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공정한 판단 내리기 위해 판사가 갖춰야 할 것은

2022. 11. 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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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면 법을 어기거나, 법을 잘 몰라서 억울한 일을 당하고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깁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 바로 법원이죠. 어렸을 때 법원은 막연히 무섭고 사람들이 가기 싫어하는 힘든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사회 시간에 배운 법원은 법에 따라 옳고 그름을 가려 누구에게나 공정한 판단을 내리는 정의로운 국가 기관이었습니다. 법원에서 재판을 맡는 판사에 대해 궁금해진 저는 취재를 계획, 서울가정법원 신정일 판사님을 인터뷰했어요.

법 관련 직업에 관심이 많은 이동건 학생기자가 서울가정법원 신정일 부장판사를 인터뷰했다. 신 부장판사는 현재 소년보호, 가정보호 및 아동보호심판을 담당하고 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가정법원 신정일 부장판사입니다. 저는 법대에 진학해 2003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군법무관 생활을 마치고 2009년 4월 1일 법관으로 임용됐습니다. 현재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요. 예전에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2년 과정의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죠. 청주지방법원·수원지방법원을 거쳐 현재 서울가정법원에서 소년보호, 가정보호 및 아동보호심판을 담당해요.

판사를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린 시절,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부모님이 억울한 민사소송에 휘말리셨어요. 수년간 재판 끝에 승소하기는 했는데, 당시 주위에 법조인이 없어서 많이 고생하셨죠. 어린 마음에 국가와 사회의 근본적인 약속에 해당하는 법률을 잘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법조인이 된다면, 가족이나 친지는 물론이고 어려움에 처한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정법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보통 가정법원 하면 이혼,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위자료, 재산분할이 병합되는 이혼사건을 떠올립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외에도 상속재산분할·성본변경·개명·성별정정·실종선고·부재자재산관리·한정상속 등의 비송사건, 입양사건, 소년·가정 및 아동보호, 성년후견 등 여러 재판을 담당해요. 저는 2015년부터 서울가정법원에서 가사소년전문법관으로 성년후견·입양사건을 제외한 모든 사건을 담당하여 처리했습니다. 내년까지 이곳에서 일한 후 다른 법원으로 전출 예정인데 가능하다면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사건을 담당하기를 희망합니다.

한 달에 몇 번 재판을 맡으시나요.

재판 횟수는 재판의 유형 등에 따라 편차가 있어요. 보통은 일주일에 1회하고, 2~3회 재판 후 1회 쉬는 방식으로 운용합니다. 다만, 판사들에게 재판하는 날은 오히려 쉬는 날이기도 해요. 업무의 대부분은 재판 진행이 아니라 사건 기록 검토 및 판결문 작성 등이기 때문이죠.

신정일 부장판사는 판사가 되고 싶은 어린 친구들에게 법 지식 등 전문성을 기본으로 갖추고, 평소 사회현상에 대한 깊은 관심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 등의 성품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기억나는 사건이 있다면요.

가정법원의 사건은 가족 간 다툼이 많아 그 자체만으로도 슬픕니다. 또 사건들이 나비효과처럼 연쇄반응을 하는 경우도 흔한데, 이혼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소년사건의 당사자로 오고, 성인이 된 후 다시 이혼사건의 당사자가 되기도 해요. 보통 이혼사건에서는 부모가 서로 아이를 키우겠다고 즉, 양육권을 가지겠다고 다툽니다. 하지만 매우 이례적으로 서로 아이를 키우지 않거나 키울 수 없다고 싸우는 경우도 있었어요.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만으로도 굉장한 충격을 받고 이로 인해 일탈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은데, 아이가 향후 진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상심이 클까 하는 생각에 이런 사건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유죄와 무죄를 결정하기 힘들지 않나요.

유죄와 무죄를 결정하기 어려운 사건도 있습니다. 다만, 유무죄를 다투는 사건은 전체 형사사건 중 5% 미만에 불과해요. 대부분 증거도 명백하고 피고인도 이를 인정하죠. 수원지방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담당하며 무죄를 선고한 적 있는데, 검사의 주장과 증거를 배척하고 무죄를 선고하는 건 꼼꼼한 기록검토와 충분한 심리 등과 함께 해박한 형사법 지식도 당연히 뒷받침돼야 합니다. 유무죄가 정말 모호한 사건도 있죠. 우리 형사법은 ‘의심스러운 경우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대원칙을 정립해 설령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무고한 시민이 발생하지 않는 데 중점을 두고, 우리나라 모든 판사는 이러한 원칙에 따라 재판하고 있습니다.

판사로서 가장 보람 있었을 때를 알려주세요.

대개의 재판은 한쪽이 승소하고 상대는 패소하므로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 당사자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가끔 패소한 당사자임에도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고, 재판부가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성심성의껏 판결해서 감사하다’는 취지의 말을 전하는 경우가 있어요. 판사로서 큰 보람을 느끼고 동시에 엄중한 책임감을 다시 한번 새기는 기회로 여기죠.

인공지능(AI)가 판사를 대신할 수 있을까요.

미래 기술이 현저하게 발전하면 판사는 물론 다른 직업도 기술적으로는 대체 가능할 것이라고 봐요. 다만, 주권자인 국민이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으로부터 재판을 받는 걸 동의할 것인지’에 대한 결단을 망설일 가능성 때문에 기술이 확보된 이후에도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재판에 활용되지 않을까 합니다.

인터뷰에 앞서 판사가 하는 일에 대한 궁금증을 정리하는 이동건 학생기자.


판사님이 좋아하는 법이 있나요.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들어본 조문이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법조문입니다. 대한민국헌법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판사를 꿈꾸는 소년중앙 독자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판사는 법률전문가이기 때문에 해박한 법 지식 등 전문성은 매우 기본적인 덕목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해요. 국민에게 미치는 큰 영향력을 고려하면, 평소 사회현상에 대한 깊은 관심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 등의 성품도 아주 중요하죠. 특히 현재 판사는 성적만이 아니라, 검사·변호사 등 법조인으로 활동내역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선발하기 때문에 더욱 사회에 대한 관심과 실천, 성품 등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판사가 하는 일과 생생한 법원의 모습을 살폈어요. 법은 범죄자를 가리고 벌을 내리는 것 이외에도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죠. 양심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정의를 지킬 의무를 진 법원은 모두에게 공정한 곳입니다. 저도 나중에 억울하고 힘든 사람들의 편에 서서 이야기를 듣고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글·사진=이동건(서울 공항초 5) 학생기자, 정리=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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