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네카쿠라배 임금인상 1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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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쿠라배(네이버·카카오·쿠팡·라인·배달의민족)'로 대표되는 IT기업의 임금인상은 큰 충격파를 던졌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 수요가 늘면서 IT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기업으로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양질의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고, 동시다발적으로 수요가 발생하니 몸값이 뛰는 건 시장의 원리로 이해하면 쉽게 수긍이 갔다.
그나마 IT기업 상황은 양호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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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쿠라배(네이버·카카오·쿠팡·라인·배달의민족)’로 대표되는 IT기업의 임금인상은 큰 충격파를 던졌다. 개발자 구인난으로 몸값이 크게 뛰었고, 코딩을 조금만 할 수 있어도 어렵지 않게 취업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금전적 보상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대기업들도 후폭풍에 시달렸다. 네카쿠라배에 임금이 역전당하자 임금인상 요구가 거셌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봉인상률은 9%, LG전자는 8.2%로 예년에 비하면 상당히 높아졌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되는 흐름이다. 국내 IT기업은 애초에 A급 개발자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개발자 수는 한정적인데, 수요는 늘 많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향하는 곳이 국내 기업에 국한하지 않고 실리콘밸리 빅테크까지라는 것도 영향이 있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 수요가 늘면서 IT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전도유망하다는 평가를 받은 스타트업에는 많은 투자금이 몰렸다. 기업으로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양질의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고, 동시다발적으로 수요가 발생하니 몸값이 뛰는 건 시장의 원리로 이해하면 쉽게 수긍이 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IT기업들의 실적이 정체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인플레이션 등이 겹치며 경기침체가 가팔라졌다. 불황의 터널은 이제 시작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인건비는 높아졌고, 실적은 하락한다. 기업으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기록적인 호황을 누렸던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해고 카드를 꺼냈다. 트위터는 지난 3일 전체 직원 7000명 중 절반가량에 해고를 통보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돌던 해고 소문이 현실화한 것이다. 나아가 머스크 CEO는 연 10억 달러가량의 비용 절감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공유서비스 리프트는 직원 13%를 해고할 예정이고, 간편결제 업체 스트라이프도 직원 14%를 감원키로 했다. 아마존과 애플은 향후 몇 달간 고용을 동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붕괴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당시에도 거품이 꺼지면서 IT기업이 대규모 해고에 나섰고, 실리콘밸리 교통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 정도로 썰렁한 풍경이 연출됐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대규모 해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해고가 쉽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신 채용 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한 해 책정한 인건비는 일정한 수준이다. 새로 사람을 뽑으면 그만큼 내보내야 한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새로 채용을 안 할 수밖에 없다. 한 대기업 임원은 “네카쿠라배의 급격한 임금인상이 산업계 전반에 부메랑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꺼번에 급격하게 임금이 높아지다 보니 고정비용 부담이 상당해졌다는 것이다. 경제 호황기 때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지금처럼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면 어려움에 부닥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 인재 확보를 위해 보상을 높이는 건 좋지만, 임금인상률을 높이는 것보단 성과급을 더 주는 방식으로 풀어나갔어야 했다는 이야기도 돈다.
그나마 IT기업 상황은 양호한 것일 수도 있다. 네카쿠라배와 그 영향으로 임금이 오른 기업들은 온돌방으로 치면 ‘아랫목’이다. 남들이 수천만원씩 임금이 오를 때 부러움으로 보고 성과급 잔치는 남의 이야기인, 가장 뜨거울 때도 온기 한 번 제대로 못 느껴본 ‘윗목’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올겨울 경기침체 여파가 이들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오지 않길 바란다.
김준엽 산업부 차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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