타 견종의 성향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어 원래 동경이는 아주 부드러운 성격의 견종인데, 가끔 사나운 성격을 가진 개체가 나타나기도 하거든요. 저는 동경이가 본래 가진 온화한 습성을 완전히 회복시키고 싶어요. 처음에는 학문적 욕심이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토종개를 지켰다는 자부심이 커요."(최)

기질이 온순하면서도 학습 능력이 좋은 동경이는 반려견뿐만 아니라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는 인명구조견,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동물매개치료견, 화재 진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경고하는 화재 방재견으로도 활약할 수 있죠. 우리 민족과 천 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한 동경이를 언젠가는 전국 각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다려봅니다.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평소 경주개 동경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는데 이번 취재를 통해 동경이란 이름의 뜻과 역사, 동경이의 매력 등을 알게 됐어요. 경주에 있는 훈련장에서 처음 만난 새끼 동경이는 귀여운 외모에 멋진 털색을 가졌고, 호기심과 에너지가 넘쳐 보였어요. 동경이는 다른 개들과 달리 꼬리가 짧거나 없어서 신기했는데, 반가움의 표시로 토실한 엉덩이를 흔들거나 혓바닥으로 핥더라고요. 그 모습이 무척 귀여웠습니다. 최석규 교수님을 만나 인터뷰하며 동경이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고, 교수님의 동경이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졌어요. 그리고 동경이 관련 공부를 열심히 하셔서 박사학위까지 받으셨다는 말씀을 듣고 교수님의 모습을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경이 성견 용이를 직접 훈련을 시켜봤는데 차분히 훈련도 잘 따르고 사람 말을 잘 듣는 용이가 참 대견했어요. 동경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우리나라의 멋진 토종개이지만, 안타깝게도 삽살개·진돗개·풍산개처럼 잘 알려지지 않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우리 가까이에서 사랑을 받는 동경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김시현(서울 토성초 6) 학생기자

저는 강아지를 좋아해요. 그래서 경주에 동경이 취재하러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핸드폰에 디데이를 설정해 두고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죠. 오랜 시간 걸려 도착한 동경이 마을은 언덕에 있는 매우 한적하고 예쁜 시골 마을이었어요. 취재를 위해 동경이 훈련장에 가서 2개월 된 새끼 동경이들부터 용맹한 성견 동경이들까지 다양하게 살펴봤죠. 저는 이번 취재 덕분에 동경이를 통해 우리 조상님들이 살아온 모습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동경이는 사람에게는 온순하지만 필요할 때 사람들과 같이 사냥도 하고 가축들을 지키기 위해 멧돼지와도 싸웠대요. 동경이의 혈통이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외형적 특징뿐만 아니라 동경이의 온화한 성품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는 것도 알았어요. 그리고 근처 마을에서 동경이를 직접 키우고 계신 손길중 어르신의 집을 들렀어요. 어르신은 겁이 많은 동경이 한 마리와 에너지가 넘치고 조금 사나운 다른 품종의 개 한 마리를 키우고 계셨어요. 이렇게 각각 다른 견종 두 마리가 같이 있으니 확실히 동경이가 성품이 온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앞으로 우리 조상님들이 키우신 동경이에 대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저도 동경이를 너무 키우고 싶답니다. 나예현(서울 행현초 5) 학생기자

솔직히 취재 전에는 경주개 동경이란 견종이 있다는 것을 몰랐어요. 취재로 만난 동경이는 너무 온순하고 사람을 잘 따랐으며, 사람을 도와주며 사랑받고 살 수 있는 견종이었어요. 동경이의 이름 유래도 의미 있었고, 취재하며 일제에 의해 동경이의 개체 수가 줄어든 이유를 들었을 때 너무 불쌍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행히 경주개 동경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우리가 더욱 보호해주고 지켜줄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고 기뻤어요. 앞으로도 동물과 사람이 사이좋게 살아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민유빈(서울 율현초 5) 학생기자

이번 취재를 통해 신라시대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살아온 경주개 동경이를 만나고 왔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만난 경주개 동경이는 태어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새끼 강아지여서 더 귀여웠고, 다른 강아지와 다르게 꼬리가 짧아서 신기했죠. 동경이는 사람을 정말 잘 따르고 활발한 성격이고, 호구의 경우 호랑이 무늬 털을 갖고 있었어요. 동경이를 입양해서 키우는 견주들이 동경이에 대한 지식을 배우고, 동경이를 훈련하는 훈련장에서 동경이와 함께 허들을 넘는 훈련도 해봤어요. 제가 손에 든 간식에 시선이 고정돼 있으면서도 허들을 열심히 넘는 모습이 참 귀여웠죠. 경주개 동경이의 혈통이 잘 보존되어 다른 토종개와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동경이에 대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다시 경주에 가게 된다면 동경이 마을에 또 가보고 싶어요. 오지효(경기도 이매중 1) 학생기자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한국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 동행취재=김시현(서울 토성초 6)·나예현(서울 행현초 5)·민유빈(서울 율현초 5)·오지효(경기도 이매중 1)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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