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 수습, 野의 문책...'이태원 정국' 승패 가를 핵심 변수 셋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 일주일이 넘어가면서 여야의 대응 기류가 상반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 5일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나자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태스크포스(TF)’인 ‘이태원 사고조사 및 안전대책 특별위원회’를 꾸리기로 했고 국회 차원의 TF도 추진하는 등 ‘수습’에 방점을 두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김광호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뿐 아니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고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등 ‘문책’에 힘을 주고 있다.
이처럼 새해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이태원 참사’ 정국의 갈림길에 놓인 정치권은 당분간 핵심 변수에 따라 민심이 요동을 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
①윤 대통령의 지지율
가장 큰 변수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의 지지율이다. 참사 직후 실시한 일부 여론조사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이태원 참사의 책임이 있다’는 응답은 70%를 넘겼다. “예측 불가능한 참사였다”는 여권 일부의 시각과 달리 많은 국민이 ‘국정 책임자의 책임론’에 동조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였던 만큼 정부와 국민의힘은 정치 일정을 모두 중단한 채 최대한 몸을 낮추고 사고 대응에 주력했다.
그런 영향 때문이었는지 당정의 지지율은 당장은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조사해 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일주일 전보다 1%포인트 하락한 29%였다. 국민의힘 역시 1%포인트 내린 32%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청한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애도 기간이 지나고 정쟁이 본격화한 뒤의 상황을 봐야 한다”며 “이미 여권의 지지율이 많이 하락해 있어 더 떨어질 게 크지 않은 기저효과의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②빅샷의 실책 여부
윤 대통령은 참사 직후 내각과 대통령실에 상황 대응을 지시하고, 새벽에 직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는 등 행정 수반으로서 발빠른 대응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만큼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서도 사건 초기에 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국민 안전의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본부장 역할을 하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발언해 “책임 회피” 논란을 불렀다. 또한 지난 1일 긴급 외신 기자회견에서 한덕수 총리가 통역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자 “이 통역 문제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에 있나”라는 농담한 게 후폭풍을 일으켰다.
이들 빅샷의 실언은 지난 1일 오후 늦게 공개된 참사 당일 112 신고 녹취록 내용과 맞물리면서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여권에선 유승민 전 의원처럼 “저런 사람이 총리라니…. 이 나라가 똑바로 갈 수 있겠느냐”며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사례는 많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론 부글부글 들끓었다.
당분간 정치권이 이태원 참사의 책임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게 될 텐데, 이 과정에서 실책성 발언이 나오면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③경제 위기와 북한 도발이 관건
‘이태원 참사’는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고 시중의 자금이 마르는 유동성 위기가 한창인 상황에서 발생했다. 위기에 놓인 한계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긴급한 상황을 미리 대비하기 위해 현금 쌓기에 나서는 등 시장 전망이 암울한 상황이다. 일부 기업이 도산 위기에 처하는 등 경제 위기가 악화할 경우 이태원 참사 문제에 대한 과도한 정치 공세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도발도 빼놓을 수 없는 관건이다. 지난 2일 북한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군사 도발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까지 강행하게 되면 국제 사회의 ‘북한 핵 보유국 공식 인정’이라는 미증유의 상황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들어서게 될지도 모른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페이스북에 “5000만명의 목숨이 걸린 안보 위협에 우리가 대비는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살 길을 찾기 위해서는 자꾸자꾸 되물을 수밖에 없는 질문”이라며 “밤낮없이 계속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임박한 핵실험 소식에 밀려드는 의구심”이라고 적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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