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할 말 잊게 만든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수뇌부 처신

2022. 11. 7.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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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당일의 경찰 대응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고 지역을 관할하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지난달 29일 경찰서 인근에서 식사하던 중 현장이 위태롭다는 얘기에 오후 9시47분 관용차량을 타고 이태원으로 출발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이 전 서장으로부터 오후 11시36분에 첫 보고를 받았고, 야간에 사건 사고 대응 조치를 총괄하는 서울청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은 자기 사무실에 있다가 오후 11시39분이 돼서야 상황실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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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에서 보이는 이태원 파출소와 근무 중인 경찰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당일의 경찰 대응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 수뇌부의 움직임을 보면 총체적 부실, 기강 해이란 말도 부족하다. 사고 지역을 관할하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지난달 29일 경찰서 인근에서 식사하던 중 현장이 위태롭다는 얘기에 오후 9시47분 관용차량을 타고 이태원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교통 정체에 막혀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한 시간은 사태 발생 50분 후인 11시5분이었다. 정체가 심하면 도보로 갔으면 될 일이다. 실제 이 전 서장은 오후 10시쯤 녹사평역 일대에 도착했으나 도보로 10분 거리인 현장을 두고 우회로를 찾느라 약 50여분간 차 안에 있었다. 서장의 안이한 판단으로 골든타임을 놓쳤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이 전 서장으로부터 오후 11시36분에 첫 보고를 받았고, 야간에 사건 사고 대응 조치를 총괄하는 서울청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은 자기 사무실에 있다가 오후 11시39분이 돼서야 상황실로 복귀했다. 지인들과 지방 산행을 간 윤희근 경찰청장은 잠을 자다 다음 날 새벽 0시14분에 사고를 처음 인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소방당국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첫 긴급지시를 내린 시각(오후11시21분)에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은 사고가 난지도 몰랐다.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참사에서 예방적 기능이 중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책임을 경찰에만 지울 순 없다. 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드러난 경찰 내부의 안일하고 나태한 복무 실태는 우연이나 실수로 보기 어렵다. 철저한 점검과 함께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게 임무인 경찰이 제 역할을 못하면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경찰 수뇌부들이 당일 저녁 용산 대통령실 주변 시위가 종료된 뒤 긴장감이 급격히 풀린 정황이 없지 않다. 용산 대통령실 경비에만 집착하다 이태원 참사 현장 안전 조치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목숨을 지키는 것은 시위대로부터 대통령실을 경비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아울러 이 기회에 대통령실 앞 시위 대응 방식도 점검해 효율적인 경비 인력 운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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